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저항, 연료소비 비중 최대 55% 차지
저감장치 장착 시 10% 연비향상 기대
‘캡루프페어링’, ‘사이드스커트’ 등 인기

캡루프페어링, 사이드스커트, 보트테일, 갭페어링 등 공기저항 저감장치가 설치된 대형 트럭. (사진:구글 캡처)

최근 들어 기름 가격이 겁 없이 뛰고 있다. 유류비가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화물운송시장에서 연비의 중요성이 새삼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운송업계에선 연비를 높이고 물류비용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로 공기저항 저감장치에 주목하고 있다.

지구촌 대부분 국가는 유가 변동에 대한 취약성을 안고 있다. 세계 3위의 원유 수입 국가인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수년간 셰일(Shale) 가스와 신재생 에너지의 활발한 개발로 인해 유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를 유지해 왔지만, 수백 년 내 화석연료가 고갈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친환경 에너지의 사용이나 친환경 운송수단으로의 전환은 불가피해 보인다.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응당 옳다고 보일 정도다.

하지만 당장 화석 에너지 자원이 고갈되어가고, 대기오염 물질의 배출을 저감시켜야하는 사회적, 시대적 요구에 따라 현재로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운송 시스템의 고효율화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최근 항공기의 공기저항을 저감시켜 연비를 10% 개선함으로써 순이익을 40% 증대시킨 미국의 한 항공사의 사례를 놓고, 화물운송시장에서도 공기저항 감소가 물류비용 절감에 큰 기여를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화물차 특성상 공기저항 비중 높아
국내 화물운송시장에서 화물차가 분담하고 있는 비중은 74.1%로 절반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그야말로 국내 운송시장의 대동맥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화물차가 벌어들이는 수익 중 40~50%가 유류비로 사용된다.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연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대목이다. 공기저항 감소가 필요한 주된 이유기도 하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화물차 주행 중 연료 소비에서 공기저항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속도로에서 35~55%, 도심에서는 10~25% 정도로 높은 편에 속한다.

승용차와 기차, 항공기 같은 경우 제조사에서 차체에 걸리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유선형 형상으로 제작되지만 화물차의 경우 제조사와 특장업체가 함께 차량을 만드는 특성, 그리고 많은 화물을 싣기 위해 직육면체 형상으로 제작된 화물칸 등이 공기저항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부착식 항력 저감장치 대세
이러한 가운데 외부 형상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키기보다는 차체에 걸리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부착물을 이용한 부분적인 항력 저감장치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장치로는 차량 지붕에 장착하는 ‘캡루프페어링(Cab-roof fairing)’을 비롯, ‘사이드스커트(Side skirt)’, ‘보트테일(Boat tail)’, ‘갭페어링(Gab fairing)’ 등이 있다.

먼저 캡루프페어링의 경우 차량 지붕과 화물칸 사이의 단차로 인해 발생하는 공기 저항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는 장치로 국내 화물차 시장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캡루프페어링은 공기저항 저감 장치들 중에서 설치비용 대비 항력 감소 효과가 가장 우수해 최대 15~20%의 항력계수를 저감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사이드 스커트는 화물칸 측면 하부에 부착해 차량 바닥 면과 바퀴에 걸리는 공기저항을 저감시키는 부착물로 항력계수를 약 6% 저감 시키고 3% 정도의 연비개선 효과를 낸다.

보트테일은 화물차 후면에 접이식 판을 부착해 차체 후면부에 걸리는 압력을 줄이고 공기저항을 저감시키는 장치로 최대 8%의 항력계수를 저감시켜 약 3~4%의 연비개선 효과를 준다.

이밖에 갭페어링기술은 트랙터와 트레일러 사이의 공간을 메워 공기저항을 최대 16% 저감시켜주며, 10% 이상의 연비개선 효과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 절실
공기저항 저감장치의 효율성은 여러 연구기관 및 제조사들로부터 이미 검증됐지만 이들 장치를 국내에 도입하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국내와 법규가 다른 해외에서 제작된 장치들은 국내 차량에 최적화되지 않아 항력 저감 효과가 크지 않으며, ‘사이드 스커트’와 ‘보트테일’ 같은 장치들은 가격이 620~880만 원으로 차주 개인이 지출하기에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미국의 사례처럼 국가적 차원의 지원 및 관련법 개정을 통해 정책적인 유도가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환경부에서 진행하는 ‘스마트웨이 파트너십 인증’을 통해 공기저항 저감 장치의 현장 사용 가능성에 대한 검증을 마쳤으며,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대형 화물차에 공기저항 저감장치 부착을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또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5% 감축시키기 위하여 미국 에너지부와 환경부에서 새로운 설계 방식으로 트랙터와 트레일러를 개발하는 ‘슈퍼트럭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국내 화물 운송시장의 경우 구조상 수요자들이 대부분 개인 차주들이며, 제조업체도 대부분 기술 개발 투자 역량이 부족한 영세 중소기업들이기 때문에 공익적 차원에서 보급을 확대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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