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후 3년간 트럭 34%↓, 버스 25%↓
수입국가들 경기 불황에 중국산 선회 영향
매입 차량 재고에 중고 수출업체들 ‘울상’

“201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중고 트럭과 버스들은 동남아와 중동 일대에서 붐이 일어났을 정도로 많이 팔렸어요. 하지만 최근 3~4년 사이 시장 상황은 크게 악화됐고, 매입한 차량들이 재고로 쌓여 있어 아주 죽겠습니다.” 인천항 근방에 위치, 중고 상용차 수출입을 전문으로 하는 모 무역회사의 전언이다.

지난 호(48호)에서는 ‘국산 트럭 수출 부진’이란 제하로 신형 트럭을 중심으로 수출 상황을 깊게 짚어봤다. 이에 보조를 맞추듯 중고 상용차 수출 시장 역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중고 상용차 수입국들의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은 데다, 수입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외 상용차 시장이 선호하던 국내 중고 트럭과 버스(국산 및 수입산 포함)의 수입 추세가 큰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중고 상용차 수출은 정도에 따라 신차 수요와도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나타난 중고 상용차 수출 시장 전반을 짚어봤다.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KUCEA)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관세청 통관 기준, 총 3만 4,242대의 중고 트럭과 1만 2,355대의 중고 버스가 해외로 수출됐다. 이는 작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최근 3~4년 사이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고 트럭과 버스의 수출량이 최소 30% 이상 감소했다. 실제, 중고 트럭의 경우 2012년 6만 9,950대에서 2015년에는 4만 5,943대로 3년 동안 34%, 중고 버스는 2만 2,757대에서 1만 7,027대로 25.2% 크게 감소했다. 더욱이 중고 트럭과 버스가 수출되는 각 나라별 시장 상황에 따라 선호하는 차급도 달라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중·소형 트럭 6만대서 급감 현상
구체적으로 보면, 5톤 이하 중소형 중고 트럭의 경우, 수출 대수로 볼 때 올 9월까지 작년 동기 대비 소폭(1.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 차급은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매년 6만여 대 이상의 수출량을 유지해 왔다. 그러던 것이 2014년 5만 7,000여 대에서, 2015년에는 4만 3,000여 대로 수출량이 크게 줄었다. 그나마 올들어서는 미미하나마 강보합 상태를 보인 것이다.

중고 트럭 수출업체의 한 관계자는 “준중형 트럭인 마이티와 소형 트럭을 튜닝한 특장차가 전 차종을 통틀어 가장 인기가 많다.”고 전하고, “하지만 이마저도 차령이 10년 이상 된 노후 차종으로 점점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으며, 주 수출국이던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경제성장률 둔화로 수출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 수입국 국산 중고 트럭 외면
한편, 올들어서 5톤 이하의 중고 트럭을 제외하면, 모든 차급에서 작년에 비해 수출량이 모두 감소했다.

올 9월까지 10톤 이하는 작년 동기의 706대에 비해 대략 48% 감소한 367대가, 10톤 초과는 1,051대 대비 11% 감소한 937대가 수출됐다. 중고 트랙터도 작년 471대 대비 50% 감소한 236대 수출하는 데 그쳤다.

문제는 이들 차급이 수익성 측면에서 중소형 중고 트럭에 비해 압도적임에도 불구하고 수출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고 트럭 수출입업체에 따르면, 최근 추세라면 10톤 이하의 경우 2012년 1,200대 수준에서 올해는 500대도 기대하기 힘들고, 10톤 초과의 경우도 4,000대 수준이었던 것이 올해는 1,300대도 내다 팔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중고 트랙터의 경우도 올해 약 350대 정도 수준으로 수출량이 집계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 수출입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중고 트럭을 가장 많이 찾는 나라는 단연 베트남과 터키, 그리고 남아프리카였다.”고 전하고 “이들 국가들은 현재 중국산 중고 트럭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2013년을 기점으로 동남아와 중동의 경제성장률 하락세, 여기에 현지 운송산업 관련 글로벌 업체들의 가세로 국내 중고 트럭 수입을 꺼리고 있는 추세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고 버스, 부진 속 틈새 마켓 공략
중고 버스의 수출도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작년과 비슷한 수출량을 보이고 있다. 차급별, 연도별로 중고 버스 수출량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4년 이후로 매년 수출량이 급감하고 있는 15인승 이하의 중소형 버스의 경우, 올 9월까지 작년 동기 대비 6.9% 감소한 8,349대가 수출됐다. 이 추세라면 올해 중고 수출량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3년 한 차례 수출 부진을 겪었던 15인승 이상 대형 버스의 경우, 작년 수출량을 회복하면서 올 9월까지 작년 동기 대비 19.7% 증가한 4,006대의 수출량을 기록했다.

수출입 업체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동남아 일대와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등지에서 국내 중고 버스들을 찾는 버스 업체들이 많다.”고 전하고, “최근에는 호주처럼 영토가 넓은 국가에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중고 소형 버스들을 수입해 캠핑카 등으로 개조하는 사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또 “트럭과 버스 구분 없이 가장 많이 수출되고 있는 중고 상용차 연식은 유로4 규제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차령이 7~10년 된 차종”이라며, “향후 주요 수출 국가의 배출가스 규제기준과 운행 기준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굳이 유로5나 유로6 차량을 운행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에서 국내 중고 상용차의 수요가 생길 리 만무하므로 앞으로의 상황이 더 어둡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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