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집주행 실험에 경찰청 사전허가 필요
자율주행 실증이 가능한 지역도 태부족
세계 최초 자율주행 4단계 목표는 ‘꿈?’

국내에도 자율주행 트럭 기술력이 점점 발전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국토부 주관하에 서여주IC에서 여주JCT에 이르는 8km 구간에서 화물차 3대가 자율협력 군집주행을 시연했다. 그동안 제한된 환경의 시험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에서 군집주행 모습을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국내 화물차주들의 자율주행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본지는 국·내외 화물차 자율주행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후속 과제를 짚어봤다.

군집주행(Platooning)은 화물차들이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줄지어 주행하는 기술이다. 군집주행은 주로 먼 거리를 이동하고 화물차용 도로가 확보된 고속도로에서 이뤄진다.

군집주행이 상용화되면 자동화된 운전시스템을 통하여 화물차 운전자의 피로도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졸음운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형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여러 대의 화물차가 좁은 간격을 유지하며 운행하면 공기저항이 감소하여 차량의 연비가 개선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물류비용 감소, CO2 배출 및 미세먼지 감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군집주행이 상용차 자율주행 발전의 척도가 된 가운데 각 선진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군집주행 관련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2018년 군집주행 공개 후 기술개발 순항 중
군집주행을 위해선 최소한 자율주행 3단계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자율주행 레벨은 국제자동차기술차협회(SAE)가 세운 기준인데 총 6단계로 구성됐으며 3단계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차량을 대부분 운행하며 위험상황 시 운전자가 개입하는 ‘조건부 자동화’ 수준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012년 군집주행 실증시험을 마쳤으며 2016년에는 유럽 6개 상용차 브랜드가 참여한 유러피언 플래투닝 챌린지(European Truck Platooning Challenge)를 개최하는 등 앞서나가고 있으며 올해 안에 트럭 브랜드와 관계없이 군집주행이 가능하도록 상용화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내에선 현대자동차가 2017년 ‘트럭&버스 메가페어’에서 국산 트럭업체 중 최초로 군집주행 영상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트럭이 줄지어 주행하는 모습과 차량 간격을 유지하는 모습, 다른 차량이 끼어들 시 속도를 늦추고 간격을 벌리는 모습을 선보였다. 2018년에는 자사 대형트럭 을 이용해 의왕-인천 간 약 40km 구간 고속도로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유럽에 비해 늦게 뛰어 들었지만, 기술개발 속도는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2018년부터 한국도로공사, 현대차, 국민대 등 13개 기관과 함께 교통물류연구 사업으로 화물차 군집주행을 포함한 자율주행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섰다. 

2019년 시험도로서 첫 군집주행 성과가 발표됐다. 국토부는 여주 스마트하이웨이(여주시험도로)에서 화물차 2대가 군집주행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선보인 기술은 군집주행, 타 차량 컷 인/컷 아웃(Cut-in/Cut-out), 동시 긴급제동, 차량 대 차량(V2V) 통신 기술을 선보였다. 최고 속도는 60km/h였다.

이어 지난해에는 3대의 화물차가 공용도로에서 군집주행을 시연했다. 차량 간격은 15.6m, 차량 운행속도는 전년보다 20㎞/h 빨라진 80㎞/h로 향상됐으며 공사구간, 안개/악천후 등 도로상황에 대해 안전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올해 국토부는 군집주행 트럭 대수를 4대로 늘리고 속도를 90km/h로 늘리는 등 기술 발전에 힘쓸 계획이며 차량 정보를 기반으로 군집주행 참여희망 차량을 매칭하고 합류지점까지 안내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확보할 계획이다. EU 등 선진국이 10여 년에 걸쳐 군집주행 수준을 발전시켜온 것과 비교하면 빠르게 쫓아간 셈이다.

이처럼 단계적으로 군집주행의 기술력을 키워가고 있는 가운데 국토부는 2027년까지 세계 최초로 4단계 수준의 군집주행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4단계는 ‘고도 자동화’ 수준으로 운전자는 탑승하지만, 차량 스스로 주변 환경 모니터링이 가능한 상태서 주행이 가능한 단계다, 물리적으로 제어 가능한 대부분 비상상황에 차량 스스로 대처할 수 있다.

제도적 규제로 자율주행 실증 발목 잡기도
국내 군집주행 수준은 향상하고 있지만 자율주행 상용차를 위한 관련법 제정 등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가 발간한 2020 KPMG AVRI(Autonomous Vehicles Readiness Index, 자율주행차 준비 지수)엔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 문제가 지적됐다. 우리나라는 종합 7위를 차지했으나 법과 제도 문제에서 16위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재작년 평가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자율주행 관련 사업에 투입되는 정부 지원금은 많은 편이나 관련 규제가 강한 것으로 평가됐다. 선진국의 경우 느슨한 규제를 적용해 자율주행 4단계까지 실증까지 허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공공도로에서 3단계 군집주행 시 경찰청에 사전 허가가 별도로 필요로 하며, 4단계는 실증 대상지로 선정된 화성시에서 가능하다.

군집주행을 포함한 자율주행 실증이 가능한 지역도 부족하다. 2019년 기준 미국은  자율주행 허가 도시는 총 117개에 달하며, 싱가포르는 약 1,000km에 이르는 서부지역 모든 공공도로를 자율주행 시험 도로로 포함시켰다. 국내의 경우 자율주행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된 세종시 등 일부 지역에서만 시범 운행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법과 제도가 미비한 부분에 대해 국토부는 순차적으로 ‘규제 정비 로드맵’에 따라 혁파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로드맵에 따라 2020년까지는 K-시티 등 자율주행 실험도시 및 시험도로 등에서 자율주행 실증사업을 벌였고 올해부턴 ‘고도 자율주행’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부터는 ‘고도 자율주행’ 모드 상용화를 대비하여 운전 중 영상기기의 조작을 허용하고 자율주행 사고기록 시스템 구축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는 등 도로교통법을 개정할 예정이며 군집주행 시 현행 도로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특례를 신설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정책·법률 항목에 대한 KPMG AVRI(자율주행차 준비 지수) 평가 지수는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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