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사재기 속 요소수 재고량 기껏 한달분
주유소 공급 막히고 10리터당 1만원→10만원 거래
SCR 화물차 54만 대, 요소수 없으면 운행 스톱
해결되지 못하면 물류 외 全 산업 마비 우려
정부가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 푸는 것만이 해결책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조치에서 비롯된 '요소수 대란'이 급기야 중대형 화물차의 운행중단 사태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주입하기 위해 대기 중인 화물차.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조치에서 비롯된 '요소수 대란'이 급기야 중대형 화물차의 운행중단 사태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주입하기 위해 대기 중인 화물차.

“요소수 가격이 지난달 말부터 천정부지로 치솟더니 급기야 품절이 돼 구할 수가 없습니다. 주유소 상황도 마찬가지고요.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요소수가 10배 뛴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걸 사느니 차라리 운전대를 놓는 게 낫겠습니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요소수 대란’ 여파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요소수는 중대형 디젤 화물차의 '생명수'로 불리는 필수품으로, 요소수가 없다면 화물차는 움직이지 못한다. 사태가 지속된다면 ‘물류 올스톱’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요소수를 미처 확보하지 못해 이번 주부터 화물차 운행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는 화물차 운전자 A씨는 “주된 구입처인 주유소는 물론, 온라인 쇼핑몰 대부분에서도 요소수가 품절됐다."며 "품귀현상이 심해지자 한 통에 1만 원 내외이던 10리터(ℓ) 짜리 요소수를 적게는 5만원, 비싸게는 10만 원에 판매하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기름 값보다 비싸진 셈인데, 요소수를 미리 확보해 놓은 사재기 업체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요소수 품귀현상은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 조치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자국에 공급할 요소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15일 수출화물표지(CIQ) 의무화 제도를 시행, 요소 수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그 결과 차량용 요소의 약 90%를 중국에서 수입하던 국내 요소수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요소수 제조업계에 따르면, 현재 업계 전체가 보유한 요소수 재고는 약 1달 반 분량. 화물운송업계 관계자는 “요소 수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현재 요소수를 주입하면서 운행 중인 중대형화물차의 1/3가량이 멈춰 국내 산업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주가 직접 요소수를 주입하는 모습.
차주가 직접 요소수를 주입하는 모습.

국내 요소수 화물차, 약 54만 대 추정
화물차 시장에서 태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요소수는 디젤 엔진의 ‘선택적 환원촉매 장치(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이하 SCR)'에 투입돼 질소산화물(NOx) 분해를 돕는 촉매제다.

SCR은 주행 중 발생하는 배기가스에 요소수를 분사하여 질소산화물을 깨끗한 물과 질소로 환원한다. 요소수가 없다면 SCR 장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SCR 장치를 탑재한 화물차는 요소수 부족 시 출력이 제한되거나 시동이 꺼지도록 설계된다.

요소수 사용이 필수적인 SCR 방식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중대형 화물차에 먼저 적용됐으며, 현재는 대부분의 화물차가 SCR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방식 없이 최신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유럽연합의 배출가스 규제 기준인 유로4가 도입됐을 때 일부 모델에 한 해 요소수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2011년에 유로5가 발효된 이후 트랙터, 8×4 덤프트럭 등 대형 모델 대부분에 SCR 방식이 적용돼 요소수 사용이 크게 늘었고, 유로6가 시행된 2015년부터 요소수 사용이 보편화됐다. 다만, 1톤급 소형화물차의 경우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 스텝C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생산모델부터 SCR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환경부 및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요소수가 필요한 디젤 화물차의 운행대수는 약 54만 대다.

요소수 재고 바닥…중대형화물차 멈추나
요소수 품귀현상이 심화하면서 요소수 사용 비율이 높은 중대형화물차를 중심으로 ‘운행중단’ 사태가 관측되고 있다.

요소수 업계에 따르면, 현재 업계가 보유한 요소수 재고는 약 1달 반 분량이다. 국내 요소수 생산업체는 약 55개인데, 이 중 롯데정밀화학 등 대기업을 제외하면 이미 재고가 바닥난 것으로 전해진다. 대부분의 중소업체는 지난달 말 요소수 공장 문을 닫았으며, 대기업도 중국으로부터의 요소 수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연내 공장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요소수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롯데정밀화학은 품귀현상이 본격화하자 기존에 3.5ℓ, 10ℓ로 생산하던 요소수 페트 제품의 온라인 판매를 중단했으며, 유록스 주입기가 설치된 주유소에 벌크(bulk) 형식의 요소수를 공급하는 데 노력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웃돈을 얹더라도 요소수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수도권과 의왕, 평택, 부산 등 화물차 통행이 잦은 지역의 주유소 30여 곳에 문의한 결과, 3군데를 제외하면 이미 요소수가 품절됐다. 3곳의 경우에도 주유형 벌크 요소수만 남은 상태로, 이마저도 ‘10만 원 이상 주유한 단골 고객’ 등에 한해 조건부로 판매되고 있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려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 온라인 쇼핑몰 대부분에서 요소수가 품절됐으며,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1만 원 안팎이던 10ℓ짜리 요소수가 7~10만 원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미처 요소수를 마련하지 못한 중대형화물차 운전자들은 당장 내일 운행이 막막해졌다. 일반적으로 요소수는 연료량 대비 5~7% 필요한데, 이는 중대형화물차가 500~800㎞를 달릴 때마다 10ℓ씩 소모되는 양이다. 장거리 운행이 주된 차량이라면 보통 한 달에 10ℓ짜리 요소수를 10~15통 사용한다.

한 트랙터 차주는 “지금 요소수를 2통 갖고 있는데 서울에서 부산 한 번 왕복하면 다 쓴다.”며 “10만 원씩이나 웃돈 주고 요소수를 사봤자 운임은 오르지 않을테디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고, 요소수를 파는 주유소를 그때그때 찾아다니는 것도 불안해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이번 주 내로 차를 세울 생각이다.”고 말했다.

건설 산업의 핵심 차종인 덤프와 믹서 등 건설기계도 운행 중단 위기에 처했다. 특히 직영으로 운영되는 믹서트럭보다 개인차주 비중이 높은 덤프트럭이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대한건설기계협회 관계자는 “건설사를 중심으로 요소수 관련 문의가 지속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레미콘업체는 자체적으로 주유소를 운영하기 때문에 믹서트럭이 이용할 수 있는 요소수 재고는 조금 남아있는 상태지만 덤프트럭은 당장 이달 내로 운행을 멈춰야 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완성차업계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신차를 출고할 때 연료와 요소수를 일정량 이상 주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국산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요즘 나오는 신차는 모두 요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요소수가 떨어지면 당장 차량을 팔 수가 없다."며 "서비스센터를 중심으로 차주들의 요소수 재고 문의도 이어지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국내 경제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요소수 부족사태로 인해 국내 물류시장의 핵심인 중대형화물차가 멈춰 선다면 국내 경제 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화물운송업계 관계자는 “요소 수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당장 12월 중순부터 국내 중대형화물차의 30%가 운행을 멈춘다면 단순히 택배가 제때 도착하지 않는 ‘물류대란’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원유나 철강과 같이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수입 원자재를 항구에서 직접 운반해 오는 트랙터나 대형카고의 경우 요소수 차량의 비율이 절반에 이르기 때문에 이들 차량이 멈출 경우 국내 산업 전체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주입하는 화물차 운전자.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주입하는 화물차 운전자.

“정부가 직접 중국 교역 문제 해결해야”
상황의 심각성만큼이나 요소수 생산 재개를 위한 여러 가지 해결책이 거론되고 있지만 업계는 정부가 직접 나서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를 푸는 것만이 이번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거론되는 해결 방안은 다음과 같다. 농업용 및 공업용 요소로 요소수를 제조하거나,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요소를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요소를 자체 생산하거나 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요소수 업계는 이들 해결책 모두 반쪽짜리라고 분석한다.

요소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우선 농업용 및 공업용 요소로 요소수를 제조할 경우 요소수의 품질을 보장할 수가 없다. 특히 농업용 요소의 경우 특수한 코팅이 돼있어 이를 활용해 요소수를 제조할 경우 차량 배기가스에 발암물질이 400배 이상 더해지는 탓에 요소수로 활용이 불가능하다. 공업용 요소는 그 종류에 따라 요소수로 활용할 수도 있으나 농업용 요소와 동일한 생산설비로 생산되는 경우가 많아 활용유무를 일일이 따져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게다가 공업용 요소는 차량용 요소와 마찬가지로 9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재고가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요소를 수입하는 데도 문제가 있다. 국내 요소수 재고가 바닥나는 연말까지 요소를 들여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에선 중국만이 공업용 요소를 수출하고 있다. 유력한 대안이 전 세계 요소 수출국 1위인 러시아인데, 업계에 따르면 지금 당장 차량용 요소를 주문한다 해도 생산 및 운반을 거쳐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약 3개월이 소요된다. 한 국내 업체가 지난 10월 중 러시아에 요소를 주문했지만 이마저도 1월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요소를 자체 생산하는 것도 당장은 불가능하다. 롯데정밀화학 등 일부 국내 대기업이 요소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현재 생산 설비가 없다. 생산 공장을 다시 짓는 데만 약 2년이 소요되며, 여기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도 문제다. 요소수 업계는 “국가 전략적인 측면에서 요소 생산의 내재화가 필요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요소수 없이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하도록 차량 엔진의 프로그램을 개조하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국산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조치를 취하기 위해선 엔진의 연료분사를 총괄하는 엔진제어유닛(ECU)을 새롭게 프로그래밍해 각 차량마다 재 설치해줘야 한다. 그런데 ECU를 새로 개발해 수십만 대의 화물차에 재설치하는 데만 약 3~4개월이 걸리며, 만약 요소수 생산이 재개될 경우 이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야 해 제대로 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관련 업계는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결국 가장 빠른 해결책은 정부가 중국에서 다시 요소를 수입할 수 있도록 나서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화물연대는 “이번 사태를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하여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관련부처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화물차주들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국민청원을 통해 정부에 요소수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중국, 비료 및 요소 수출제한 조치 시행’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석탄 등 생산원료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어 중국 내 비료 및 요소 생산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중국 내 공급이 개선되지 않으면 수출제한 조치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가만히 손 놓고 있다간 중국 정부의 요소 수출 제한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대형화물차의 운행 중단으로 국내 경제 전체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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