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오버 타입, 운전석 바로 아래 엔진 위치해
사고 발생 시 탑승자 중상자 비율 승용比 3%↑
유럽·미국·동북아 등 세계 각국 주요 브랜드
LCV 라인업에 크럼플존 확보한 세미 본넷 적용
한국, 27년부터 소형트럭 전면부 세미 본넷 의무화

영세 운송업자의 ‘발’이라 불리는 1톤급 소형트럭이 교통사고 발생 시 충돌 안전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됨에 따라, 출시 30년 만(현대차 포터 기준)에 기존 캡오버(Cab-over, 엔진이 운전자 아래 위치) 스타일을 퇴출시키고 세미 본넷(Semi-bonnet) 형태로 본격 전환될 예정이다.

1997년 국내 화물운송시장에 캡오버 형태의 소형 트럭이 등장한 이래, 현재까지 큰 외관 디자인 변경 없이 유지돼왔다. 하지만 충격을 완화해 줄 수 있는 ‘크럼플존(Crumple-Zone)’이 불충분한 탓에 중상해를 입는 탑승자의 비율이 증가하며, 정부는 2022년 2월 자동차안전기준을 한층 더 강화시켰다. 

실제로 2023년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발표한 ‘소형화물차 탑승자 위험성’ 연구에 의하면, 캡오버형 소형트럭 탑승자 가운데 중상자 비율이 승용차 대비 3.1배 높았으며, 특히 흉부 상해 발생률은 2.2배, 하지부 상해 발생률은 7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개정안에 따라, 오는 2027년부터는 국산 소형트럭에도 유럽, 미국 등의 LCV(Light Commercial Vehicle/소형 상용차) 차량에 보편적으로 설계된  세미 본넷 형태가 적용돼야만 한다. 

기자는 이에 세계 주요 브랜드들이 선보이고 있는 LCV의 모습은 어떤 형태인지 지난 9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상용차 박람회 ‘IAA Transportaion 2024(이하 IAA 2024)’ 현장취재 내용을 더 이어가본다. 

기아의 목적기반차량 ‘PV5’ 콘셉트 차량 모습.
기아의 목적기반차량 ‘PV5’ 콘셉트 차량 모습.

■ 유럽
우리나라 소형 트럭은 최대적재량이 1톤 이하, 차량총중량은 3.5톤 이하로 규정돼 있다. 이와 달리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는 차량총중량 3.5톤 이하 승합 및 화물밴 차량을 LCV로 일컫으며, 차급으로 판단했을 때 동일한 모델이라면 차량총중량이 3.5톤을 초과하는 경우라도 LCV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번 IAA 2024에서 국제 상용차 전문 기자단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선정한 ‘올해의 국제 밴(IVOTY)’, 프랑스 르노(Renault)의 ‘마스터(Master)’가 대표적인 LCV 모델이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신형 르노 마스터는 외형적으로 봤을 때, 전면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캡오버 타입이 아닌 엔진룸의 반 정도가 전면으로 돌출된 전형적인 세미 본넷 형태를 띠고 있다. 그간 르노는 세미 본넷의 단점으로 꼽혔던 적재용량을 최대로 늘려 전륜 구동 모델의 경우, 최대 2톤까지 적재물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했으며, 후륜구동 모델의 경우 11~22㎥의 넉넉한 적재공간을 제공하며 많은 화물을 싣기에도 적합하다.

‘올해의 밴 2025’를 수상한 르노 마스터(Master)밴
‘올해의 밴 2025’를 수상한 르노 마스터(Master)밴

이와 함께 지난해 2만 9,000대가량의 판매고를 올린 폭스바겐(Volkswagen)의 ‘ID.버즈(Buzz)’도 이번 전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서 7세대 모델이 공개됐다. 신형 ID.버즈의 외관 또한 세미 본넷 형식이 채택됐으며, 무역, 택배, 식품 운송 등 다양한 상업 분야에 적합할 수 있도록 손쉽게 조립 가능한 선반 시스템을 공개하며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폭스바겐의 'ID.BUZZ(ID.버즈)'의 모습.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이베코는 ‘e데일리(eDaily)’와 함께,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LCV 라인업을 보강시키기 위한 또 하나의 새로운 LCV 라인업 ‘e무비(eMovvy)’를 선보였다. 비즈니스 플랫폼인 현대차의 ST1 섀시를 기반으로 제작된 e무비는 e데일리와 달리 유선형 루프 스포일러를 채택해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을 전달했으며, 측면에서 본 e데일리는 엔진룸이 e무비보다 확연하게 많이 돌출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와 이베코가 공동 개발한 ‘e무비(eMoovy)’
 현대자동차와 이베코가 공동 개발한 ‘e무비(eMoovy)’

■ 미국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사 ‘포드(Ford)’의 상용차 부문을 전담하는 ‘포드 PRO’는 다양한 ‘트랫짓(Transit)’ 라인업을 선보였다. 다목적 화물밴으로 이용되고 있는 트랜짓은 긴 주행거리로 운송 업무 외에도 캠핑 등 일상 영역까지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트랜짓 섀시에 적재함을 연결해 덤프트럭으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환경에 따라 사용될 수 있도록 제작된 트랫짓 또한 차량 전면부를 세미 본넷 타입으로 적용시켰다.

포드Pro의 세미 본넷 형식의 ‘트랜짓(Transit)’ 카고
포드Pro의 세미 본넷 형식의 ‘트랜짓(Transit)’ 카고

■ 한국 · 중국 · 일본
IAA 2024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아가 새로운 목적기반형차량 ‘PV5’를 가지고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2025년 출시 예고된 PV5의 외관은 기존 캡오버 형식의 봉고3와 달리, 개정된 자동차안전법에 준하는 세미 본넷 형식의 전면부가 적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측면에서 봤을 때 다소 수직으로 떨어지는 듯해 보이지만, 운전석과 차량 앞 유리 사이 간격을 넓혀 자동차가 충돌했을 때 발생되는 찌그러짐 현상으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크럼플존을 키웠다. 

내년 출시될 기아의 첫 번째 PBV라인업 'PV5'의 모습. 기존 캡오버 형식이 아닌 세미 본넷 형태로 새롭게 디자인됐다. 

중국을 대표하는 BYD(비야디)는 IAA 2024에서 3.5톤~4.5톤급 LCV, ‘e-발리(e-Vali)’를 공식 출시했다. 라스트마일(Last Mile, 물류사에서 최종 소비자에 전달하는 구간)에서의 운송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e-발리의 곡선 형태의 부드러운 전면부 디자인을 채택하며 ‘ETP3’ 보단 심플하지만 운전자에게 높은 시인성을 제공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비야디(BYD) 부스 가장 앞쪽에 자리잡은 소형 상용차(LCV)의 모습. 
중국 둥펑소콘 부스에 전시된 LCV 'e-스타 V5'.

일본의 도요타(Toyota)는 ‘프로에이스(Proace) 섀시 L1 BEV 콘셉트카’부터 ‘프로에이스 시티 일렉트릭(Proace City Electric)’, ‘프로에이스 맥스(Pro ace MAX)’ 등 다양한 LCV 라인업을 소개했다. 도요타의 LCV 또한 전면부의 엔진룸을 길게 돌출시킨 모습이며, 내부 인테리어 또한 대시보드에 크롬 트림을 적용시켜 한층 더 현대적인 모습을 전달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도요타의 ‘프로에이스(Proace)’
일본을 대표하는 도요타의 ‘프로에이스(Pro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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