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의 딴 세상② 시위 상용차
코로나로 트럭·버스가 ‘시위 대행’ 현장 투입
광고대행이 시장 주도…초기비용·진입장벽↑
광고트럭 운전자 “수입 불규칙해도 연 1억 원”
선거철에나 볼법한 광고트럭 및 버스가 최근 시위용으로 조명되고 있다. 국회의사당이나 산업단지 일대를 거닐다보면 소비자의 호소가 담긴 트럭·버스가 주변을 누비곤 한다. 코로나19로 집단 시위가 제한되는 요즘, ‘트럭·버스 시위’로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트럭·버스 시위는 트럭·버스를 래핑(Wrapping) 하거나 트럭에 장착된 전광판에 소비자의 주장을 새겨 본사, 국회를 도는 방식으로 최근 소비자가 기업에 항의하는 평화시위 방법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1월 판교에 위치한 게임사에 항의할 목적으로 등장한 트럭 시위는 연예 기획사, 국회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올해만 10건 이상으로 부쩍 늘었다.
시위를 위한 광고용 트럭을 제공하는 업체에 따르면, 시위 기간 사용료는 주간 8~9시간 기준으로 약 600~1,000만 원이다. 광고대행업체가 래핑, 차량관리를 전담하며 업체에 속한 기사가 트럭·버스 운행을 전담한다. 최근에는 늘어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프리랜서를 고용하기도 한다.
트럭·버스의 활용폭이 넓어지며 트럭·버스 운전자에게도 새로운 수익 모델이 생길 수 있을지 짚어봤다.

수익성 보니, 트럭은 ‘유망’, 버스는 ‘글쎄’
시위 현장에서 만난 한 운전자에 따르면 시위용 광고트럭은 광고 활동을 포함해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비정기적이라는 단점이 있으며 버스는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트럭 시위의 경우엔 운전자가 운행하는 시간이 길고 LED 전광판을 사용할 수 있어 야간에도 운행할 수 있다.
판교에서 만난 시위용 광고트럭 운전자는 성수기에 매주 500만 원에 이르는 수입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전광판에 쓸 문구만 바꾸면 되고 여느 트럭처럼 무거운 짐을 끊임없이 상·하차할 일도 없어 업무 강도도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단, 광고 활동이 없는 비수기에는 일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반 년 일하고 반 년을 쉬기도 한다고 전했으며 연간 수입을 따져보면 1억 원 남짓이라고 전했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일거리가 적어 아파트 분양홍보, 선거철 유세트럭에만 일하는 게 전부였는데 올해부턴 수요가 늘어 매달 시위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며 “올해 운행 횟수가 늘면서 수입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버스 운전자는 시위용 광고버스로 벌어들이는 돈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버스의 경우, 홍보용 버스로 이용되거나 특수한 목적으로 운행하는 경우, 월 400~500만 원 단위로 계약을 맺지만 시위용 광고버스가 계약을 맺을 경우 차주의 수입은 주 100만 원에 그친다고 전했다.
또한, 버스엔 래핑만 할 수 있으며 야간 운행도 실질적으로 힘들다. 운행비용을 아끼기 위해 버스를 움직이도록 요구하지 않고 목적지에 정차한 채로 시간을 보내도록 주문 받는다.
그는 “시위용 버스는 목적지에 정차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 체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래핑도 직접 제거해야해 불편하다.”고 말하며 “코로나19로 인해 전세버스 이용이 줄어든 이후로, 아르바이트처럼 접근하는 운전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광고대행업체가 주도…개인 운영은 힘들 듯
개인이 트럭에 LED 전광판을 설치하고 트럭 시위 전문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 광고대행업체 소속 트럭 운전자는 고개를 저었다.
우선 LED 전광판 특장 비용이 만만치 않다. 1톤 트럭 기준으로 LED 전광판을 특장하는 비용은 약 5,000만 원 남짓이다. LED 전광판 비용만 2,000만 원이며 홍보용 트럭으로 개조하기 위해 차량을 구조 변경하는 데는 3,000만 원이 든다.
특히, 내구부품 위치도 바뀌어 특장한 이후엔 홍보 목적을 제외한 다른 유상운송행위는 꿈도 꾸지 못한다.
일거리를 구하는 것도 힘들다. 홍보차량, 선거유세차량 등으로 잔뼈가 굵은 광고대행업체가 이미 홍보 목적으로 트럭·버스와 기사를 확보했으며 시장을 선점한 상태다.
또한, 차량을 오래 사용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시위용 차량이라 하더라도 홍보 목적상 고객은 깨끗한 트럭을 선호한다. 선거유세차량 지원에도 연식 3년 이하에 계약 전 차량 상태를 점검하는 만큼 잦은 차량 교체가 요구된다. 화물운송시장에 진입하는 것과는 접근법이 전혀 다른 셈이다.
업계 전문가는 “트럭·버스 시위는 유상운송행위와 거리가 먼 만큼 현재 상용차 업계 종사자가 눈독들일 만한 부분이 없다.”고 말하며 “트럭·버스 시위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 발생한 문화 현상의 일부일 뿐 현실적인 수익 모델이 되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