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최대 5시간, 버스 4시간까지만 연속운행
디지털운행기록장치 활용, 7월부터 현장 단속
“차고지 확충, 운임인상 등 근무환경 개선부터”

화물차 전용 휴게소에 차량이 길게 늘어선 차량들 모습.

지난해는 대형 차량으로 인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교통안전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한 해였다. 특히, 사고가 났다 하면 사상자가 속출하는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에 정부가 올해 사업용 차량을 대상으로 휴게시간 의무화 법안을 내세우며 교통사고 해소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이 결코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지난해 7월 정부가 ‘사업용 차량 교통안전 강화대책’의 후속조치로 발표한 사업용 차량 휴게시간 의무화법안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과다 운행을 줄이고 의무 휴게시간을 확보함으로써 과로운전, 졸음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정부의 특단이다. 허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발표 직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화물차, 버스 각기 다른 휴게시간 의무화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화물차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버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의거해 각각 적용된다.

먼저 화물차의 경우 4시간 연속운행 후 30분 이상 휴게시간을 가져야 하며, 천재지변, 교통사고 등으로 인해 연장운행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최대 5시간 연속운행 후 45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가져야 한다.

버스의 경우 업종별로 세분화된 규정을 마련했다. 도심운행이 주를 이루는 시내·마을버스의 경우 노선 1회 운행종료 후 최소 10분 이상의 휴게 시간을 보장하되 노선 운행 시간이 2시간 이상일 때는 15분 이상, 4시간 이상일 때는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갖는다.

시외·고속·전세버스도 노선 1회 운행종료 후 15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보장하며, 2시간 연속 운전 시에는 휴게소 등에서 15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가진다.

다만, 차량고장·교통 정체 등으로 운행이 연장될 경우 1시간까지 연장이 가능하며, 운행 후 30분 이상 휴게시간이 보장된다. 또한, 버스 운전자는 퇴근 전 마지막 운행종료 시점으로부터 최소 8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차량을 운전할 수 있다.


7월부터 휴게시간 준수 여부 등 현장단속 실시

철저한 관리를 위해 정부는 디지털운행기록장치(DTG)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운행기록장치는 해당 차량의 운행기록 자료를 추출하고 이를 분석해 연속운전 시간이나 과속 여부 등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장치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교통안전공단에서는 디지털운행기록장치를 활용한 현장단속 시연회를 펼쳤으며, 오는 7월 18일부터 최소 휴게시간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하는 현장단속이 시행된다. 운행기록장치가 설치되지 않거나 미작동 시에도 최대 2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규제를 지키는 것이 안전의 첫 단계라고 강조하며 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 그다지 이의를 달지 않았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휴게시간 의무화법안만 제정해놓고 사업용 차량에 대한 실질적인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키는 격”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꾸준한 단속이 시장 인식 변화와 사고율 감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입엔 찬성하는 업계 “보완점도 수두룩”

화물차업계와 버스운송업계에서는 휴게시간 의무화 법안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보완점도 상당수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안성휴게소에서 만난 대형 트럭 운전자 박모 씨는 “화물차 운전자들의 피로를 풀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취지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30분이라는 휴게시간은 오히려 운행에 방해만 되는 수준”이라며, “그보다는 차고지 확충, 운임인상 등 열악한 근무 환경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토부가 해마다 발표하는 화물차 휴게시설 확충 계획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다단계 운송 등으로 인한 운임저하 문제가 여전히 차주들의 과로운전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버스운송업계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노총 소속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성명을 통해 “대형 상용차 졸음운전을 예방하기 위해선 운전이 끝난 뒤 연속으로 11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이미 1979년에 권고한 것으로 선진국에선 이미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일일 최대 운행시간이 9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휴게시간도 4시간 30분 운행 시 최소 45분의 휴게시간을 의무화하고 하루 11시간을 나누어 쉬되 두 번째 휴식시간은 9시간 이상으로 규정했다.

또한, 일본의 경우도 최대 9시간 이상 운전이 금지돼 있으며, 휴식시간은 업무 종료 후 8시간 이상 휴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교체운전자가 없는 장거리 버스의 경우 하루 운송거리를 주·야간 최대 900km로 제한을 둬 버스 운전자의 과로운전을 방지하고 있다.

피로를 덜어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에 차주들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허나 보완점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실효성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을 생각했을 때 차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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