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에 한 번씩 위기 맞이하는 화물차 시장
최신예 유럽 환경규제로 아시아 시장서 우뚝
화물운송시장 업종개편 등 시장의 요구와
지속가능한 친환경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

국내 화물차(트럭) 시장은 한해 약 30만대 안팎의 수요를 갖춘 시장으로, 전 세계 상용차 신규등록대수 순위로 따져보면 14위권 수준이다. 이중 유로6 수준의 최신예 환경규제를 적용한 국가로 살펴보면, 세계 6위(픽업트럭 제외), 일본 다음 아시아 2위를 자랑한다.
국내 트럭 시장의 경우는 사실상 아시아 시장의 ‘등용문(테스트베드)’으로 대우받고 있다. 시장의 규모와 영향력이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 같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 Trucks가 갓 태어난 불과 25년 전만 해도 국내 트럭 시장은 수입트럭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수입트럭 비중이 미미했다. 평가는 2000년대 들어서부터 수입트럭 브랜드들이 대거 진출과 함께 유럽기준에 맞춘 강력한 환경규제, 여기에 개인의 취향과 니즈에 따라 트럭을 구매할 수 있는 개인화물차주의 위주로 구성된 시장 등이 맞물려 변화하기 시작했다.
Trucks 25주년 창간호를 기념해 25년 전인 1999년부터 현재까지 트럭 시장의 변천사를 짚어봤다.

201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화물운송시장선진화 방안이 실행되는 시기다. 그간 유로6 적용으로 화물차는 첨단화됐으나, 법규는 여전히 후진적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과적을 줄이기 위한 과적 ‘삼진아웃제’, 운임저하를 막기 위한 ‘참고원가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휴게시간 의무화’ 등 관련 법안을 개정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현실반영이 안된 빗나간 정책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정부는 2016년 발표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의 내용을 기틀로 잡은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화물차 시장의 대대적인 채질개선을 이루려했다.
이 방안의 세부내용은 크게 ▲영업용 화물차 진입규제 완화 ▲업종개편 ▲화물차 안전운임제 도입이다.
진입규제 완화의 경우 1.5톤 미만 친환경차 또는 20대 이상 직영차량 운송업체를 대상으로 양도·양수 금지 조건을 내걸었다. 친환경 화물차 보급을 늘리고 장기적으로 직영체제 운송업체를 늘려 지입차량을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업종개편도 진행했다. 기존 용달(1톤 이하 / 1대 이상) △개별(5톤 미만 / 1대) △일반(법인, 5톤 이상 / 1대 이상)으로 나뉘던 업종을 차량 대수에 따라 △개인(1대) △일반(법인, 20대 이상)으로 이원화하는 것을 골자로 시행됐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톤급제한도 완화됐다. 기존 개인사업자는 5톤 미만으로 톤급이 제한돼 중량 짐을 운송하기 위해 과적을 일삼는 경우가 많았지만 톤급제한 완화로 대형화물차 운행이 가능해짐으로써 운송시장에 유연성을 부여하겠다는 목적이다. 구체적으로 차량을 1대 보유한 개인사업자는 △소형 1.5톤 미만 △중형 1.5톤 이상~16톤 이하 △대형 16톤 초과 범위 내에서 대차가 가능해진다.
기존 개인사업자는 5톤 미만으로 톤급이 제한돼 중량 짐을 운송하기 위해 과적을 일삼는 경우가 많았지만 톤급제한 완화로 대형 화물차 운행이 가능해짐으로써 운송시장에 유연성을 부여하겠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업종개편을 골자로 한 화물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의 세부규칙인 화물차 대폐차 업무처리 규정 개정안은 업계의 의견이 상이해 수정안이 마련됐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최저운임을 고시하고 이에 강제력을 부과하는 화물차 안전운임제는 2020년 시행을 목표로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일부 품목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화물차 안전운임제는 표준운임제와 유사한 개념으로 일종의 화물차주 최저임금으로 볼 수 있다. 화물운송시장의 선진화를 이해당사자들의 인식이 더욱 개선되어야하지만 의미 있는 한 발자국을 내딛은 셈이다.
또한 주선수수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주선수수료 상한제 법안을 발의하는 등 낙후된 화물차운수사업을 두고 제도 개선에 다양한 시도가 일어났다. 2019년 업종개편 등 대대적인 화물운송시장의 변혁을 두고 이해당사자 간 진통이 예상되는 가운데 조금씩 선진 운송시장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코로나19가 도래한 2020년은 국내 경제의 침체기였다. 장기간 지속된 화물차 시장의 침체와 건설 경기의 둔화가 겹치며 트럭 시장도 얼어붙었다.
국산과 수입트럭 모두 부진했는데, 특히 국산대비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모델 가짓수가 적은 수입트럭의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물동량 감소에 따른 영향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테이너 및 시멘트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안전운임제 시행의 긍정적인 여파를 통해 트랙터와 트레일러의 신규 등록 대수가 동반 상승하는 호조도 있었다. 화물운송시장 업종개편의 영향으로 중형 카고 트럭의 판매가 오히려 증가하기도 했다.
4.5톤에 한정됐던 개인 영업용 번호판의 증톤이 허용되어 기존의 중형 카고에서 8톤 이상의 준대형급 이상의 트럭으로 수요가 몰려 오히려 준대형 트럭의 판매도 상승했다. 코로나가 국내 경제에 미친 부정적인 파급력을 생각하면 트럭 시장의 판매량은 예상보다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곧이어 2021년에는 국내에도 강화된 유로6 스텝D 규제가 적용되어 상용차 브랜드에서는 풀체인지 모델을 선보임으로써 구매자들의 심리적 부담을 줄여나갔다. 배출가스 규제 충족이 빠른 유럽의 볼보트럭, 스카니아, 만트럭, 다임러트럭 등과 같은 수입 브랜드를 필두로 국산 브랜드인 현대자동차와 타타대우상용차도 빠르게 유로6 스텝D 규제를 충족하는 차량을 준비했다.
이와 함께 노후화물차의 조기폐차를 유도하기 위해 조기폐차 보조금 상한선이 기존 30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올라 친환경차 보급에 속도를 냈다. 친환경차 보급에 배정된 예산은 ▲2020년 1조 1,497억 ▲2021년 1조 2,000억 ▲2022년 총 2조 8,279억 원 ▲2023년 2조 5,992억 으로 상승하여 친환경차 보급에 힘을 쓰고 있다.
그 결과 소상공인의 발 1톤 전기트럭인 현대자동차 ‘포터2 일렉트릭’과 기아 ‘봉고3 EV’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각종 수입업체들도 LFP(리튬인산철)를 탑재한 소형 전기트럭을 선보였으나, LFP 배터리 탑재 차량에는 보조금을 삭감한다는 내용의 2024년 국고보조금 정책으로 판매량은 전무한 수준이다.

대형 전기트럭의 경우 장거리 주행이 많고,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단점으로 인해 현재까지 국내 판매는 ‘0’에 가깝다. 지난 2022년 출시한 볼보 ‘FH 일렉트릭’을 국내에 도입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판매량을 말할 정도가 아니다.
한편 2024년에는 1톤 디젤 택배차량의 신규 등록을 금지하는 대기환경보전법이 시행되어 현대자동차 ‘포터2’와 기아의 ‘봉고3’ 디젤 모델이 단종되었다. 이는 LPG 터보 엔진을 얹은 모델로 대체되었다.
현대자동차에서는 소형 승합차인 스타리아를 기반으로 한 목적기반상용차(PBV) ‘ST1’을 출시하여 향후 포터와 봉고의 단종 이후를 대체할 상용차로써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 확대와 유로4를 포함하는 노후경유차 조기폐차 정책으로 인해 친환경 상용차의 판매량은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와 올해 정책적인 면에서 큰 관심사항이 등장했다. 국토부가 운송기능을 담당해야 할 화물운송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차주에 대한 불이익을 최소화 하는 것을 골자로 한 화물차운수사업법에 손을 댄 것이다.
위·수탁제는 차주가 운송사업자로부터 영업권을 대여받는 형태인데 이를 운송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차주에게 부당한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토록 했다. 이를 통해 일명 ‘번호판 장사’에 대해서 법적 처벌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안 제21조제27호, 제28호를 신설해 ‘운송사업자가 위·수탁계약의 체결을 명목으로 위·수탁차주에게 금전을 수취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법적 처벌 수위도 강화했다. 신설된 제21조제28호는 위·수탁계약을 해지한 경우 명의 이전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명의 이전을 이유로 위·수탁차주에게 금전을 요구하거나 수취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와 더불어, 안전운임제 대신 표준운임제 가이드라인 발표도 예고하고 있다. 화물차 시장의 친환경으로의 전환 속 지입제도의 병폐에 대해 강력한 ‘메스’를 꺼내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