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품 수급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고물가, 고금리 등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악재 앞에 국내 상용차시장의 날개가 꺾였다. 지난해 말부터 회복세를 그리던 트럭 신차 시장은 감소세로 돌아섰고, 급격히 치솟은 물가에 화물차 운전자들의 신음은 더욱 커졌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산 전기상용차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시장 판도에 변화가 감지됐으며, 정부는 침체기를 겪는 특장 업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올해 상용차 업계의 주요 이슈 거리를 요약해본다.

① 주문 많아도 부품 없어 신차 못 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생산 차질 문제가 올해에도 이어졌다.
상용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코로나19가 완화된 이후 국내 트럭 주문량이 급격히 높아졌지만 판매량은 기대에 못미쳤다. 부품 수급난으로 인해 차량을 만들 수 없거나 재고를 확보할 수 없어 차를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한 탓이다.
실제로 올해 1~10월 판매된 준중형 이상 트럭(적재중량 2톤 이상 카고+특장차, 트랙터, 15톤 및 25.5톤 이상 덤프트럭)은 총 2만 6,538대로 전년 동기(2만 6,622대) 대비 0.3% 하락했다. 지난해 국내 트럭 판매량이 전년도 대비 23%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여전히 평년 수준을 밑도는 상황이다.
이는 부품 수급난에 따른 차량 생산 차질 문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러-우크라 전쟁 장기화, 해상 물류 적체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트럭 수요는 여전히 높은 만큼, 글로벌 악재가 완화할 경우 트럭 시장은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② 찻값부터 기름값까지 모두 올랐다
글로벌 경제를 덮친 악재는 화물차 운전자의 지갑 사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 찻값 인상률은 평년 수준의 2~3배를 웃돌았고, 경유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리터당 2,000원을 돌파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트럭 신차 가격은 지난해보다 5~10%, 특장 가격은 10~20% 올랐다. 찻값과 특장 가격이 급격히 오른 건 철광석을 비롯한 자동차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탓이다. 실제 올해 초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차량용 강판 공급가를 두 배 이상 인상했고,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가격은 2년 전 대비 약 50%, 200% 치솟았다.
이러한 가운데 러-우크라 전쟁 발(發) 유가 급등 사태가 화물차 운전자의 부담을 가중했다. 지난해 5월 국내 경유 판매가격은 사상 처음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화물차 운전자의 한 달 수입 중 30~ 40%를 차지하던 유류비는 50~60% 수준까지 뛰었다.
이밖에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으로 엔진오일과 타이어, 필터류 등 각종 차량 부품 가격도 큰 폭으로 뛰어, 정부의 경유 보조금 대책에도 불구하고 운휴를 고민하는 화물차 운전자가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③ 속도 붙은 중국산 전기상용차 진출
빠르게 커가는 국내 전기상용차 시장에서는 중국산 제품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국내 시장에 진출한 중국산 전기버스와 전기트럭은 매년 늘고 있다. 지난 2019년 4개사에 불과했던 중국산 전기버스 수입 및 판매사는 올해 초 12개사로 늘었고,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1~9월 기준)은 45.7%(전장 6m 이상 기준)까지 확대됐다.
중국산 전기트럭 수입 및 판매사의 경우 지난해 9개사에서 올해 13개사로 증가했는데, 현대차와 파워프라자, 디피코 등을 제외한 대부분 브랜드가 중국산 섀시를 들여와 일부 부품만 국내서 조립해 판매하고 있어 사실상 중국산 기반 모델이 다수인 상황이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경우 낮은 가격이 무기로, 정부와 지자체의 구매보조금을 받으면 1억 원 초반에 구매할 수 있다. 이는 국산 전기버스보다 수천만 원 저렴한 가격이다. 중국산 전기트럭은 낮은 가격은 물론 국산 전기트럭 대비 빠른 출고를 내세우며 시장을 공략 중이다.
④ 제도 개선과 투자로 특장 업계 ‘날개’
정부는 침체를 겪는 특장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제도 개선과 투자를 단행했다.
먼저 특장업체가 차량 안전검사를 자체 수행할 수 있도록 지난 5월 안전검사 관련 제도가 개정됐다. 그간 특장업체는 차량을 생산할 때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안전검사를 위탁했다. 이때 차량 한 대당 위탁검사 및 탁송 비용으로 약 40만 원이 소요됐는데,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비용 발생을 줄여 특장 업계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특장 업계는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업계 전반적으로 연간 100억 원 수준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국내 상용차 산업 거점인 전북도는 올해 ‘특장차 안전 및 신뢰성 향상 및 기술융합 기반구축사업’에 57억 8,000만 원, ‘특장차 전문검사소 구축’에 15억 5,000만 원을 투입했으며, 자동차안전연구원은 9월부터 안전검확인사 시설을 고도화해 특장차 안전검사 환경을 대폭 개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