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연비차량으로 승화시킨 ‘세계대회’

“2006년 3차 오일 쇼크, 2000년대 초 경유가격이 리터당 500~600원에서 1,200~1,300원으로 치솟았습니다. 이는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량을 감축한 데다, 중국의 급속한 성장, 미국의 경기 회복이 동시에 맞물려 발생했지요. 그래서 트럭 운전자들은 유류비 증가로 심한 고충을 받게 됐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돼 ‘연비왕 대회’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지난 6월 말 볼보트럭코리아는 강원도 인제에서 ‘볼보트럭 연비왕 대회’ 10회 대회를 치렀다. 10년이란 매우 뜻깊게 치르는 연비왕 대회에서 김영재 볼보트럭코리아 사장은 연비왕 대회의 직접적인 탄생 계기는 ‘고유가’였음을 강조한 내용이다.

▲ 볼보트럭 연비왕 세계대회 모습. 관계자들이 주행차량을 지켜보고 있다.

지역단위서 세계대회로 발전시키다
볼보트럭의 다양한 마케팅 프로그램 중 대내외적으로 가장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연비왕 대회’는 볼보트럭만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기름값 고저(高低)를 떠나 화물차 운전자들은 항시 기름을 달고 다녀야만 한다. 생업을 위해서다. 총지출의 절반가량 차지하는 기름값이 올라가면 올라간대로, 내려가면 내려간대로 지출해야만 한다. 문제는 기름값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올라갔을 때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유가보조금 등 정부가 일부 보조해 주는 부분도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볼보트럭은 그래서 ‘운전’과 ‘연비’에서 기름값 절약 10%의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연비와 관련, 차량 개발은 별개 문제다. 여하튼 연비향상을 통해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다는 ‘해법(解法)’을 제시한 것이 볼보트럭코리아였고, 동시에 연비왕 대회였다. 연비는 환경문제와도 결부돼 있지만, 솔직히 화물차 운전자들에게는 경제적인 문제 외에는 별 관심이 없다. 

당시 우리(볼보) 고객은 물론 모든 트럭 운전자들은 유류비 증가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게 됐다는 김영재 사장. 그는 “그 방법으로 운전자들에게 잘못된 운전습관을 바르게 고쳐 연비향상을 가져오게 한다면, 고유가시대에 조금이라도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아니냐”며 대회의 탄생동기를 부연했다.   

이런 ‘볼보트럭 연비왕 대회’는 10년 전인 2007년 지역단위로 처음 개최됐다. 트럭 운전자와 화물운송업계에서 ‘연비’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 게 이때부터 였다. 연비왕 대회를 지켜본 화물운송업계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볼보트럭코리아는 2년차부터는 지역단위에서, 본사차원으로 대회를 치르기 시작했다. 화물운송업계는 전혀 생소했던 ‘연비왕 대회’를 통해 비로소 ‘연비의 중요성’에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연비왕 대회는 운전자의 운전습관과 연비는 밀접한 ‘상관 관계’가 성립한다는 사실을 입증시키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다시 말해 급출발, 급정지, 잦은 기어변속, 공회전 등 기름 소모에 영향을 미치는 올바르지 못한 운전습관을 고치느냐 않느냐의 여하에 따라 연비가 좋아지고, 나빠지고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다.

대회를 연비차량 개발로 승화시키다 
연비를 운임수입과 경비지출이라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함에 따라, 연비왕 대회는 한국에서 큰 관심과 인기를 끌었다. 급기야 ‘차량 연비’가 지역단위만의 프로그램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인식하에 스웨덴 볼보트럭은 이를 본사차원으로 발전시켜 세계대회를 열기 시작했다.

2010년 제1회 ‘볼보트럭 연비왕 세계대회(VOLVO TRUCKS FUALWATCH COMPETITION WORLD)’가 바로 그것이다. 세계대회 역시 한국처럼 매년 한번도 거르지 않고 현재까지 지속돼 오고 있다.

세계대회는 한국 및 호주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유럽지역 30여 개국 볼보트럭 운전자들이 치열한 국가별 예선을 거쳐 결선을 치르는 형식이다. 올해로 7년째다. 오는 9월로 예정된 세계대회(스웨덴 행사) 역시 국가별 예선을 거쳐 결선방식의 본선을 치른다. 대회라는 형식을 띠면서 치열한 경쟁심리가 작용하지만, 볼보트럭은 이를 축제의 장으로 즐거움도 선사하고 있다.

아무튼 지역에서 창안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가져와 세계대회로 발전시킨 연비왕 대회. 그렇다면, 스웨덴 볼보트럭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한국에서처럼 매년 세계대회를 여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지금까지 세계대회에 매번 참여해 취재해 왔던 기자입장에서 그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에서의 연비왕 대회는 운전습관 개선을 통한 연비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세계대회는 보다 세밀한 운전자의 운전태도와 연비와의 관계, 그리고 차량개발에 초점을 맞추어져 있다는 점에서 개념과 차원을 좀 달리한다. 그래서 글로벌 상용차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하는 볼보트럭 입장에서 연비왕 대회는 대회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스웨덴 볼보트럭 한 관계자의 말이다. “한국에서 연비왕 대회를 창안하고, 스웨덴 본사에서 이를 더욱 발전시킨 것은 대회 자체로서의 의미는 물론이고, 운전자의 운전습관에 따라 연비 차이가 많이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하고 대회 때마다 보다 다양한 코스에서 운전습관과 연비와의 상관관계, 그리고 차량 개발 시 이를 적극 적용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 볼보트럭 연비왕 세계대회에 참가한 각국 선수들이 국가별로 모여있다.

연비와 운전습관, 매뉴얼로 공유하다
볼보트럭은 그동안 세계대회를 통해 연비향상을 위한 여러 형태의 과정물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연비향상을 위한 운전습관을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매뉴얼이다.

이 매뉴얼은 ‘왜 연비운전이 중요한가?’라는 물음부터 던진다. 이를 통해 화물차주들은 더 많은 시간동안 트럭을 가동할 수 있고, 연비운전에서 터득한 지식과 경험을 다른 운전자들에게 공유하여 이익을 얻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더해 차량의 가동시간을 높이면서 궁극적으로 유류비 절감과 더 나은 수익성을 이끄는데 최적의 조건임을 제시한다.

환경적인 측면도 있다. 연비향상을 통한 유류비 절감은 곧 탄소배출과 환경오염이 감소되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도로 위 수백만 대의 트럭들이 한꺼번에 쏟아내거나 소비하는 연료가 연비운전으로 10% 정도 감소되는 영향을 상상보면, 매우 긍정적이라는 데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매뉴얼은 운행 전후의 연비운전을 위한 방법도 구체화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연비왕 대회를 통해 검증된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운행 전에 무엇보다 ①운행계획을 세울 것을 권하고 있다. 이후 ②평평한 도로를 선택하고 엔진마력과 브레이크 사용을 최소로 사용 할 수 있는 운전경로를 계획한다. ③교통과 날씨조건, 도로상황에 대한 최신 업데이트하고 출퇴근시간은 가급적 피한다. ④항상 차량 정비를 실시한다 ⑤매일 전면에서 후면, 내부와 외부 일상점검 하는 것은 안전과 차량가동시간에 매우 중요하다. ⑥운행하기 전에 차량이 정상적으로 시동이 걸리는지 점검한다. ⑦거울과 좌석 위치가 올바르게 조정 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⑧정기적으로 타이어 공기압을 확인한다. 타이어의 공기압력 부족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연료 소비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⑨과적재를 하지 않는다. 적재량은 직접적으로 연비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⑩건강과 몸을 생각한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도로위에서 연비운전을 하는 동안 경계태세를 취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연료 소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운행  중에는 ①일정한 속도 유지 ②안전한 곳에서는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 ③일정하게 낮은 속도 유지 ④급발진과 급제동 지양 ⑤도로상황을 예측하고 항상 앞 차량과 안전거리를 유지 ⑥기어 변속 최소화 ⑥감속 시 탑기어 사용 극대화하고 조건이 허용된다면, 정상 순항속도에 도달하기 위해 기어변속 건너뜀 ⑦부드러운 운전과 내리막길에서 엑셀페달 사용 억제 ⑧최소한의 브레이크를 사용하고, 가속도 유지 ⑨최소한의 노력으로 지형의 이점 이용 ⑩불필요한 공회전 최소화 등을 바른운전 교범으로 적시했다. 
매뉴얼은 정기적인 차량점검 등 운행 이후에도 연비운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운행 전, 그리고 이후의 이같은 운전습관은 연비향상을 통해 유류비를 절감하고자 하는 화물차주라면,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물론 이외에도 연비향상에 도움이 될만란 조건들도 많다.

‘연비향상은 곧 수익증대’…기본을 알다
앞서 언급했듯이 화물차 운전자들은 항시 기름을 달고 다녀야만 한다. 생업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사업용 화물차는 40만 대 정도. 최소한 40만 명 이상이 개인형태든, 기업형태든 사업자로 운송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자가용 형태가 아닌 한 운임 수익을 올려야만 한다. 그래야 생업은 물론, 사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연비왕 대회는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연비만한 게 없다는 점을 찾는다. 그 사례다.
지난해 열린 세계대회에서 입상한 최고의 연비 운전자들은 일반적인 운전습관에 비해 17.5% 가량 연료를 적게 사용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금전적으로 계산해 보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30% 이상 연비향상된 차량 내놓다
얼마 전 볼보트럭은 기존 차량에 비해 연비가 무려 30% 이상 향상된 차세대 ‘볼보 컨셉 트럭’을 공개했다.

이 트럭은 주요 동력전달장치 및 공기역학적인 부분의 개선점 외에도 회전 저항을 더욱 낮출 수 있도록 새롭게 개발된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어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시켰다.

볼보트럭은 FH 420 트랙터를 기반으로 볼보 D13 유로6 엔진을 장착, 지난 2015년 가을 스웨덴에서 성공적으로 테스트 주행을 마쳤다. 공개된 모델 그대로 시중에 출시되지는 않지만, 볼보 컨셉 트럭에서 선보인 공기역학 기능 중 일부는 볼보트럭의 양산 차량에 이미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다양한 솔루션이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볼보트럭만의 기술력이 응집된 이 컨셉 트럭은 2011년부터 연구에 착수, 공기 역학적 설계와 공차중량의 감소로 장거리 운행 시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연구가 시작된 시기는 2010년 연비왕 세계대회가 시작된 바로 이듬해다. 볼보트럭은 세계대회를 통해 운전자의 운전습관과 연비향상과의 관계,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연비차량 개발이라는 목적에 큰 비중을 두고 진행하고 있었다. 이는 취재과정에서도 드러난 사실이다. 실제 볼보트럭은 운전 중 연비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것은 65% 정도로, 차량 전체의 3분의 2 정도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가속과 언덕(10%), 공기 정하(9%), 타이어 노면 저항(12%), 교통과 도로 상태(4%) 등에서는 연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세계대회 실테스트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연비가 30% 이상 향상된 볼보 컨셉트럭이 이 범주에서 개발됐음을 짐작 가능한 대목이다.

연비 편차와 평준화에 두 번 놀라다
세계대회는 올해로 일곱 번째 열리게 된다. 지난 여섯 차례 대회 중, 대회를 창안한 한국(볼보트럭코리아) 참가자는 초기 3회 대회까지 매우 우수한 연비를 기록하면서, ‘연비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경쟁국들 조차 연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대회에 국가별 자존심이 생겨나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연비 차이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초기 세계대회는 연비에 대한 뚜렷한 우열, 우승자와 준우승자, 그리고 우승자와 등외 자 간의 연비 차이는 적게는 10~20%, 많게는 30~40%까지 나는 것에 참가자와 볼보트럭 관계자 모두 “이 정도까지 날 정도냐”며 동일 운전조건하에서의 심한 연비 차이에 놀랄 정도였다.

대회가 거듭될수록 상황은 매우 달라졌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세계대회에서는 우승자와 등외자 간의 연비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참가자들의 연비가 골고루 향상된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도 다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연비향상, 연비의 평준화, 연비차량 개발은 볼보트럭 연비왕 세계대회가 가져다 준 가장 큰 선물임에 틀림없다. 앞으로도 이 선물은 더욱 새롭고 발전된 모습으로 나타나기를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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