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조원철 대표이사/(주)한국탑

화물의 운송 및 보관, 상하역 작업시 효율성을 높이는 다양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 국내 물류운송업계에 공급하고 있는 물류운송장비의 대표적인 업체로 20년의 긴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조원철 대표이사
1977-연세대학교 철학과 졸업
1985-한국 AVDEL 창업(한/영 합작 법인) /ENGINEERED FASTENING SOLUSION
1990-한국탑 창업
2010-현 (주)한국탑 대표이사
지구 온난화의 영향은 이제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시시각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영하 10℃이하의 기온이 일주일 이상 지속됐던 지난 겨울을 겪으며 삼한사온은 이제 옛 추억의 이야기로 남게 됐나 싶더니, 한창 꽃 피는 5월의 날씨가 30℃ 가까이 올라가도 더 이상 이상기후로 느껴지지 않는다. 지구환경의 변화는 이제 단순한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할 삶의 조건이 된 것이다. 어떠한 기업의 활동도 이같은 기후의 변화와 결코 무관 할 수 없다. 기후변화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기후의 변화와 직결된 본인의 사업상 경험 한가지.

20년 전쯤 미국 출장 중 한 거래처 사장으로부터 독특한 제품을 생산한다는 회사를 소개받았다. 호기심에 방문해 보니, 냉동탑차의 내부를 또다시 칸으로 막아 2중 온도대를 구성하는 벌크헤드파티션(Bulkhead Partition)이란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그 사장과는 연배도 비슷해 바로
친하게 왕래하는 사이가 됐고, 얼마 뒤에는 작은 책자도 한권 선물 받을 수 있었다.

그 책은 1977년 3월 미국 농무성이 발간한‘Marketing Research Report No.1060’으로 물류현장의 실상을 자료화 한 것이었다. 이 책은 당시 하루 1끼였던 미국인의 평균 외식비중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이와 관련된 단체급식 산업의 규모도 향후 10년 내에 두배로 증가할 것이라 예상했다. 또한, 이를 근거로 요식업소에 식품재료를 공급하는 도매상들에게 경비상승의 원인 분석과 납품효율 향상에 필요한 정보를 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구체적인 사업방안까지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1년여의 시간동안 다수의 식품회사, 운송회사, 납품차량 제작사들의 협조를 얻어 철저히 고증한 물류현장의 실상을 상세하게 자료화 했고, 이를 관련업계 스스로가 활용해 최선의 방안을 선택하도록 유도할 뿐이었다.그 회사의 제품은 이를 근거로 탄생했으며, 현재 (주)한국탑의 이동식 냉장칸막이도 그 책의 자료를 근거로 한국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선진국의 물류정책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는 상반된 국내 물류정책의 한 단면을 보자. 오래 전에 정부는 물류표준화의 일환으로 팔레트의 규격을 1,200×1,200mm로 정했다. 이는 미주, 유럽, 일본, 중국 등 대부분의 나라가 표준화하고 있는 규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팔레트를 운반해야 하는 트럭의 제작기준은 외
치가 2,500mm에 불과하다. 냉장용 탑차는 그나마 문제가 없지만, 냉동차의 경우, 벽두께 때문에 팔레트 2개가 들어가는 내치 2,400mm의 공간을 만들 수가 없다.

이 때문에 냉동업계의 팔레트 크기는 1,100×1,100mm가 일반적이다. 수많은 먹거리가 수입되면서 물류현장은 수 십년 동안 톡톡한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우리의 물류정책은 꼼짝을 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물류 허브를 외치는 인천 국제공항도 마찬가지다. 항공 팔레트 중 가장 큰 것은 폭이 96"(2,438.4mm)에 이른다. 특별히 구간 허가를 받은 차량 외에는 모두 불법으로 해당 팔레트를 나르고 있지만, 정부 당국은 허가도 단속도 안하는 어정쩡한 정책으로 많은 물류종사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법은 국민이 안심하고 잘 살 수 있게 하기위해 필요에 의해 만들고 운용하는 것이지, 잘 해보려는 국민을 못살게 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취지에 맞지 않는 방도로 법이 활용된다면, 그것은 곧 악법이며 이를 운용하는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세금 역시 낭비되는 것이다. 물류 선진화가 실현될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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