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연비 열풍', 차업계 전반에 퍼지다

국토교통부장관 배 자동차 연비왕 선발대회’, ‘스카니아 연비 효율 챔피언십’, ‘메르세데스-벤츠 연비 트레이닝 & 경연 대회’, ‘엑시언트 연비 마스터 선발대회’, ‘푸조 시승 연비왕 선발대회’, ‘SK엔카 직영 에코드라이버 선발대회’ 등등 지난 호(45호) ②연비차량으로 승화시킨 ‘세계대회’라는 테마로 두 번째로 꾸며진 ‘볼보트럭 연비왕 대회 10년’은 ‘볼보트럭 대회, 볼보트럭 것만은 아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제목을 뒷받침 해주듯 볼보트럭의 연비왕 대회는 국내외적으로 큰 인기와 관심을 모으면서 상용차 경쟁업체를 비롯하여 승용차 업체, 그리고 더 나아가 정부기관 및 여러 부품업체까지 영향을 미쳤다. ‘연비’ 관련 각종 행사와 연비개념을 적용한 제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계기로 작용한 것이다.

▲볼보트럭 연비왕 대회가 국내 자동차업계 전반에 걸쳐 ‘연비운전’에 대한 중요성과 인식을 심어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들은 각종 연비 관련 행사 및 대회 모습

비슷한 상용차 연비대회들 대거 탄생
연비왕 대회를 10년 이상 진행해 온 볼보트럭코리아. 이 업체를 중심으로 제품 경쟁 상대를 살펴보면 국내업체는 현대자동차와 타타대우상용차, 그리고 같은 수입트럭 업체로는 다임러트럭코리아, 스카니아코리아, 만트럭버스코리아, 이베코코리아 등 모두 7개사가 존재한다.

이 중 현대차와 다임러트럭코리아, 스카니아코리아는 볼보트럭 연비왕 대회를 벤치마킹하여, 자사의 특징을 보완한 좀 더 색다른 형태의 연비대회를 열고 있다.

2012년부터 ‘메르세데스-벤츠 연비 트레이닝 & 경연 대회’라는 이름으로 연비대회를 열고 있는 다임러트럭코리아는 2007년 볼보트럭 연비왕 대회가 시작되기 전, 자사 고객들을 대상으로 기름과 관련한 상용차 이벤트 행사를 한 바 있다. 그래서 상용차업계 일부 관계자는 이 행사를 국내 최초의 상용차 연비관련 행사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 김영재 볼보트럭코리아 사장은 현재의 볼보트럭 연비왕 대회가 만들어지게 된 최초의 아이디어 제공자는 그 때의 다임러트럭 행사였음을 인정하고 있다.

아무튼 다임러트럭코리아는 2012년에 이어 2014년에 볼보트럭과는 다른 모양의 연비관련 대회를 개최하게 된다. 일정한 무게의 컨테이너가 실린 트레일러를 연결한 차량(악트로스 트랙터)으로, 왕복 500km 구간을 오가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구간은 곡선, 오르막길, 내리막길 등 다양한 코스가 포함된 국도로서 고속도로만 주행하는 일반적인 연비왕 대회와는 차별화를 두었다. 실제 장거리 주행 환경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다임러트럭코리아는 작년에 내부적으로 인적개편 및 조직정비 등으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를 맞았다. 그 여파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지만, 고객들을 위해 연비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린다는 전제하에서 앞으로 행사의 모양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임러트럭코리아 관계자는 “연비 행사는 통해 고객의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환경도 보호하는 기회다. 고객들의 안전과 경제적인 운행을 위해 다양한 행사 및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대의 상용차업체인 현대자동차도 뒤늦은 감이 있지만, 2011년부터 ‘연비 마스터 선발대회’라는 명칭으로 대형트럭 고객들을 참가시킨 연비대회를 열기 시작했다. 이 행사 역시 연비에 민감한 상용차 운전자들에게 경제운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현대 대형 상용차의 우수한 연비를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연비 마스터 선발대회’는 트레일러 연결을 배제하고, 짐을 싣지 않은 공차 상태로 트랙터와 덤프트럭 부문을 번갈아 가면서 매년 개최되고 있다. 볼보트럭의 연비왕 대회와는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경쟁이라는 개념에 ‘현대 상용차 가족’이란 개념을 접목시켜 가족도 행사의 장에 불러들였다는 점에서, 볼보트럭과는 차별성을 두고 있다.

연비 마스터 선발대회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지속적인 대회를 통해 고객들의 경제적인 이득을 드리고, 화물차주 및 운송업계 전반에 걸쳐 경제운전에 동참하도록 국내 최대의 상용차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이를 통해 현대 대형 상용차의 연비와 상품성 향상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수입트럭 업체인 스카니아코리아는 볼보트럭, 다임러트럭, 현대차의 행사 내용과는 다소 색다른 형태의 ‘스카니아 연비 효율 챔피언십’을 도입했다. 매월 덤프, 트랙터, 카고 부문별로연비 챔피언을 선정하고, 1년간 매달 효율적인 연비 절감 운행을 선보인 운전자를 수상자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장기간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개발해낸 우수한 연비성능의 스카니아 차량과 운전자의 효율적인 연비절감 운전기술이 조화를 이룰 때 최상의 연비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둔 것이다. 하지만 매달 부문별 연비 챔피언을 선정하기로 되어있으나, 선정자 발표는 물론 행사의 지속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기관도, 승용차업체도 ‘연비왕’
볼보트럭 연비왕 대회의 영향은 상용차분야에만 머물지 않았다. 장수 프로그램으로 운용되면서 연비에 인식이 높아지고, 운전태도에 따라 기름값을 아낄 수 있다는 경제적인 접근 방식이 승용차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우선 시선을 끈 행사로는 정부기관의 참여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국토교통부장관 배 자동차 연비왕 선발대회(Ecodrive Champion-ship)’를 개최했다. 작년에는 2회 대회를 치렀다.

이 대회는 연료절감 및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큰 경제운전을 사회 전반에 범국민 생활운동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기획됐다. 승용차 부문을 중심으로 일부 화물차도 참여시켰다. 이 행사를 통해 국토부는 급출발, 급가속, 급제동 등 단순한 운전습관 교정만으로 연료절감 및 교통사고예방은 물론, 온실가스 감축 등 1석 3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행사와는 별도로 개별 승용차업체들도 연비 행사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비슷한 형태의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푸조 수입사 한불모터스는 지난해 12월 자사의 차량인 ‘508 1.6’과 ‘308 1.6’ 고객을 대상으로 1년 치 주유권(약 12만 원)을 내건 시승 연비왕 선발대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푸조는 높은 경제성을 갖춘 고연비 차임을 홍보하는 동시에 연비에 중요성을 고객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한국지엠 역시 지난해 10월 ‘스파크 연비 경연대회’라는 연비대회를 개최했다. 20km 이상 주행한 뒤 계기판의 주행거리와 평균연비 사진, 자신만의 스토리를 제출한 고객 중 가장 높은 연비를 기록한 연비왕 4명을 선발하는 방식이었다. 동시에 연비 운전 습관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여 최적의 실주행 연비를 얻을 수 있는 비법도 함께 전달했다.

상용차 부문에서 연비 마스터 선발대회를 매년 열고 있는 현대차는 승용차 부문에서도 연비대회를 도입했다. 2011년에 개최된 ‘쏘나타 하이브리드 연비왕 선발대회’다. 비록 이 대회는 짧은 수명으로 대회가 이어지지 못했지만,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잇는 하이브리드 차종에 연비라는 개념을 도입한 최초의 행사로 기록되고 있다.

‘중고차’도 있다…SK엔카 5회째 치러
연비대회는 승상용 신차에 국한되지 않았다. 중고차 부문도 뛰어든 것이다. 중고차 매매 전문기업 SK주식회사 엔카는 올해로 다섯번째의 ‘SK엔카직영 에코드라이버 선발대회’를 개최했다.

의외의 장수 대회로 기록되고 있다. 이 대회는 다양한 브랜드의 중고차 매매라는 성격에 부합하게 다양한 차종, 모델, 연식의 차량 100여 대를 참가시키고 있다.

매년 에코드라이버 선발대회를 개최해 내 차의 실주행 연비를 확인하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연비 운전의 장점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교외로 드라이브도 즐기면서 연비를 높이는 올바른 운전습관을 공유할 수 있는 행사라는 게 SK엔카의 설명이다.

상용차와 승용차 분야에서 치르는 연비관련 대회는 분명 마케팅 활동의 일환이지만, 자사 고객들에게 연비운전 혹은 경제적인 운전을 경험을 통해 제공한다는 점에서 상용이든, 승용이든 별반 차이가 없다.

연비 향상시킨 부품·용품들 대거 출현
연비대회는 이처럼 행사 주최가 누가되든 승·상용 운전자 전반에 걸쳐 경제적인 운전, 혹은 연비운전이라는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더 나아가 배기가스 감축 등 환경개선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연비를 향상시킨 부품과 용품들의 출현이다. 유로5, 유로6 등 환경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각 상용차 업체들은 이를 충족하면서 동시에 연비를 향상시킨 차량들을 속속들이 내놨다. 이런 차량의 개발흐름에 연비향상을 이룬 부품과 용품류로는 타이어, 트랜스미션, 윤활유 등이 대표적이다.

타이어의 예를 들면 이렇다. 한국타이어는 ‘앙프랑에코’를 판매 중이다. 지난 2008년 '앙프랑'이라는 전문 브랜드를 만들고 국내 업체로는 가장 먼저 친환경 타이어 시장에 뛰어든 한국타이어의 노력이 집약된 앙프랑에코는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해주는 기술들이 적용돼 높은 연비를 구현했다.

금호타이어 역시 4년 간 500억 원을 투자해 2012년 3월 '에코윙S'를 출시했다. 에코윙S는 연비와 제동 성능을 모두 잡은 타이어의 개발을 위해 16개의 다국적 재료 업체와 공동 연구를 한 결과물이다.

이 밖에 수입업체인 미쉐린이 ‘에너지세이버+’를, 브릿지스톤은 ‘에코피아EP100’을 굿이어는 ‘GT에코스테이지’를 등을 각각 선보이는 등 외국 업체들도 국내 친환경 타이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타이어업계에서는 친환경 타이어를 탑재함으로써 5~16%의 차량 연비 향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비향상을 이룬 타이어는 각종 연비왕 대회의 직접적인 파생물로 보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 가능하다. 여기에 환경과 연비를 내세우는 전세계 자동차시장에서의 개발 분위기에 부품분야도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연비'는 차량뿐만 아니라 각종 부품 및 용품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하면서, 연비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큰 계기가 됐다. 연비개념을 도입한 상용차용 타이어 런칭 모습

타이어 못지않게 연비에 공을 들인 제품도 등장했다. 엔진오일이다.

지난해 SK루브리컨츠는 윤활유 브랜드 ‘지크(ZIC)’ 출시 20주년을 맞아 상용차용 엔진오일은의 성능을 업그레이드 한 ‘뉴 지크(New ZIC)’를 새롭게 출시했다. 이 엔진오일은 전 세계 디젤차 트렌드에 맞춰 연비개선 효과 극대화한 점을 강조했다.

국내 상용차시장에 엔진오일과 트랜스미션 오일을 공급하고 있는 에쓰-오일토탈은 연비 감소 효과가 큰 연료 절감형 기어오일로 트랜스미션 XS FE 75W-80’와 ‘트랜스미션 RS FE 80W-90’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 제품은 100% 합성 기어오일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개발한 수동 변속기 및 반자동 변속 기어오일이다.

이렇듯 상용차량을 중심으로 승용차, 중고차, 그리고 부품·용품에까지 연비 인식은 자동차업계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이다. 연비관련 행사 및 대회는 주로 자사의 고객들을 위한 마케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고는 있지만, ‘연비’는 이제 어느 특정인 소유물이 아닌 전체 공유물이 돼 버린 것이다. 볼보트럭 연비왕 대회가 직간접적으로 가져다 준 큰 선물임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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