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의 딴 세상① 테크니컬 트럭
阿·중동 분쟁지역서 중화기로 트럭·특장화
적재·내구·기동·정비성 등 뛰어나야 선택
토요타 픽업트럭이 주류, 국산트럭도 상당수

국내서는 민수용 트럭, 즉 화물차는 물류운송 수단으로 사용되지만,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는 조금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바로 민수용 트럭에 중화기를 설치한 ‘테크니컬(Technical)’ 트럭으로, 군용 무장트럭 대비 값 싸고, 효과적이기에 기갑병기 도입이 마땅치 않은 개발도상국이나 제3세계의 가난한 분쟁지역에서 어김없이 등장한다

토요타 전쟁이라는 이명으로 잘 알려진 1986년 리비아와 차드 간 분쟁.
토요타 전쟁이라는 이명으로 잘 알려진 1986년 리비아와 차드 간 분쟁.

민수용 트럭으로 제작되는 테크니컬의 방어력은 형편없지만 빠른 기동성과 무반동총, 대공포, 박격포, 대전차 로켓, 심지어는 다연장로켓과 지대지미사일 발사대를 설치하는 등 탑재 무기에 따라 막강한 화력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테크니컬로 개조되기 위한 트럭의 조건으로 △ 원활한 유지보수 및 개조를 위한 많은 ‘중고매물’ △ 각종 무기의 반동을 견디기 위한 견고한 ‘내구성’ △ 무한궤도 차량을 휘저을 수 있는 ‘기동성’ △ 간단한 공구로도 수리 가능한 ‘정비성’ 등을 꼽을 수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테크니컬 모델은 토요타의 픽업트럭이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허용적재중량보다 실 적재중량이 높은 국산 트럭도 사용되고 있다

중동 분쟁지역에서 테크니컬로 개조된 국산 트럭들. 
중동 분쟁지역에서 테크니컬로 개조된 국산 트럭들. 

토요타 전쟁서 두각 나타낸 테크니컬
테크니컬은 1986년에 일어난 리비아와 차드 간의 분쟁서 의외의 성능을 보여주었다.

외관상 리비아군 전력이 앞서 있었는데, 소련에서 수입한 전차와 장갑차로 기갑사단을 구성한 리비아군을 상대로 차드군은 100여 대의 토요타 픽업트럭에 중기관총을 탑재하고, 대전자화기와 로켓포 등을 싣고 다니면서,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술을 구사해 압승했다.

사막지형이라는 중동지역 특성으로 인해, 화력과 기동성을 극대화한 전술교리가 기갑사단을 상대로 먹혀들어 간 것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스는 ‘Toyota War(토요타 전쟁)’ 이라고 명명하면서 이때부터 테크니컬이 전 세계에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참고로 테크니컬이라는 용어가 생긴 것은 1990년대 소말리아 내전에서다. 이곳서 활동하는 구호단체들이 지역 군벌에게 공격하지 말아달라고 뇌물로 현금을 줬는데, 상부에 제출할 활동 내역 보고서를 작성할 때 이 금액의 용도를 뇌물이라고 쓸 수 없다보니 기술 지원비(Technical assistance grants)라고 표현했다. 이를 비꼬아 ‘기술지원비로 만든 차’를 줄여서 ‘테크니컬’이 된 것이다.

강력한 화력 뒷받침해 줄 튼튼한 트럭 대두
초기 테크니컬은 트럭 섀시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 중기관총이나 대전차미사일, 로켓포 등으로 무장했으나, 2000년대 들어 탈레반, 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가 기승을 부리면서 테크니컬에 장착할 수 있는 중무장의 범위도 더욱 커져갔다.

이제 중기관총 등에서 벗어나 더 무거운 대공기관포, 다연장로켓 등을 장착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토요타 픽업트럭보다 내구성이 더욱 뛰어난 트럭들이 필요해졌다. 이때부터 포터, 봉고 등의 국산 1톤 소형트럭이 테크니컬로 변신해 실전에 투입됐다. 

국산 소형트럭은 토요타 픽업트럭보다 적재함이 넓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과적이 용이하기 때문에, 대구경 대공기관포와 다연장로켓의 반동 충격도 견뎌냈다.

2011년 아랍의 봄이라 불리는 중동 민주화 시위는 리비아 내전이나 시리아 내전, 이라크 내전 등으로 확대되며, 정부군에 맞서기 위해 무인포탑을 탑재하는 등 첨단 테크니컬의 시대를 열었다.

또한 이스라엘에 강경한 팔레스타인 정파인 하마스는 미쓰비시후소 켄터 덤프트럭에 다연장로켓 발사기기를 탑재한데 이어 2015년 등장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가 한창 세를 불릴 당시 국산 준중형트럭인 마이티 덤프트럭에 다연장로켓을 장착해 실전배치했다.

이외에도 노부스 등 국산 덤프트럭을 활용해 지대지 미사일 발사대와 전차 포탑을 설치하는 등 테크니컬로 변신한 국산 트럭들이 국·내외 군사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지면서 해당 트럭 브랜드들은 트럭의 잠재성능을 의도치 않게 홍보하게 됐다. 이곳 분쟁지역에도 평화가 온다면, 해당 트럭 브랜드들의 진가를 알아봐 주지 않을까. 

한편, 군사 관련 전문가들은 트럭과 무기가 진화할수록 테크니컬도 진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 무장병기인 테크니컬이 아닌 트럭 본래의 용도에 맞춰 특장 시장이 정착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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