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중고 상용차거래 70만 대에도 공신력 있는 중고시세 전무 상태
트럭, 버스 등 물류와 인력 수송을 책임지는 상용차는 국내 전체 등록 차량의 약 22%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중고 상용차는 직거래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승용차와는 달리 중고 상용차의 거래 인증제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을 정도로 중고 거래 시장은 크게 낙후돼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아권에서는 유일하게 유럽의 배기가스 규제기준인 유로6를 적용하고 있는 선진화된 상용차 시장이다. 세 번째 중고 상용차시장 기획점검에서는 국내 중고 상용차 시장의 주요 흐름을 분석해봤다.

중고차 거래와 관련, 국토교통부의 ‘이전 등록현황’에 따르면, 국내 전체 중고차(상용차 포함)의 거래 대수 규모는 2014년 말 기준 약 347만 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에는 약 325만 대를 기록한 바 있으며, 올해만 하더라도 벌써 8월 기준 244만 대를 경신하고 있어 2015년 역시 사상 최대 중고차 거래 건수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상용차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을 가지고 산술적으로 계산해봤을 때, 70만 대 이상 중고 상용차가 매년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을 지레 짐작할 수 있다. 중고차 거래량은 경기 불황의 척도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좀 더 세부적으로 상용차 시장만 놓고 봤을 때, 국내 상용차 등록대수는 2015년 8월 기준, 화물차 341만 대, 특수차 약 7만 대, 승합차 93만 대 등 총 441만 대에 이른다.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2,068만 대)의 21.3%다. 이렇게 상용차 시장은 규모가 거대한데도, 중고 매매 시스템에 있어서는 승용차시장에 비해 크게 낙후된 모습이다.
실제, 사업자 거래 대수가 개인 간의 거래 대수보다 훨씬 많은 승용차 거래와는 달리 중고 상용차 거래는 매매상사인 사업자 거래 대수와 개인 간의 거래 대수가 거의 반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상용차 매매시장, 제도개선 절실
몇 년 전 모 대형 산업재 금융사와의 협업으로 <상용차매거진>을 통해 중고 상용차 시세가 일부 공개됐었다. 지금 이 회사는 보안과 영업 상의 이유로 드러내길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공신력 있는 어떤 기관으로부터도 중고 상용차 시세를 입수 못하는 실정이 됐다.
상용차는 특성상 차량마다 제원이 광범위하고 특장이나 축 장착 등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차량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차종별 시세가 일반적으로 정해지기가 쉽지 않다.
럼에도 중고 상용차 매매시장은 높은 차량 가격과 승용차에 비해 짧은 교체주기로 매력적인 시장이다. 대부분의 물류 기업에서의 차량 교체주기가 5년 이하인 것만 봐도 중고매매, 경·공매, 수출, 폐차로 이어지는 연계 산업에 대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관 차원의 국내 중고 상용차 매매에 관한 통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으며, 공신력 있는 인증제도도 전무한 실정이다.
매매시장, 온라인 체제와 대형화로 급변
최근 중고 상용차 매매시장도 승용차 시장의 전철을 밟아 대형화되고 있으며, 온라인 거래로 급변하는 추세다. 거래량이 많아지고 국내에서 유통되는 중고 상용차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면서 대기업들이 속속 중고차 매매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SK그룹은 ‘SK엔카’를 통해서, 현대캐피탈은 ‘오토인사이드’를 통해서 중고 상용차 매매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에 반해 온라인 중고 상용차시장에 뛰어든 GS그룹의 ‘GS카넷’과 G마켓의 ‘카스닥’은 폐업돼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이름을 내걸고 영업하고 있다.
온라인 매매시장은 차량에 대한 공신력(허위매물, 사고차량 등)이 가장 큰 문제였으나, 이를 잡지 못한 것이 큰 실패 요인으로 분석된다.
또한, 소규모 개인 거래를 지원하던 기존의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규모 홈페이지에서 운영되던 중고 상용차 매매사이트가 ‘보배드림’과 ‘국가대표트럭’ 등 점차 그 규모를 늘려가면서 사이트 내 등록 대수 및 매매 건수를 착실하게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세종과 군산, 천안과 목포 등 주요 상용차 거점에서 대규모 상용차 전문 매매단지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승용차 매매단지 구석 일부에서 알음알음 거래되던 상용차가 대형화된 집적단지에서 수면위로 올라와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인 것이다.
중고 상용차 시장은 기존의 영세업체나 직거래에 의존하던 물량들이 이러한 대규모·전문적인 판매채널을 통해 매물들이 집중되어 앞으로는 중고 상용차매매도 활발해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인식 낮은 상용차 경매, 돌파구로 작용하나
경매시장 역시 집적화와 온라인 경매로 변화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기업들의 진출과 함께 매매시장에 자연스럽게 편입, 통합서비스로 나가는 추세다. 이러한 통합서비스는 중고 차량을 판매할 때, 매매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매를 통해 처분할 수 있어 유리하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발품만 판다면 원하는 가격대에 맞춰 매매와 경매를 선택할 수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현대글로비스와 SK엔카를 필두로 한 온·오프라인 경매장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매 물건은 공탁금과 매매업 자격증이 있어야 입찰을 할 수 있는 등 일반인이 접근하기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매매시장과의 통합으로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상용차도 경매에 포함되지만 판매가 원활히 이뤄지는 1톤급 소형 트럭과 중형급 탑차 이외에는 매물은 거의 없는 실정이기는 하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현대 글로비스 경매장’의 경우도 상용 차량의 비중이 10%도 되지 않을 정도다. 이는 아직까지 중고 상용차에 대한 가치와 경매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상용차 구입 시 많이 이용하는 리스 상품으로 인해 이용주기가 끝나 대차가 필요한 시점에 나오는 대규모의 물량을 처분하기 위해 업체들이 경매를 이용하고 나섰다. 흘러들어온 매물을 싼값에 구입할 수 있어 중고차 매매업자들 사이에서 매물 확보용으로 인기가 좋다. 점차적으로는 중고 상용차에 대한 매매 및 경매 시장이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