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가격· 운영비 부담…운송업체, 지자체 모두 외면
대형·CNG에 한해 저상버스로 인정…차종 다양화 난망
보여주기식 보조금 퍼주기보단 근본적 대책 나와야

교통약자의 발이 되고 있는 저상버스. 정부의 보급 정책에도 불구하고 도입 대수 확대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2월 국토교통부가 교통약자의 이동권 확대를 위해 저상버스 보급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1년까지 전국 시내버스 42%가 저상버스로 교체되고, 휠체어 사용자가 탑승 가능한 저상 고속·시외버스 모델도 개발될 예정이다.

저상버스 보급 확대 정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 실행의 취지는 좋으나, 근본적인 문제점 해결이 미흡해 실질적인 저상버스 보급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운수업체, 유지 비용 부담으로 도입 꺼려

국토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저상버스 도입률은 20.7%로 지난 2012년 ‘제2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에서 목표로 제시했던 41.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국토부는 저상버스로 교체할 만큼 노후한 버스가 없거나, 버스 제조사의 공급 지연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운수업계에서는 그것만으로는 저상버스 보급이 지체되고 있는 현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저상버스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로 ‘높은 비용 문제’를 지적했다. 저상버스는 일반버스보다 운영비가 많이 들 뿐 아니라 정비 비용도 비싸기 때문이다.

경기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저상버스의 1일 평균 운영비는 45만 원으로 일반버스에 비해 약 3만 원 높으며, 항목별 운송원가도 16~30%가량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반버스에 비해 차체가 낮은 저상버스의 경우 방지턱 등 도로사정에 따라 파손되는 일이 잦아 유지·관리비도 더 많이 든다는 게 업계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일반버스 대비 높은 정비 비용도 부담 요소로 꼽혔다. 일반버스와 다른 구조로 제작돼 고난도 정비가 필요한 저상버스의 특성상 정비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저상버스의 정비 비용은 일반버스의 1.5배에서 1.8배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저상버스의 경우 일반버스보다 잔고장이 잦고 정비 시간도 2배 가까이 길어 고장 시 버스 배차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버스 대비 2배 비싼 구매價…보조금 예산도 ‘빠듯’

저상버스 구매 보조금 지급과 관련한 지자체의 예산 부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자체는 운수업체가 저상버스를 구입할 때 구매비용의 절반을 지원해야 하는데, 저상버스의 가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판매한 일반버스와 저상버스 판매가격은 각각 1억 1,936만 원과 2억 1,508만 원으로 그 차이는 거의 두 배에 달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교통약자를 위해 저상버스를 도입하면 좋겠지만, 관련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운송업체들도 운영비 지원 등 다양한 비용절감 혜택을 주지 않는 한 저상버스 도입을 꺼리는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저상버스 인정 기준도 걸림돌

국토부가 설정한 저상버스 표준 모델 기준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저상버스 인정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국내의 다양한 환경과 수요에 맞는 저상버스 제작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국내에서 저상버스로 인정받는 차량은 전장 12m 내외의 대형버스로 CNG 연료방식을 채택한 차량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이용수요가 적어 중형버스(8m 이하)를 운영하는 외곽지역이나 CNG 충전소가 미비한 지역에는 저상버스를 도입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충남과 경북 등 농어촌 지역의 시내버스 대비 저상버스 도입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 만큼 저조하며, 도입 대수도 서울 등 수도권 지역과 비교해 차이가 큰 편이다.

게다가 위 기준을 만족하더라도 저상버스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저상면 높이, 차실천장 높이, 출입문 유효폭 등 까다로운 세부 기준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야심차게 도입한 2층 버스 역시 이 같은 이유로 저상버스 구매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 분명히 차체가 낮고 보도에서 버스로 오를 때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이지만 차실천장 높이에서 표준 모델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탁상공론’ 벗어난 실질적 해결책 필요

이처럼 저상버스 도입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일각에서는 무조건 저상버스 보급 대수를 늘리는 정책만이 능사가 아니라 근본적인 장애요소 해결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보조금 지원을 통한 맹목적인 저상버스 도입이 우선이 아니라 운영비 절감 등 운송업체의 부담을 덜어주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운수업체 관계자들도 이에 동의했다. 정부의 저상버스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나, 운영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비효율적인 저상버스 표준 모델 기준에 대해서도 변화를 촉구했다. 차종 크기, 사용연료 등에 대한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정함으로써 지역 여건에 맞는 저상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년 4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절반 수준에 미치고 있는 저상버스 보급률. 이제는 ‘보여주기’식의 보조금 퍼주기가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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