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중형·중형트럭 5년 감가율 22.5%~25.0%
구형 ‘e-마이티’, 신형 ‘올뉴마이티’ 보다 인기
중고 매매센터 대형화로 소형 업체 폐사 위기

중고 매매단지에 진열돼 있는 대형 중고트럭들.

부동산과 예술작품 등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재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하락한다. 자동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 중 승용차는 출고 후 해가 지남에 따라 급격히 감가(減價·가치의 하락)가 이뤄진다.

이와는 달리, 주로 상업용 목적 트럭의 경우는, 감가가 ‘덜’ 이뤄져 사용한 시간과 강도에 비해 중고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연식이 오래 된 트럭이 그렇지 않은 트럭보다 좋은 시세를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쨌든 트럭은 일정 수준의 중고가격대를 유지하는 셈이다.

최근 들어 화물운송 시장과 중고트럭 시장에서 거래 침체기란 얘기가 강하게 들린다. 기자가 파악해 본 결과 주로 중소 규모의 중고매매업체에 한해서였다. 거래의 상당 부분을 대형 중고매매업체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매매업체 간에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뚜렷한 것이다.


■ 온·오프 중고 매물 773대 조사
중고트럭 시장에서 가장 궁금한 게 있다면, 시세와 가격이다. 온라인 검색을 해 보면 승용차시세는 바로 나온다. 반면 트럭시세는 나와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트럭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모양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 중의 하나가 중고트럭 시세는 현재 일부 금융사 내부 자료를 제외하면 공신력 있는 자료가 전무하다.

그래서 나름대로 온라인 홈페이지를 개설해 비교적 대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중고매매센터 등에서 공개하고 있는 중고트럭 매물 중 매물 표본이 많은 차급을 뽑아 거래 가격을 조사 및 분석해봤다. 좀 더 정확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인천, 천안, 화성 등에 소재한 총 6개 오프라인 중대형 중고매매센터의 협조를 받아, 트럭 매물 약 150여 대까지 가격 분석에 포함시켰다.

조사 대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틀어 매물이 가장 많은 현대자동차의 준중형트럭인 마이티 2.5톤과 3.5톤, 중형트럭인 4.5톤 메가트럭, 그리고 타타대우상용차의 4.5톤 프리마로 한정했다.

번호판과 일감 등을 묶어 판매되는 패키지 매물과 중고가격의 범위가 너무 넓어 신뢰할 수 있는 평균값을 도출하기 어려운 대형트럭 및 특장차의 경우는 원활한 비교를 위해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중고화물차 매매단지 모습.

■ 준중형트럭 감가율 최저치
“모든 트럭 중 감가가 가장 낮은 차량은 2.5톤 및 3.5톤 준중형급”이라고, 모든 중고매매센터 영업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대표적으로 준중형급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현대차 ‘마이티’의 공개 매물 528대의 매물표본을 분석한 결과, 출고된 지 만 5년 된 2013년식 ‘e-마이티(일반캡 장축고상 기준)’의 감가율은 2.5톤과 3.5톤이 각각 22.8%와 20.0%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15년식 2.5톤 e-마이티의 경우, 당시 신차가격이 3,760만 원이었는데, 현재 중고차 거래가격은 약 15.4% 감가가 이뤄진 평균 3,180만 원으로 집계됐다. 3년이 지났음에도 감가폭은 600만 원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 풀체인지되며 가격이 인상된 2.5톤 ‘올뉴마이티’의 경우 당시 신차가격은 4,830만 원, 현재 중고가격 평균은 4,052만 원으로 약 16.1%의 감가가 이뤄졌다. 오히려 2015년식보다 감가율이 더 컸다.

3.5톤급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2015년, 신차가격 기준 3,970만 원에 판매되던 3.5톤 e-마이티의 현재 평균 중고 가격은 3,267만 원 정도로 약 17.7%의 감가가 이뤄졌다. 하지만 2016년식 올뉴마이티의 경우, 신차가격 4,990만 원 대비 현재는 약 19.0% 감가된 4,043만 원 정도로 중고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의 한 중고매매센터 영업직원은 “시장에서는 여전히 구형 모델인 ‘e-마이티’를 찾는 고객이 많을 정도로, 오히려 차량 가격 방어가 우수하다.”며,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의 모델이자, 가격이 오르기 직전 연식을 찾는 합리적인 소비자들의 문의가 많아 그나마 회전율이 좋다.”고 전했다.
 

중고화물차 매매단지 모습.

■ 유로6 직전 2014년식 중형트럭, 감가율 역전
4.5톤급 중형트럭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총 245대의 국산 중형트럭 매물표본을 조사한 결과, 신차 판매가 이뤄진 지 5년 된 현대차의 4.5톤 메가트럭(슈퍼캡 초장축플러스 기준)과 타타대우 4.5톤 프리마(NEF엔진, 초장축 기준)의 경우도 각각 25.0%와 23.2%의 낮은 감가율을 보였다.

특히, 메가트럭의 연식별 감가율을 살펴보면, 2015년식 메가트럭의 당시 신차 판매가격 대비 현재 중고트럭 시장에서의 평균 중고가격을 비교한 감가율이 약 20.4%인 데 비해, 2014년식의 감가율은 약 16.3%로 나타났다. 연식이 더 오래된 차량의 감가율이 더 낮은 것이다.

메가트럭도 유로6 배출가스 규제기준 적용으로 인해 차량가액이 2015년 급상승했다. 이 같은 ‘감가율 역전 현상’은 가격이 오르기 직전 연식을 찾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타타대우 프리마 역시 유로6 적용 직전인 2014년식의 중고가격 방어가 잘 이뤄지고 있지만, 2013년식부터는 감가가 급격히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발안의 한 중고매매업체 관계자는 “중형트럭은 탑차 및 윙바디 등의 특장 용도로 크게 사랑받고 있는 차급으로, 2014년식 국산 중형트럭의 문의가 많아 매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최근 수입산이 국내로 많이 진출하고는 있다곤 하지만, 중고 트럭 소비자 스스로 비교적 저렴한 국산을 찾고 있는 형국이라 대부분의 중고 대형 트럭 매매센터에서는 국산 중형트럭의 비율을 90% 이상으로 맞추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 대형트럭·특장차의 중고시세 형성 한계 뚜렷
중고트럭 시장 조사에서는 매물이 많이 없는 대형트럭과 용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중고특장차 시장은 조사의 한계성 탓에 대상에서 제외했다.

용도가 다변화되는 트럭의 특성상 차급이 올라가면서부터는 차량가액 자체가 높고 중고매매 자체가 일부 대형매매센터를 제외하고는 드물어, 연식과 주행거리에 따라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가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조사 과정에서 부산의 한 중고 수입 대형트럭 전문 매매업체에 문의한 결과, 15만km가량 주행한 2015년식 25톤 초장축 카고트럭의 경우, 1억 7,000여만 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 차량의 신차가격은 당시 2억 2,000여만 원에 달했다. 약 29.4%의 감가가 이루어진 셈이다. 참고로 대형 트럭의 경우 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차량을 판매할 때 주유권이나 다른 별도의 수단으로 실질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경우가 빈번해 실제 감가율은 이보다 작을 수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25톤 차량을 실제 1억 5,000여만 원 내외로 매입을 했지만, 현재 4개월이 넘도록 구입 의사 자체를 가진 구매자를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차량 매입비용의 금융비용 등 기회비용 ▲판매 불확실성 ▲차량 관리비 ▲차량 보유비 ▲장기간 보유로 인한 차량의 감가까지 고려한다면 결코 싸게 매입하고 비싸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심지어 이들 특장 용도의 대형트럭의 경우 획일화된 탑차나 윙바디차량이 아닌 이상, 참고할만한 표준 시세도 없어 소비자가 고민만 하고 구매로 이어지는 것이 어렵다. 이로 인해 소형 중고매매센터들이 국산 중소형 트럭만 매입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며,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 중고트럭 시장 침체? 소형매매센터의 ‘한숨 소리’
경기도 화성의 한 대형 중고트럭 매매센터는 이 같은 중고트럭 시장에서의 대형트럭 매입 기피 현상의 원인에 대해 준중형과 중형에 쏠린 극명한 선호도에 더불어 ‘물동량의 실종’을 추가로 꼽았다.

이 중고 매매센터 관계자는 “사무실에선 일감도 같이 양도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라지만 최근 2년 사이 고정 화주들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며, “경기가 좋으면 대형 트럭의 수요가 발생할 텐데, 현재는 최소한 ‘콜떼기’가 가능한 준중형급과 중형급으로 수요가 몰렸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대형매매센터의 경우에는 상황이 그나마 낫다. 준중형트럭과 중형트럭의 윙바디나 탑차와 같은 인기 차종들만 주로 매입하고 판매하는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

다만, 중고매매센터의 대형화 트렌드에 따른 부작용도 눈에 띈다.

한 매매센터 대표는 작년 하반기 들어 한 달에 차량을 평균 1대에서 많게는 2대 파는 데 그쳐 폐업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폐업하기 위해선 산적해 있는 트럭을 처분해야 하는데 경매로 넘기거나 대형매매센터에 매입가보다 저렴하게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능한 영업사원을 대형매매센터에서 영입하는 등의 인력 문제도 겪고 있다.

그는 중고트럭의 경우 시세도 형성돼 있지 않아, 소비자의 경우 차량이 많은 대형매매센터로 가서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차량가격을 보고 구입하길 원하기 때문에, 중소형매매센터가 점차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결국, 중고트럭 시장 침체기란 말은 소형 중고매매센터에게 해당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대형 중고매매센터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대형 포털 사이트 메인 광고에 온라인 중고트럭 매매센터 광고가 올라올 정도니 말이다.

45%에 육박하는 일반화물차주가 신차보다는 주로 중고차로 차량을 교체하고 있을 정도로 트럭 시장에서 중고의 영역은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차량의 생산부터 폐차까지, 차량의 크기만큼이나 순환 역시 큰 규모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시장의 확대를 가져옴과 동시에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이 값비싼 차량을 구매함에 있어 기관 차원의 국내 중고트럭 시장에 대한 제도 개선 및 정형화가 이뤄져, 소비자와 판매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중고트럭 시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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