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에 한 번씩 위기 맞이하는 화물차 시장
최신예 유럽 환경규제로 아시아 시장서 우뚝
화물운송시장 업종개편 등 시장의 요구와
지속가능한 친환경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

국내 화물차(트럭) 시장은 한해 약 30만대 안팎의 수요를 갖춘 시장으로, 전 세계 상용차 신규등록대수 순위로 따져보면 14위권 수준이다. 이중 유로6 수준의 최신예 환경규제를 적용한 국가로 살펴보면, 세계 6위(픽업트럭 제외), 일본 다음 아시아 2위를 자랑한다.
국내 트럭 시장의 경우는 사실상 아시아 시장의 ‘등용문(테스트베드)’으로 대우받고 있다. 시장의 규모와 영향력이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 같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 Trucks가 갓 태어난 불과 25년 전만 해도 국내 트럭 시장은 수입트럭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수입트럭 비중이 미미했다. 평가는 2000년대 들어서부터 수입트럭 브랜드들이 대거 진출과 함께 유럽기준에 맞춘 강력한 환경규제, 여기에 개인의 취향과 니즈에 따라 트럭을 구매할 수 있는 개인화물차주의 위주로 구성된 시장 등이 맞물려 변화하기 시작했다.
Trucks 25주년 창간호를 기념해 25년 전인 1999년부터 현재까지 트럭 시장의 변천사를 짚어봤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9년은 나라 안팎으로 사정이 좋지 않던 시기였다. 이 때 트럭시장은 어땠을까.
국내 트럭시장은 1990년대 중반까지는 현대자동차(’67. 12.~), 기아(’90. 3.~), 타타대우상용차(’83. 1.~), 쌍용자동차(’88. 3.~), 아시아자동차(’65. 7.~), 삼성자동차(’97. 3.~) 등의 국내 사업자들이 주축으로 중대형 트럭을 생산하며 국내 트럭 시장을 견인했다. 1990년대 연간 트럭 생산량은 20만 대 수준으로 지금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내수는 모조리 국산의 몫이었다.

그렇다고 수입트럭 브랜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병행수입 정도로 국내서 그 이름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입트럭 업체의 공식 진출은 1995년 스카니아가, 1997년 볼보트럭이 한국에 지사를 세우고 진출하고 부터다. 그러나 수입트럭 브랜드의 판매량은 연간 500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저조했다.
국산 강세 속에서 1997년 외한위기 직후 국산 트럭 시장은 재편을 맞이하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 금융을 앞두고 한국의 중견기업들이 쓰러지기 시작하면서 물류운송이 멈췄다. 트럭 생산은 물론, 내수 시장 또한 반 토막이 나는 등 시장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판매가 멈추자 국산 트럭 브랜드들 또한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1999년 기아는 아시아자동차와 함께 현대차에 인수되어 현대차그룹에 편입됐다. 2000년에는 삼성자동차가 상용차 생산에서 손을 떼고, 승용차 부문에만 전념하기 시작하는 등 국내 상용차 브랜드들은 잇단 부도와 합병, 수입트럭 브랜드들의 본격적인 진입 등으로 새롭게 재편되기 시작했다.
쌍용차도 1990년 말까지 메르세데스-벤츠 엔진을 기반으로 대형트럭을 만들었으나, 막대한 적자로 인해 결국 1998년 대우그룹에 인수됐다. 하지만 대우그룹도 외환위기 여파로 흔들리면서 2000년 주요 계열사가 모조리 워크아웃에 들어가 공중 분해됐다.
이에 정부는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 영업용 화물차 등록 체제를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다. 그 결과 내수는 다시 예전의 활기를 찾았다. 1998년 13만 여 대에 불과했던 신규등록대수가 1999년에는 20만대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몇 년 뒤 공급과잉이라는 역효과를 불러오고 말았다.

2019년 현재, 국내 중대형 트럭 시장은 현대차, 타타대우상용차를 비롯해 볼보트럭코리아, 스카니아코리아, 만트럭버스코리아, 다임러트럭코리아, 이베코코리아로 요약되는데, 2000년대 초반은 이베코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가 현재의 구도를 만들며, 자리를 잡는 시기였다.
1999년 화물차 등록제로 바뀜에 따라, 신차 수요가 활발해지면서 본격적으로 유럽산 브랜드의 진출이 시작됐다. 2001년 국내에 만트럭버스코리아가 설립됐으며, 2003년에는 다임러트럭코리아가 출범했다. 볼보트럭, 스카니아와 함께 수입트럭 4개사 시대가 열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수입트럭 브랜드의 신규등록대수(특장차 제외)는 605대에서 2002년 1,495대, 2003년 2,507대로 급격히 성장했다. 공중 분해된 상용차 브랜드들을 붙잡고 있던 국내 트럭 제조사들도 내수 판매에 힘을 집중했다.
현대차는 기아의 준중형 트럭 라이노 등 기아차 중·소형 봉고와 대형 버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현대차로 흡수하며, 힘을 집중시켰다. 현대차는 기아와의 경쟁과 중복 차종이었던 2톤 이상 준중형 트럭(봉고 프런티어)과 중형 트럭(라이노)을 현대차의 마이티와 메가트럭으로 각각 단일화시키면서 단종시켰다.
다만, 소형 차종의 경우 연간 15만 대 안팎의 시장 수요를 고려해 단일 차종보다는 2개 이상의 브랜드 필요성을 감안, 1톤 봉고는 그대로 유지시켜 현대차·기아의 독점 시장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대우자동차에서 빠져나온 대우상용차는 2004년 7월, 인도 최대의 대기업인 타타(TATA)사가 대우차의 트럭제조 부문을 인수해 현재의 타타대우상용차가 되었다.
참고로 버스부문의 경우 2002년 영안모자가 인수하여, 자일대우버스라는 사명으로 중대형 버스를 판매했다. 대우는 과거 대우차의 명성을 살려, 현대차와 국내 트럭 시장을 이원화하는데 성공했다.

정부 정책의 결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영업용 화물차는 시장의 왜곡을 가져왔다.
2000년대 초반 신차 시장은 살아났을지라도, 공급 과잉으로 인해 운임비가 하락하고, 화주는 차량을 직접 소유하기보다 저렴한 화물차를 찾아 하청을 주게 됐다.
이 같은 현실에 2003년 화물연대는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라는 구호와 함께 대규모 파업을 단행하기에 이른다. 이들의 요구는 경유가 인하, 통행료 인하, 지입제도 폐지, 다단계 알선제 폐지 등이었다. 이에 정부는 영업용 화물차를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다시 전환해, 화물차 수요를 제한했다. 일부 특수차량을 제외하고, 일정기간 신규공급을 동결했다. 화물운송종사자격제도 시행하는 등 화물운송시장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다방면의 대책을 선보였다.
오늘날까지 영업용 화물차는 허가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영업용 번호판에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등 다른 부작용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2019년 7월 정부는 업종개편을 통해 약 15년 만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중대형 트럭 특성상 물류운송시장에서 각종 산업자재, 산업생산물 및 건설부자재 등의 운송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형트럭을 활용한 운송수요는 실물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건설용 트럭의 한 축인 덤프트럭의 경우 건설투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많이 받고 있으며, 트랙터 및 중대형 카고트럭은 수출입의 증감이나 산업생산의 증감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다.
2007년, 정부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의 영향으로 건설투자가 증가하면서 덤프, 믹서 등 건설용 트럭 판매대수가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오며, 우리나라 전반적인 경제상황은 물론, 건설경기까지 악화되어 건설용 트럭 판매가 크게 줄었다.


트랙터와 카고트럭을 포함하는 화물차의 등록대수도 2002년 이후 소폭이나마 꾸준히 증가하다가 건설용 트럭과 함께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2009년에는 정부가 22조원을 투자한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정부의 건설 및 토목경기 활성화 정책으로 건설용 트럭과 중대형 트럭 등록대수 증가율이 다시 높아지는 등 건설경기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모습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