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중대형 전기트럭 보조금’ 정책은

새 정부 기조 “친환경 트럭 확대로 수송 부문 탈탄소화”
중대형 전기트럭 판매 준비 완료한 볼보트럭·타타대우
“소형은 되고 중대형 전기트럭은 왜 안 되나” 불만 토로
환경부, 중대형 전기트럭 보조금 여부 뒤늦게 “검토 중”

국내 전기 상용차 보조금은 경형급 및 1톤급 소형 전기트럭 그리고 중대형 전기버스에 한정돼 있다. 그러나 화물 운송 시장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가장 많은 배기가스를 내뿜는 중대형 트럭은 여전히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다. 정부 정책과는 별도로 볼보트럭코리아와 타타대우모빌리티는 중대형급 전기트럭 도입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판매만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보조금 기준 미비로 시장 진입이 막힌 상태다. 현행 보조금 체계가 친환경 상용차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트럭 보조금 검토 중”…입장 바뀐 환경부 
지난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EV 360˚컨퍼런스’ 현장에서 류필무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장은 상용차정보 질문에 “중대형 전기트럭에 대한 보조금 지원 여부를 현재 검토 중”이라며,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는 정부 정책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달라진 입장이다. 당시 류 과장은 “보조금은 국민 세금으로 지급되는 만큼, 국산 브랜드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며 중대형 전기트럭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류필무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장
류필무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장

그동안 정부가 중형 전기트럭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한 주요 배경에 다수의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전기트럭의 시장 진입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양산 체계를 갖춘 중국산 전기트럭이 국내 시장에 다수 유입될 경우, 전기버스 시장처럼 중국산이 점유율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실제로 이런 우려는 과거 정책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환경부는 2023년 중형 전기 노면청소차·살수차 보급 계획을 발표했다. 노면청소차 약 1,800대를 전기차로 교체하면 비산 먼지를 절반 가까이 감축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하지만 당시 중국산 전기트럭의 진입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에 계획 추진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었다.

 전기트럭, 소형은 지원. 중대형은 배제…탄소 중립에 역행 
이런 차별적 지원 방식은 친환경 트럭 보급을 위한 보조금 지원의 원래 목적과 배치된다. 글로벌 탄소 중립 기조에 따라 디젤 트럭은 중장기적으로 판매가 중단될 예정이며, 각국 정부는 친환경 차량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보조금 제도를 마련했다. 특히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정책 수단이 바로 보조금이다.

그런데 현재 국내 보조금 지원 체계는 형평성에서 허점을 보이고 있다. 1톤급 소형 전기트럭에는 약 3,500만 원의 보조금이 지급되며 지금까지 약 13만 대가 보급됐지만, 정작 탄소 배출량이 많은 중대형 디젤 트럭을 대체할 전기트럭에는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러한 정책 불균형의 배경에는 앞서 지적했듯 중국산 전기트럭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보조금이 친환경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 아닌 보호무역의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본래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

현재 중대형 전기트럭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보조금을 통한 적극적인 시장 활성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은 대기 환경 개선 목표에 맞춰 투명하고 공정하게 지급하고, 국산 업체 경쟁력은 기술 혁신 R&D 지원으로 키워야 한다.”며, “단기적 보호보다는 장기적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조금이 지급되는 소형 전기트럭과 달리, 중대형 전기트럭은 보조금 체계가 전무하다는 허점이 있다. 
보조금이 지급되는 소형 전기트럭과 달리, 중대형 전기트럭은 보조금 체계가 전무하다는 허점이 있다. 

 새 정부 출범으로…중대형 전기트럭 보조금 기대감 ‘솔솔’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이 중대형 전기트럭 보조금 정책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통해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률 50% 달성’과 ‘전기차 보급 확대 및 노후경유차 조기 대·폐차 지원을 통한 수송부문 탈탄소 가속화’를 명시했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와 함께 보조금 정책이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산 견제라는 부차적 고려보다는 친환경 목표 달성에 집중하고, 실질적인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중대형 전기트럭 보급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기대감은 해외 동향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탄소 중립을 구현하기 위해 중대형 전기트럭 라인업을 개발·출시하면서, 독일, 스웨덴 등 유럽 주요국에서도 중대형 전기트럭 구매보조금 지원이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전기차 보조금을 일시 중단했다가 다시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2024년 7월부터 2028년까지 기업이 구매하는 순수 전기차 및 무공해 차량에 한해 첫 해에 최대 40%까지 세액공제(특별감가상각) 혜택을 주는 방안을 도입했다. 이 제도는 대형 전기트럭을 포함한 모든 상용 전기차에 적용되어, 독일의 전기차 전환 정책이 개인용 차량에서 상업용 대형차량까지 포괄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주요국들이 전기차 지원을 강화하는 추세 속에서, 우리나라도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중대형 전기트럭 보조금 정책의 근본적 재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친환경 공약을 고려할 때 중대형 전기트럭 보조금 도입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상용차 시장은 전동화 전환이 확장되는 추세다. 사진은 만트럭의 전기트럭 모습. 
독일을 비롯한 유럽 상용차 시장은 전동화 전환이 확장되는 추세다. 사진은 만트럭의 전기트럭 모습. 

 볼보트럭·타타대우 “판매준비 완료…보조금만 기다려” 
이런 정책적 기대감 속에서 업계는 이미 중대형 전기트럭 출시 준비를 마친 상태다. 타타대우모빌리티는 준중형 전기트럭 ‘기쎈(GIXEN)’의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볼보트럭코리아도 2년 전부터 대형 전기트럭인 ‘FH 일렉트릭’의 국내 도입을 일찍이 예고했지만, 보조금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시장 출시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다임러트럭코리아와 이베코코리아 역시 연내 각각 ‘e악트로스’와 ‘e데일리’의 국내 출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중대형 전기트럭의 높은 차량 가격이다. 보조금 없이는 사실상 판매가 어려운 구조인데, 정부가 보조금 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서 시장 형성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일선 현장에서는 ‘지속 가능성’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나 ‘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정책 실현과 함께, 중대형 전기트럭을 기다리는 물류업체와 지자체가 많지만, 가격 부담 때문에 구매 접근성도 떨어진다.

특히 정부의 늦장 대응이 업계 불만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차량 성능에 따라 보조금 지급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매년 기준 발표 직전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예측 가능한 정책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최소 6개월 전에는 기본 방향을 알려 기업의 투자 판단과 준비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준비를 마친 업체들로서는 정부의 결정만을 기다리며 시장 진입이 지연되는 상황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

2023년 3월 볼보트럭코리아의 대형 전기트럭 ‘FH 일렉트릭’이 국내 런칭됐으나, 국내 판매를 위한 증 절차를 모두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국고 보조금이 지원이 안돼 판매에 애로를 겪고 있다.
2023년 3월 볼보트럭코리아의 대형 전기트럭 ‘FH 일렉트릭’이 국내 런칭됐으나, 국내 판매를 위한 증 절차를 모두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국고 보조금이 지원이 안돼 판매에 애로를 겪고 있다.

 

지난해 11월 타타대우모빌리티가 국내 최초 준중형 전기트럭 '기쎈'을 출시했다. 
지난해 11월 타타대우모빌리티가 국내 최초 준중형 전기트럭 '기쎈'을 출시했다. 

 “검토 아닌 실행 시기”…보조금 정책 전환점 맞아 
이런 가운데 정책 당국이 변화의 신호를 보이고 있다. 류필무 과장은 현재 보조금 기조가 중대형 트럭의 온실가스 저감 노력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현재 보조금 지원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보조금 지급 시점에 대해서는 “보조금 지원 여부를 검토 중인 단계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그 시기를 말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중대형 전기트럭 보조금에 부정적이었던 태도와 비교하면, 정부 입장에 분명한 변화의 조짐이다.

무엇보다 중국산 진입을 우려해 국산 전기트럭 보급을 늦춘다면, 이는 오히려 정책의 본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과거 전기버스 시장을 중국산에 내준 것도 보조금 때문이 아니라 국산 브랜드의 완성도 높은 제품 준비 부족이 원인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중대형 전기트럭의 보조금 정책은 이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업계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보조금 정책이 본래의 목적인 친환경 전환과 탄소 중립 달성에 집중하고, 형평성과 보편성을 갖춘 합리적 지원 체계로 개편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더 이상 검토만 할 것이 아니라, 실행으로 옮겨야 할 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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