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식 현대차 메가 vs 파비스 중고시세
작년 4분기 메가 7,450만 원, 파비스 8,238만 원
메가 감가율 더 낮아…분기당 100만 원씩 하락
기동성 vs 편의성…중고 시장 수요 명확히 구분돼

국토교통부의 상용차 등록 데이터를 가공, 본지에 독점 제공하고 있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0년식 메가트럭 280마력 5톤 모델은 올해 3분기 기준 평균 시세 7,450만 원, 파비스 300마력 5.5톤 모델은 8,238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분석 대상은 각 차종의 주력 출력 모델로, 가장 많은 판매 대수를 올린 옵션 사양이다. 가변축이 없는 기본형 4×2 모델을 기준으로 했으며, 시세는 영업용 번호판 가격을 포함하되 취득세·교육세·부가세 등 각종 세금은 제외된 금액이다.
1년간 꾸준한 하락세…감가율은 비슷
지난 1년간 두 차종 모두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다. 메가트럭은 지난해 4분기 7,802만 원에서 올해 3분기 7,450만 원으로 352만 원 하락했다. 연간 감가율은 4.5%다. 파비스는 같은 기간 8,645만 원에서 8,238만 원으로 407만 원 떨어졌고, 감가율은 4.7%를 기록했다.
분기별로 보면 메가트럭은 지난해 4분기 대비 올해 1분기 103만 원, 1분기 대비 2분기 124만 원, 2분기 대비 3분기 125만 원씩 내려갔다. 파비스는 같은 기간 각각 119만 원, 144만 원, 144만 원씩 하락했다. 두 차종 모두 분기당 평균 100만 원 이상씩 시세가 떨어지는 패턴이다.
주목할 점은 단종된 메가트럭의 연간 감가율이 현역 모델인 파비스보다 0.2%p(포인트) 낮다는 것이다. 5년 된 중고차임에도 메가트럭의 시세 방어력이 파비스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종개편 원년 직후 두 모델의 정면 승부
2020년은 2019년 화물운송시장 업종개편 직후였다. 증톤 기준이 완화되면서 영업용 번호판 양수·양도가 최대 16톤까지 허용됐고, 기존 중형 시장의 수요가 준대형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현대차의 중형 메가트럭과 준대형 파비스가 5톤급 시장에서 정면으로 맞붙은 배경이다.
파비스는 2019년 8월 출시됐고, 메가트럭은 2021년 7월 단종 발표 후 2022년 재고 판매로 마무리됐다. 두 차종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한 기간은 2년 남짓에 불과했다.
당시 메가트럭은 2004년 출시 이후 16년째 생산 중이었다. 14년 넘게 같은 캡을 유지한 채 가성비로 시장을 지배하던 모델이었지만, 이미 단종 수순에 접어든 상태였다. 반면 파비스는 불과 1년 전 출시된 신차로, 업종개편에 따른 준대형 시장 확대를 겨냥한 현대차의 전략 모델이었다.
시세 격차, 캡 넓이·파워트레인 등 원인 다양
두 차종의 시세 격차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우선 기본 스펙이 다르다. 메가트럭 280마력과 파비스 300마력은 각 차종의 주력 출력 모델이지만, 파비스가 엔진 출력 20마력, 적재중량 0.5톤이 더 높다. 신차 당시에도 이러한 스펙 차이가 가격 차이에 반영됐다.
사양 차이도 컸다. 파비스는 대형트럭 수준의 넓은 캡을 갖췄다. 실내고는 1,595mm, 실내공간은 6.7㎥로 동급 최대 수준이다. 전방충돌방지보조·차로이탈경고 등 첨단 안전장치, 상용차 전용 내비게이션, 블루링크, 확장형 슬리핑 베드 등 메가트럭에는 없던 편의·안전사양이 대거 적용됐다.
파워트레인도 달랐다. 파비스는 6.7L 엔진을 탑재해 메가트럭의 6.3L보다 배기량이 컸고, 풀·로팅 에어캡 서스펜션과 후륜 에어 서스펜션으로 주행 성능과 승차감도 개선됐다.
현역 모델 여부도 시세에 영향을 미친다. 파비스는 현재까지 판매되는 현대차 준대형 대표 모델로, 부품 수급과 서비스 지원, 재판매 가치 측면에서 단종된 메가트럭보다 유리하다.
메가트럭의 시세 방어…대체 불가 영역 존재
그럼에도 메가트럭의 감가율이 파비스와 비슷한 이유는 명확하다. 메가트럭은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생산됐을 정도로 현대차 중대형트럭 중 가장 많이, 가장 오래 팔린 모델이다. 여전히 전국 어디서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부품도 쉽게 구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메가트럭의 작은 캡은 좁은 농로나 시골길 운행이 많은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선택지다. 파비스는 성능과 편의성은 뛰어나지만 캡이 커서 좁은 길에선 불리하다. 가격 차이도 중고 시장에서 메가트럭을 여전히 매력적으로 만든다.
중고트럭 매매업체 관계자는 “메가트럭은 단종됐지만 농촌 지역이나 좁은 길을 다니는 차주들한테 꾸준히 문의가 들어온다.”며 “파비스보다 작아서 기동성이 좋고 가격도 저렴하니까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중고 시장은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 저렴하고 작은 캡이 필요하면 메가트럭, 성능과 편의사양을 원하면 파비스를 선택하는 구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