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위축 와중에 ‘국토부가 시장 초토화’
신차와 선순환 관계 중고차 시장까지 거래 마비
공급과잉 부작용 잡자고 시장자율성 철저 외면

국내 상용차업체 7개사가 덤프 및 믹서트럭을 합쳐 월 100대 남짓밖에 판매하지 못했다. 심각한 수준이다. 건설경기 위축으로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국토부가 덤프·믹서트럭 시장을 더욱 초토화시킨 것이다.

지난 8월 1일부터 변경시행된 국토교통부의 ‘2018 건설기계 수급조절 업무지침’으로 덤프트럭과 믹서트럭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수요와 공급이 급락한 것이다.

덤프·믹서트럭을 구입해 영업용으로 신규등록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 지침은 여기에 사고를 당하거나 노후화된 기존 영업용 트럭을 새 트럭으로 교체하려면 운행하던 트럭을 폐차, 수출 등으로 말소시켜야만 가능케 했다. 그동안의 대폐차 개념을 뛰어넘는다.

‘중고차 시장에 내놓아야 할 차량을 폐차시킨다?’ ‘수출시장이 거의 없는 덤프·믹서트럭을 수출시킨다?’ 현실성 없는 ‘등록말소’가 전제된 국토부의 새로운 덤프·믹서트럭 수급조절 지침. 시장은 때아닌 ‘한파’에 꽁꽁 얼어붙었다.
 

수급조절 변경지침, 무엇을 담고 있나
이번 지침은 지난 2009년부터 시행된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도’의 세부지침으로 볼 수 있다. 건설기계에는 덤프·믹서트럭 외 콘크리트펌프트럭도 포함된다.

수급조절제도는 덤프·믹서트럭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불공정거래, 가동률 저하, 수익성 악화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국토부가 대여사업용(영업용) 신규등록을 제한하는 제도다.

2년마다 수급조절위원회 심의를 거쳐 세부내용과 기간을 의결하는데, 이번 수급조절 지침은 2017년 7차 수급조절위원회 심의 당시 의결된 내용 중에서 일부 항목을 변경한 것으로, 오는 2019년 7월 31일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수급조절 중임에도 불구하고 덤프·믹서트럭의 공급과잉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록말소 후 교체 등록업무를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기존 영업용 덤프·믹서트럭을 교체하는 경우 소유자가 기존 차량을 수출·도난·폐차 등 말소등록을 한 경우에 한하여 교체등록을 허용하도록 했다. 또한, 매매사업자가 제시신고를 위해 영업용을 자가용으로 용도변경한 것 이외에는 자가용의 영업용 전환을 제한시켰다.
 

경착륙을 가져온 지침의 파괴력, 어느 정도인가
8월부터 시행된 이 지침은 그러지 않아도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덤프·믹서트럭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는 국토부의 신규등록 자료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수급조절 지침이 본격 시행된 8월에 이어 9월에도 덤프·믹서트럭 신규등록은 급락했다. 심지어 9월 실적은 곤두박질쳤던 8월보다도 더 떨어졌다.

구체적으로 국토부의 신규등록 통계에 따르면 국산트럭 업체인 현대자동차와 타타대우상용차를 비롯, 수입트럭 업체인 볼보·벤츠·스카니아·만·이베코 등 7개사가 경쟁하는 25.5톤(구동축 8×4) 이상 덤프트럭의 9월 신규등록대수(이하 등록대수)는 30대를 기록했다.

 지침이 본격 시행되자마자 등록대수가 곤두박질쳤던 8월(60대)의 절반, 1~7월 월평균 169대보다 82.2% 급락한 실적이다.

국산트럭 업체가 주를 이루는 덤프트럭(15톤급)과 믹서트럭(6㎥)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9월 기준 15톤급 덤프트럭 등록대수는 20대로, 지난 1~7월의 월평균(61대)에 비해 67.2%나 급락했다. 믹서트럭의 경우도 9월 기준 58대가 신규등록돼 1~7월 월평균(191대)에 비해 69.6% 감소했다.

7개사가 덤프 및 믹서트럭을 합쳐서도 월 100대 남짓밖에 판매하지 못한 셈이다. 심각한 수준이다. 건설경기 위축으로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국토부가 덤프·믹서트럭 시장을 더욱 초토화시킨 것이다. 서서히 시장을 조정해 나가는 ‘연착륙’ 대신 시장을 급격히 위축시키는 ‘경착륙’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그만큼 위급한 상황이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뒤에서 지적하겠지만, 중고차 시장까지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신차와 중고차 시장의 선순환마저 끊겼다. 사실상 덤프·믹서트럭 시장 기능이 거의 마비된 지경이다. 수급조절 지침은 2019년 7월 31일까지 적용된다. 국토부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최소한 이 때까지는 건설경기와는 무관하게 시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하기는 그른 셈이다.
 

건설경기 악화보다 더한 수급조절 지침
덤프·믹서트럭 시장의 급격한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부진한 건설경기라는 시장 배경보다는, 무엇보다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판매량이 곤두박질치는가.

국토부가 2년마다 수급조절 지침을 통해 ‘대폐차’ 중심으로 허용해 오던 덤프·믹서트럭 신규등록 허용을, 이번에는 기존 운행트럭의 ‘말소’를 전제로 신규등록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오랜 운행으로 인해, 노후화되었다고 하더라도 2억원 대 안팎의 차량을 쉽게 폐차하거나, 수출해 등록차량을 말소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사실상 사지도 팔지도 말고, 있는 차량으로 해결하라는 의미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국토부가 이렇듯 전례 없는 수급조절 지침을 내린 데는 그동안 덤프·믹서트럭 시장에서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불공정 영업거래, 가동률 저하, 수익성 악화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건설경기의 급격한 위축이 도화선이 된 것만은 사실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3년간 역대 최고 수준의 호조세를 보인 국내 건설 수주액이 최근 들어 2014년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2018년 국내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14.7% 감소한 136.8조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2017년 하반기 이후 3분기 연속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한 기록이다.
 

수급조절 지침 목표는 ‘자가용’ 확산 방지?
건설경기가 악화되는 와중에 국토부가 이토록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한 이유는 무얼까.

언급했듯 덤프·믹서트럭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제반 부작용을 내세우면서, 그 해결책으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영업용 트럭보다는, 2, 3년 전 건설경기 붐으로 영업용 대체 차량으로 급격히 늘었던 자가용 차량을 잡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 2015년 하반기부터 2017년 초까지 덤프와 믹서트럭이 호시기를 맞은 건설경기와 발맞춰 유례없는 판매호황을 누린 바 있다.

당시 덤프·믹서트럭 시장은 ‘미쳤다’는 평가를 받으며, 공급이 달릴 정도로 수요가 급등했다. 덤프트럭의 경우 연간 약 3,000대 수준의 수요가 약 5,700대로 두배 가까이 급등했고, 믹서트럭의 경우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런 분위기는 허가와 무관한 ‘자가용’이 주도해 나갔다.

실제로 2016년 당시 자가용 덤프트럭 등록대수는 899대로 전년도 419대에 비해 두 배(114.5%) 이상 증가했으며, 자가용 믹서트럭의 경우도 734대로 전년(427대)에 비해 71.8% 급등했었다.

불법적으로 영업현장에 뛰어들기 위해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자가용 덤프·믹서트럭은 결국 비정상적인 운임, 불공정 거래 등으로 기존 시장질서를 교란했다는 게 건설현장의 목소리였다. 이런 시장 분위기는 건설경기가 침체된 최근까지 이어짐에 따라, 국토부가 직접 개입하게 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2, 3년 전 시장상황과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하루에 한 대씩 월 30대를 판매하기도 했다.”라며, “10년 이상 차량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처음 겪었던 호황”이라며, 당시 덤프·믹서트럭 시장이 정상적이지 않았음을 말했다.

자가용 증가세는 실로 비정상적이었지만, 그럼에도 영업용이나 자가용이 일을 나눠 가져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건설경기 호황이 뒤를 받쳐주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8월 이전에는 영업용 중고차를 자가용으로 전환한 뒤, 기존 영업용 번호판을 신규 차량에 이전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했다.”며, “그런데 번호판 이전 시 말소조건이 따라붙는 새로운 수급조절 지침은 중고차의 자가용 전환 및 확산을 원천 차단한 것”이라고 분석, 최근 몇 달 동안의 덤프와 믹서트럭 침체 분위기를 그대로 전했다.
 

중고차 시장마저 초토화…기능 마비
덤프·믹서트럭 수급조절 지침은 신차 수요는 물론, 중고차 거래 시장과 금융시장마저 초토화시킬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 중고트럭 매매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은 신차와의 선순환 관계라고 전하고 “영업용 번호판 이전 시 내건 말소조건으로 중고차 매물이 줄어들고, 뿐만 아니라 짧은 연식의 중고차는 시장에서 아예 모습을 감출 것 같다.”며, 중고 매매시장의 앞날을 우려했다.

관계자는 또 “폐기·반품·도난·수출 등 자진말소 사유 중 개인이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차량을 중고차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경우는 수출뿐이지만, 최근에는 원화 환율 상승으로 인해 이마저도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차 및 중고차 시장에서 금융지원하는 캐피탈 및 리스사의 실적 저하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차량 교체를 염두에 두었다던 한 운전자는 “수급조절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이렇게 갑작스레 말소조건을 내걸며 차량 교체를 까다롭게 해버리니 당혹스럽다.”라며, “차량 교체는 꿈도 꾸지 말고 폐차 시킬 때까지 수리만 해가며 쓰라는 말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침으로 다 해결되나? 또 다른 부작용 우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토부의 수급조절 지침은 향후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현재로선 건설경기 악화로 일감이 줄어든 상태지만 추후 건설경기가 다시 정상화되고 현장에서 즉각 필요한 덤프·믹서트럭 수요가 많아지면, 영업용 차량만으로는 수급조절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강력한 단속이 병행되지 않는 정책은 자가용 차량의 불법영업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안전과 환경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제때 차량 교체가 어려워지게 되면 노후화된 차량으로 안전운행에 문제가 발생하고, 동시에 환경문제마저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스스로가 내세우는 안전과 친환경 정책에 배치되는 행위로도 읽혀진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단 두 달 사이 갑작스러운 시장 변화에 업계에서는 더 큰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며, “단기적이고 성과위주의 수급조절이라는 단편적인 현상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현재와 앞으로의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대책을 펴야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발등에 불 떨어진 상용차 업체들, 대응 마련에 총력
주력 차종의 하나로 덤프트럭을 판매하는 국산 및 수입트럭 7개사는 뾰족한 대책없이 시장상황과 정부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타개책의 하나로 신차 출시, 할인 프로모션, 금융지원 등 신규 수요를 끌어내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큰 기대를 접은 모습이다. ‘말소’라는 큰 벽을 과연 감당해낼 수 있겠는가라는 회의감 때문이다.

그래서 강력한 돌파구로 카고트럭 시장에 좀 더 주력하겠다는 전략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주로 덤프트럭 시장을 거의 장악해 나갔던 수입트럭 업체의 경우가 그렇다. 영업력과 마케팅 확대에 더욱 주력할 태세다.

여전히 중대형 카고트럭 시장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타타대우상용차 등 국산트럭 업체로서는 달갑지 않지만, 방어적인 입장에서 적극 대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상용차 업체 한 관계자는 “수입트럭 업체는 주력모델로 덤프트럭과 트랙터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이번 수급조절 지침의 최대 피해자로 볼 수 있다.”며, “이 위기를 발판삼아 새로운 분야에 적극 눈길을 돌리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해, 카고트럭 시장에서 더욱 치열한 판매전을 예고했다.

결과적으로 덤프·믹서트럭 수급조절 지침은 예상했던 것보다 시장 전반에 큰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국토부 정책의 당위성이 과거 호황기 부작용에서 비롯됐다지만, 너무나도 급격한 변화에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연착륙으로 정책의 재고를 강력히 요구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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