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용차의 현재와 미래,
‘CCVS 2025’ 현장을 가다(1) 경쟁과 개발의 현장


세계 두 번째 규모, 우한 상용차박람회…중국 상용차의 역설적 진화
포톤·비야디·동풍 등 중국 모든 브랜드 중대형 전기트럭 양산 단계
암롤·믹서·덤프·탱크로리 등 특장 완벽 호환…‘전기 특장 풀라인업’ 눈길
화웨이 20분 고속 충전·암모니아 엔진…다원화된 친환경 전략도 선봬

상용차정보는 국내 상용차 업계 임직원 약 30여명과 참관단을 구성,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국제박람회센터에서 개최된 CCVS 2025를 관람했다.
상용차정보는 국내 상용차 업계 임직원 약 30여명과 참관단을 구성,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국제박람회센터에서 개최된 CCVS 2025를 관람했다.

[중국 우한=정하용 기자] 11월 1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위치한 국제박람회센터 B구역. ‘China Commercial Vehicle Show 2025(CCVS 2025)’ 전시장에 들어서자 총 4개 전시장을 활용한 대규모 공간이 펼쳐졌다. 완성차·특장차·부품 구역으로 나뉜 전시장 곳곳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저마다 신에너지 상용차를 선보이고 있었고, 전시장 내부에서는 전기트럭이 언덕을 오르내리며 자율주행 성능을 시연하고 있었다.

본지가 국내 상용차 업계 임직원 약 30여명과 함께 구성한 참관단이 주목한 것은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중대형 전기트럭이 단순 컨셉카가 아니라 이미 양산 단계에 진입한 실제 제품이라는 점이었다. 포톤(FOTON), 비야디(BYD), 동풍(Dongfeng) 등 중국을 대표하는 상용차 브랜드들은 물론, 동풍자동차 계열사들만 해도 여러 브랜드가 저마다 중대형 전기트럭을 전시하고 있었다.

CCVS 2025 부스 배치도 모습. 중국을 대표하는 중대형 상용차 업체들이 대거 참석했다.

참관단과 동행한 한 특장 업체 대표는 전시장을 한 바퀴 돌아본 뒤 이렇게 평가했다. “판넬 마감이나 도장 품질, 용접 정밀도를 보면 한국 제품 대비 확실히 최소 10년은 뒤쳐져 있습니다. 하지만 중대형 전기트럭 양산화와 특장 바디 호환성을 보면 오히려 우리보다 10~20년은 앞서 있어요. 산업 방향의 차이죠.”

실제로 전시장 곳곳에서는 이미 양산 단계에 진입한 전기트럭들이 암롤, 믹서, 덤프, 곡물차량, 탱크로리, 진개덤프, 덤프트레일러 등 다양한 특장 바디와 완벽하게 결합된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트레일러 자체에 전동 구동력을 장착한 ‘전기 트레일러’도 다수 전시되어 참관단의 관심을 끌었다.

중국 상용차 시장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전환’으로 방향을 틀고 있지만, 그 전환의 방식은 한국과는 확연히 달랐다. 13일까지 나흘간 진행되는 이번 박람회는 그 차이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아시아 최대 규모 박람회, 신에너지가 디젤 추월해 

전시장 입구에는 CCVS에서부터 내년 독일 하노버의 'IAA 2026'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물류·교통·상용차 산업 전시회를 소개하는 대형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전시장 입구에는 지금 한창 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CCVS에서부터 내년 독일 하노버의 ‘IAA 2026’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물류·교통·상용차 산업 전시회를 소개하는 대형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중국이 글로벌 상용차 산업의 주요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CCVS는 2012년 첫 개최 이후 올해로 7회째를 맞이했다. 홀수 연도마다 개최되는 이 전시회는 중국 공업정보화부의 지원 아래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자동차산업분회가 주최하고, 중기연자동차검사센터(우한), 하노버 밀라노 전람(상하이), 후베이성 자동차산업협회 등이 공동 주관한다.

올해 전시회의 공식 주제는 ‘고급화·지능화·친환경화(High-End·Intelligent·Green)’다. 기존 고속 성장에서 벗어나 고품질 발전으로의 전환기를 겪고 있는 중국 상용차 산업이 당면한 과제를 자체적으로 던진 셈이다. 특히, 전시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에서 ‘신에너지’는 주로 전기차를 통칭하는 용어였으나, 최근 암모니아 등의 대체연료가 확산되면서 용어의 의미가 넓어지는 중이라고 전했다.

전문 참관객 및 업계 관계자 6만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남미·유럽·동남아·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 해외 참관단이 대거 참가해 중국 상용차 업체들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장이 되고 있다.

주최 측은 2025년 중국 상용차 시장이 수요 회복과 함께 신에너지 상용차와 수출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시장 수요와 산업 생태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시장을 둘러보니 신에너지 상용차의 전시 비중이 기존 디젤 차량을 명확히 넘어서고 있었다.

비교적 신흥 업체인 Z트럭도 전시장 중앙부에서 대형 전기트럭과 수소연료전지트럭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비교적 신흥 업체인 Z트럭도 전시장 중앙부에서 대형 전기트럭과 수소연료전지트럭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세미트레일러부터 서비스까지, 프리미엄 전략 확산 
전시장 중앙부를 차지한 중집차량(CIMC Vehicles, 中集车辆) 부스는 3개 전시대에 총 2,600㎡ 규모로 19개 모델을 전시했다. CIMC는 전 세계 세미트레일러(트랙터와 분리 가능한 트레일러) 및 특수차량 제조 분야의 선두 업체로, 이번 전시에서 2026년도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전시장 중앙부를 차지한 CIMC(중집차량) 부스는 3개 전시대에 총 2,600㎡ 규모로 19개 모델을 전시했다.
전시장 중앙부를 차지한 CIMC(중집차량) 부스는 3개 전시대에 총 2,600㎡ 규모로 19개 모델을 전시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CIMC가 이번에 선보인 ‘유로 챔피언 M’ 시리즈 액체식품 운송 탱크로리는 유럽의 첨단 기술과 재료과학을 융합한 제품으로, 중심 낮춤·보온 잠금·하역 제로 잔류 등의 기술 혁신을 통해 식품 안전·장기 신선도 유지·고효율 운송을 하나의 솔루션으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참관단이 실물을 가까이서 확인한 결과, 외관 마감이나 도장 완성도, 특히 특장 부위의 용접 마감이나 판넬 조립 정밀도는 국내 제품 대비 한 단계 아래 수준이었다. 기술적 컨셉은 훌륭하지만 실제 제조 품질이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급화 전략은 명확했다. 트럭과 서비스가 한 몸인 모습을 이해하고, 서비스 모델의 변화와 맞물려 확산시키고 있는 것. 일부 부품사와 솔루션 기업들은 차량 판매 이후 ‘구독형 유지보수 서비스’, ‘원격진단 및 업데이트’ 패키지를 제안하며, 운송기업이 차량 구매 후 운용 비용과 브랜드 가치를 함께 고려하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수출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전시장 내 글로벌 상담존에서는 남미·동남아·아프리카 바이어들이 중국 업체와 ‘현지 조립(KD) + 교육 + 서비스망 구축’을 포함한 고사양 패키지를 논의하는 모습이 다수 목격됐다.

 트럭이 데이터 플랫폼으로, 운영 효율이 핵심 가치 
전시장 곳곳에는 대시보드 시뮬레이션 체험존이 마련되어 있었다. 운행 조건을 입력하면 ‘연료비 저감’, ‘정비주기 연장’ 등을 수치화해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참관객들은 터치스크린을 조작하며 지능화 기술의 실제 효과를 확인했다. 트럭이 단순한 운송 도구가 아니라 ‘데이터 생산 및 분석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CIMC가 공개한 EVRT(순수전기 트랙터-트레일러) 플랫폼은 세계 최초로 ‘트랙터-트레일러 일체형’ 심층 협동 플랫폼 아키텍처를 구현했다고 소개했다. 트레일러가 독립적인 배터리와 동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트랙터와의 협동작업은 물론 안전 제동 응답 속도를 향상시켜 짐을 가득 실은 상태에서도 제동 거리를 대폭 단축시켰다. 여기에 에너지 회수 시스템을 적용 배터리 잔량 관리 효율성도 높였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은 차량을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닌 데이터 기반 운영 솔루션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일부 전시 구역에서는 차량이 터미널 관리 시스템과 실시간 데이터를 주고받는 장면이 시연됐으며, 운송 효율 개선을 위한 다양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함께 제안됐다.

중국 업체들은 차량을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닌 데이터 기반 운영 솔루션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거의 모든 브랜드가 전기트럭 양산... 디젤도 여전히 강세 
전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광경은 친환경화 구역이었다. 일기해방(FAW Jiefang, 一汽解放), 동풍상용차(Dongfeng Commercial Vehicle, 东风商用车), 산시자동차(Shacman, 陕汽重卡),  장화이자동차(JAC Motors, 江淮汽车), 포톤(FOTON), 비야디(BYD) 등 중국을 대표하는 상용차 브랜드들이 저마다 중대형 전기트럭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들은 단순 컨셉카가 아니라 이미 양산 단계에 진입한 실제 제품들이었다.

동풍자동차는 동풍상용차 EVRT 브랜드를 통해 대형 전기트럭과 일체화한 트레일러를 선보였다.
동풍자동차는 동풍상용차 EVRT 브랜드를 통해 대형 전기트럭과 일체화한 트레일러를 선보였다.
동풍자동차의 상용 계열사 동풍류기승룡 부스에서는 기존 디젤트럭과 LNG트럭 등 다양한 라인업이 소개됐다.
동풍자동차의 상용 계열사 동풍류기승룡 부스에서는 기존 디젤트럭과 LNG트럭 등 다양한 라인업이 소개됐다.

특장 바디와의 호환성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암롤, 믹서, 덤프, 곡물차량, 탱크로리, 진개덤프, 덤프트레일러 등 거의 모든 특장 형태가 전기 섀시와 완벽하게 결합된 상태로 전시되어 있었다. 참관단의 한 특장 업체 관계자는 국내가 아직 전기 특장차 개발 초기 단계인 반면, 중국은 이미 전 라인업을 완성해놓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주목받은 것은 트레일러 자체에 전동 구동력을 장착한 ‘스마트 전기 트레일러’였다. NGA사가 선보인 스마트 전기 세미트레일러는 연료 소비량을 50% 줄이고 종합 운송 에너지 비용을 20% 절감할 수 있다고 소개됐다. 다륜구동 방식을 적용해 주행 속도를 26% 향상시켰으며, 탄소 배출량을 약 52% 줄일 수 있다고 소개됐다.

 NGA사가 내놓은 스마트 전기 트레일러 모습. 연료 소비량을 50% 줄이고 종합 운송 에너지 비용을 20% 절감할 수 있으며, 트랙터의 운송 능력도 배가 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NGA사가 내놓은 스마트 전기 트레일러 모습. 연료 소비량을 50% 줄이고 종합 운송 에너지 비용을 20% 절감할 수 있으며, 트랙터의 운송 능력도 배가 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전기트럭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에도 디젤트럭을 고수하는 업체들도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산시자동차 부스에서는 친환경화 흐름 속에서도 디젤트럭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존 동력원의 장점을 강조했다. 일부 업체들은 현재 인프라와 운영 환경에서 디젤의 실용성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엔진 개선과 배출가스 저감 기술을 통해 친환경화에 대응하고 있었다. 중국 시장이 단일한 전환 경로가 아니라 ‘복수의 동력원 전략’을 동시에 탐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산시자동차(Shacman) 부스 모습. 친환경화 속에서 여전히 디젤트럭이 강세임을 고수하고 있다.
산시자동차(Shacman) 부스 모습. 친환경화 속에서 여전히 디젤트럭이 강세임을 고수하고 있다.

BYD 상용차는 1,400㎡ 규모의 전시장 내부에 동적 데모존을 마련하며 자율주행 기술 시연에 중점을 뒀다. 참관객들은 BYD 전기트럭이 언덕을 오르내리며 화물을 배송하는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동풍류기승룡이 전시한 ‘드래곤즈 KL’ 모델은 충전 기술의 진화를 보여줬다. 352kWh 배터리를 탑재한 이 차량은 2개의 충전기를 동시에 연결해 20분 안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했다. 여기에는 화웨이의 2400A급 메가와트 충전 기술이 적용됐다. 충전 시간이 휴게소 휴식 시간과 비슷해지면서 전기트럭의 실용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평가다.

동풍상용차의 '드래곤즈 KL' 모델은 352kWh 배터리를 탑재한 이 차량은 2개의 충전기를 동시에 연결해 20분 안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했다.
동풍상용차의 '드래곤즈 KL' 모델은 352kWh 배터리를 탑재한 이 차량은 2개의 충전기를 동시에 연결해 20분 안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했다.

현장에서는 암모니아 엔진도 확인됐다. 완성차는 아니었지만, 엔진 단품으로 전시된 암모니아 엔진은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대체연료로 주목받고 있었다. 수소에 비해 저장과 운송이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고하중·장거리 운송 시장을 겨냥해 다양한 대체연료 전략을 동시에 추진 중이었다.

암모니아로 구동되는 엔진 모습.
암모니아로 구동되는 엔진 모습.

수소연료전지 트럭도 일부 전시됐다. 65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한 수소연료전지 트럭이 전시되며, 수소 충전 시간은 15~30분으로 디젤 차량과 유사한 수준을 달성했다고 소개됐다.

전시장에서는 충전망 확충, 보조금 정책, 안전·충전 표준화 관련 포럼도 병행 진행됐다. 기술 확산뿐 아니라 제도·생태계 구축이 함께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친환경화는 단지 동력원 변경이 아니라 운송 생태계 전체의 재편을 의미하고 있었다.

 CCVS에서 산하 브랜드를 총출동시킨 동풍자동차의 전시장 모습.
 CCVS에서 산하 브랜드를 총출동시킨 동풍자동차의 전시장 모습.
박람회장 출구에는 2026 IAA에 초대하는 안내 공간이 눈길을 끌었다.
박람회장 출구에는 2026 IAA에 초대하는 안내 공간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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