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8년 만에 2.25%까지 인상
여신사 화물차 대출금리도 올해 초 比 약 2%p↑
화물차주 282명 설문…81%가 “차량구매 유예”
“화물차를 사려고 보니 금리 때문에 이자만 수백만 원 가까이 올랐더군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차를 사면 너무 손해인 것 같아 상황을 지켜보려고 합니다.” 계속되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여신금융사의 화물차 대출금리가 치솟자 차량 구매를 미루는 화물차주가 늘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가 국내 화물차 시장을 덮쳤다. 부품 수급난 문제로 올해 신차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화물차 대출금리마저 껑충 뛰면서 신차와 중고차를 비롯한 전반적인 화물차 판매량이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올해 들어 화물차 대출금리는 급격히 치솟았다. 금융사와 카드사, 캐피탈사 등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들이 제공하는 화물차 대출 금융 상품의 금리는 올해 초와 비교해 적게는 1.5%p에서 많게는 2.5%p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금융사의 종류와 차주의 신용등급, 할부 기간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화물차 대출금리가 일반적으로 연 5% 내외였음을 고려하면 현재는 연 6.5~7.5% 수준에 형성되어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화물차 대출금리가 급격히 오른 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함이다. 이에 기준금리는 8년 만에 연 2.25%로 올랐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오르고 내릴 때마다 시중은행 및 캐피탈 등 제1, 2금융권 금리도 함께 오르내린다.
트럭 신차 시장 덮친 또 하나의 악재
올 들어 금리가 급격히 오르자 상용차 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 화물차 신차 판매량이 둔화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할부 구매 비율이 높은 국내 화물차 시장 특성상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화물차 영업사원은 “차 한 대에 적게는 수 천만 원에서 많게는 2억 원이 넘기 때문에 국내에선 화물차를 구매할 때 대출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최근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커졌고, 자연스럽게 차량 구매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찻값이 1억 5,000원인 대형카고를 전액 할부(60개월)로 구매할 경우,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은 어느 정도일까. 온라인 ‘자동차 할부 계산기’를 이용해 계산한 결과, 대출금리(고정금리 기준)가 연 5%에서 7.5%로 오를 경우 내야 하는 총 이자는 약 1,050만 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대출금리가 차량 계약 시점이 아닌 출고 시점으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차량 출고에 6개월 이상 소요되는 등 생산 차질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외 기준금리가 내년 중순까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앞으로 화물차를 구매하는 고객이 부담해야 할 대출 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찻값 인상 추세가 더해지자 차주들이 화물차 구매에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 화물차 여신금융사 관계자는 “요즘 상담하다 보면 금리가 어느 정도 안정될 때까지 차량 구매를 미루겠다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며 “이미 일감을 확보했거나 수개월씩 기다릴 수 없는 고객들만 울며 겨자 먹기로 최대한 빠르게 차를 계약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대부분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본지가 지난달 영업용 화물차주 2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출금리가 계속 오를 경우 화물차 구매를 미룰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금리가 떨어질 때까지 미룰 것이다’고 답한 차주가 57%(162명)로 가장 많았고, 이어 ‘금리 변동 추이를 살펴보고 결정하겠다’는 응답이 24%(67명)로 뒤를 이었다. ‘금리가 얼마나 오르든 계획대로 구매하겠다’고 답한 차주는 6%(16명)에 불과했다.
구매 수요 위축…중고트럭 품귀 멈추나
중고화물차 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특히 신차보다 대출금리가 높은 중고차 시장 특성상 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가 더 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중고화물차 딜러는 “평소엔 한 달에 15대 정도 팔았지만 지난달엔 5대에 그쳤다.”며 “가파르게 오른 금리와 기름값 여파에 중고화물차 수요가 크게 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중고화물차 시장에서 구매 수요가 감소한 건 코로나19 이후 처음이다. 중고화물차는 지난 2년간 유례없는 품귀현상을 겪었다. 극심한 경기 침체와 차량 생산 차질 문제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매물은 줄고 구매자는 늘어난 탓이다. 찻값도 동급 신차에 버금갈 정도로 치솟았다.
하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지금껏 중고화물차는 매물을 내놓는 족족 팔렸지만, 금리 인상 여파로 매물은 늘고 구매자는 준 것이다. 이에 따라 중고화물차 시세가 2년 만에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중고화물차 업계 관계자는 “매매상사도 대출을 끼고 매물을 떠오기 때문에 차가 안 팔릴수록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계속 늘어난다.”며 “이에 가격을 내려서라도 중고화물차를 빠르게 처리하려는 매매상사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이어 “다만 중고화물차 수요가 워낙에 급감한 탓에 시세가 웬만큼 떨어지지 않는 한 상황이 쉽게 호전되진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