자동차의 품질과 기술력이 최우선 가치
다임러AG, 볼보AB 단일 최대주주 등극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지리자동차(Geely, 이하 지리)는 중국 민영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저렴한 가격, 높은 수준의 품질 그리고 가공할만한 성능을 무기로 자국시장에서 인정받아 연간 생산량만 약 140만 대에 달한다. 지리 휘하에 세계 유명 자동차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으며, 각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대대적인 투자로 자체 기술력을 키워나가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리 소속의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지리 지주회사인 저장지리홀딩그룹(Zhejiang Geely Holding Group) 및 중간 지주 회사들을 통한 볼보(승용), 로터스, 프로톤 등 막강한 자동차 브랜드들이 있다.

또한, 자체 상용차 브랜드로 지리상용차그룹을 두고 있으며, 독일의 ‘다임러 AG’와 스웨덴의 ‘볼보AB’의 단일 최대주주로서 글로벌 상용차 시장에서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냉장고 부품 회사서 거대 자동차 기업으로 
지리의 탄생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냉장고 부품 제조업으로 사업을 시작한 지리의 창업자 겸 현직 회장인 리슈푸(李福)는 냉장고 증발기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인재를 영입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중국 내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냉장고 부품 회사로 발돋움했으며, 1986년에는 ‘베지화’라는 냉장고 공장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당시 중국 내 냉장고 수요가 폭발하며 짧은 시간 내 많은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으나, 1989년 중국 당국이 지정한 업체에서만 냉장고를 생산할 수 있게 하자, 사업을 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지리는 1993년 오토바이 시장이 호황을 맞자 스쿠터 사업을 시작하기 위하여 우체국에 오토바이를 납품하는 국영회사를 인수하며 위기를 타개했다. 그는 단순 조립만으로는 기업의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오토바이 커버 주형, 4행정 스쿠터 엔진 등의 연구 개발에 몰입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지리는 일본과 대만의 오토바이 브랜드를 제치고 중국 내에서 자국 시장 내 스쿠터 판매 부문 상위권, 32개국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리는 1997년 승용차 시장 진출을 위하여 교도소 소유의 트럭공장을 인수하여 지리자동차를 설립했다. 다만, 2001년 말까지 중국 정부가 민영기업에 대해 승용차 생산 허가를 내주지 않아, 자동차 생산 공장을 오토바이 생산공장이라 위장 신고를 하고 자동차를 무허가 생산하기도 했다.

이 때부터 지리는 내수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누구든 자동차를 살 수 있을 정도의 저가 모델 개발에 집중하게 된다.

고품질 자동차를 위한 혁신 단행
초기 지리는 체계적인 자동차 생산시설을 갖추지 못해 작업자들의 수작업과 기본 공구만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판매고를 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4만 위안(한화 약 680만 원) 이하의 차량들을 주로 생산했다. 이 과정에서 인기를 얻어 점유율을 높여갔지만 낮은 품질로 인하여 금세 외면을 받게 된다.

열악한 환경과 판매 저하의 위기에 놓인 지리.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라슈푸는 친인척 중심의 임직원 90%를 해고하고, 신임 사장을 임명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02년에는 자동차 회사인 상하이의 지에스다를 인수한 후 ‘메이플’로 사명을 변경한다.

나아가 한국의 대우자동차의 생산 설비를 도입, 수작업이 아닌 현대적인 기계설비를 통하여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지리는 저가모델부터 고가모델까지 두루 생산할 수 있는 제작기술을 갖추게 됐다.

2007년에는 ‘낮은 부품 가격은 낮은 품질을 불러온다’라는 경영원칙하에 원가절감을 위해 자동차부품 가격을 낮추도록 압박하는 운영 방식도 과감히 버렸다. 엔진기술 연구 등의 차량기술 독자화를 시도하며 지리는 자동차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기 시작했다.

글로벌 자동차기업 대거 확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몰아닥쳤다. 지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2010년, 미국 포드가 소유하고 있던 스웨덴의 볼보(승용 부문)를 인수하기에 이른다.

볼보를 인수한 지리는 볼보의 기업문화를 지키는 한편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지리는 최근 상용차와 양산형 승용차는 물론, 프리미엄과 럭셔리 승용차까지 모두 아우르는 방향으로 브랜드 다변화 전략을 취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6년에는 상용차 전문기업인 지리상용차그룹까지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까지 아우르게 됐다. 

2017년에는 한 때 말레이시아 내 자동차 점유율 70%를 달성할 정도의 거대 국영기업이었던 ‘프로톤 홀딩스’를 인수했으며, 영국의 경량 스포츠카 브랜드인 ‘로터스’를 사들이는 등 세계 유명 자동차 브랜드들을 휘하에 두게 됐다.

이와 함께 스웨덴 트럭·버스 제작회사인 볼보AB의 지분과 나아가 2018년에는 독일의 자동차 기업 다임러AG의 지분을 사들여 각각 단일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최근 지리는 전기 상용차와 수소버스 등 친환경 모빌리티에 적극 투자하며, 미래 친환경 상용차 시장을 노리고 있다. 자동차 품질을 최우선으로 세계 최고의 회사들을 거느린 지리. 중국 자동차 굴기의 선봉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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