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트럭 ‘아록스 25.5톤 덤프’ 시승 체험
험로 주행과 내구성을 위한 벤츠트럭의 고집, ‘허브리덕션’
미러캠과 운전자 친화적 설계가 빚어낸 안전과 편의의 조화
막강한 파워와 뛰어난 연비의 조화, 3세대 파워트레인 진가

경기도 연천군은 석재와 골재 폐기물 사업장이 많아 덤프트럭의 판매 수요는 물론 서비스 수요가 많은 곳이다. 이를 입증하듯 연천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트럭 서비스센터에 도착하자 4개의 워크베이에서 분주히 정비가 이뤄지고 있었다. 24시간 정비를 지원하는 밴 차량도 출장 서비스를 마쳤는지 이제 막 센터에 들어오고 있었다.
서비스센터에 들어서자마자 세련된 파란색 섀시캡에 검은색 덤프 바디를 얹은 벤츠트럭의 25.5톤 덤프트럭 ‘아록스 4453K’가 기자를 맞이했다. 캡 전면과 적재함 좌우에는 각각 ‘REAL TIPPER(리얼 덤프)’, ‘이것이 덤프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당당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리얼 덤프의 정수, 허브리덕션의 압도적 성능
‘리얼 덤프’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아록스의 허브리덕션 액슬에 있었다. 덤프트럭은 애초부터 일반 도로가 아닌 거친 비포장도로나 험지를 주로 달리기에 특화된 차량이다.
일반 트럭에 많이 쓰이는 고속 주행에 초점을 맞춘 싱글 리덕션 액슬로는 험로 주파가 쉽지 않다. 그래서 벤츠트럭은 다소 종감속비를 키운 허브리덕션 액슬을 아록스에 적용했다. 뒷바퀴에 돌출된 허브 드럼만 봐도 다른 점을 쉬이 찾을 수 있다.

허브리덕션은 구동축에서 바퀴 허브 내부 유성기어를 통해 추가 감속하는 방식으로, 험로에서도 월등한 파워를 발휘한다. 일반 도로 연비는 다소 손해 보지만 그만큼 어떤 지형도 정복할 수 있는 것. 여기에 높은 최저 지상고까지 더해져 아록스는 오프로드의 왕좌에 당당히 오를 수 있었다.
액슬 하중도 늘렸다. 모델명인 아록스 4453K의 숫자 앞 두자릿수 ‘44’에서 유추할 수 있듯 국내 최대 허용 총중량인 44톤을 꽉 채우기 위하여 1축과 2축은 10톤, 3축과 4축은 13.4톤씩의 액슬 하중을 세팅했다. 기존 ‘3951K’의 9.5톤/9.5톤/10톤/10톤 대비 대폭 늘어난 하중 세팅값이다. 참고로 뒷 두자리수 ‘53’은 530마력의 강력한 엔진 출력을 상징한다.
미러캠과 인체공학적 운전석의 조화
아록스의 외관에서 강인함을 느꼈다면, 실내에 탑승했을 때는 세련미가 돋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 승용차와 동일한 디자인의 리모컨 키로 육중한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올랐다. 시동을 걸기 전, 왼발로 브레이크 페달 왼쪽에 위치한 버튼을 꾹 밟았다. 그러자 스티어링 휠이 운전자에게 맞는 위치로 부드럽게 이동했다. 버튼 하나로 최적의 운전 자세를 찾을 수 있는 ‘상하 좌우 스티어링 포지션 조절 기능’이다.

운전석에 앉아 둘러보니 마치 고급 세단에 탄 듯 우아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0.25인치 터치스크린이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죽 스티어링 휠과 통풍 기능이 내장된 시트는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감을 덜어줄 것 같았다.
특히 스티어링휠 좌우에 위치한 터치패드 컨트롤이 인상적이었다. 왼쪽 터치패드는 디지털 계기판을, 오른쪽 터치패드는 중앙 터치스크린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역시나 눈에 띄는 것은 사이드미러를 대체한 미러캠(Mirror Cam)이었다. 양 A필러에 장착된 카메라와 실내 좌우 대형 디스플레이로 사각지대 없는 후방 시야를 확보했다. 2세대 미러캠은 1세대보다 전폭을 10cm 줄여 공기저항을 더욱 낮췄고, 카메라 성능과 시인성도 대폭 개선했다.

상하로 분할된 화면에는 트레일러 후미는 물론, 주변 차량의 거리와 속도 등 주행 보조 정보가 표시된다. 날씨나 시간에 상관없이 선명한 화질을 자랑해 안전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높였다. 이제 고급 세단 감각의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시승 출발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파워와 경제성의 3세대 파워트레인
가속 페달에 가벼이 발을 올리자마자 벤츠트럭의 ‘OM471’ 3세대 직렬 6기통 엔진이 묵직하고 중후한 울림을 내며 힘차게 도로를 밀어냈다.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265kg.m에 달하는 막강 퍼포먼스임에도 소음과 진동은 크지 않았다.
3세대 파워트레인은 연료 효율도 크게 높였다. 2세대 대비 4%, 1세대 대비 10% 연료 효율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요소수 소모량도 적기로 정평이 나 있다. 서비스센터에서 만난 한 고객에 따르면, 50리터 요소수 탱크를 꽉 채우면 5,000km 주행도 거뜬하단다. 힘과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아록스의 진가는 요철이 잦은 좁은 국도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덤프트럭의 왕래가 잦아 도로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음에도 SUV 같은 안정적인 승차감을 선사했다. 캡과 운전석의 에어서스펜션 시트가 노면의 충격을 잘 흡수하며 피로감을 줄여주었다. 경사로를 오르내리고 커브가 잦아도 파워와 자세를 잃지 않았다.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의 든든한 지원
연천과 파주 방면을 잇는 넓게 뻗은 동서로에 접어들자마자 기자가 한 일은 ‘차간거리 제어 시스템(일명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키는 일이었다. 제한 속도를 세팅해두고 2차선에서 안락한 주행을 하던 중 갑자기 대형 탱크로리 차량이 추월을 시도하며 앞으로 끼어들었다.
순간 아록스의 차간거리 제어 시스템이 개입하며 앞차와의 간격을 안전하게 유지하며 감속했다. 계기판에는 이내 앞 차량이 표시됨과 동시에 주행 속도와 차간거리가 표시됐다.
동서로 고속화도로에서 왕복 2차선 국도로 내려오자마자 도로 우측 낙하물을 피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중앙선을 살짝 넘었다. 그러자 ‘차선이탈경보장치(LDWS)’가 둔탁한 경고음을 울렸다. 이 기능은 운전자 의도와 관계없이 차선을 이탈하면 위험을 경고하고 복귀를 유도하는 기능이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 변경을 시도하니 경고음이 들리지 않았다. 덕분에 낯선 도로에서도 안심하고 운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왕복 40km가량의 주행을 마치고 아록스를 되돌아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비록 현장 상황 탓에 오프로드 시승을 통한 험로 탈출 기능을 체험하지는 못했지만, 허브리덕션을 통한 강인한 파워와 제동력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허브리덕션은 출력이 보장돼 있는 현재 덤프트럭 산업 상, 연료 효율성을 낮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벤츠트럭은 덤프트럭 본연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하여, 3세대 파워트레인과 미러캠을 통한 연비 향상과 더불어 낮은 요소수 소모 실현과 통합형 서비스 컨트랙트를 기본 적용해, 총보유비용(TCO)을 부단히 낮추려 노력했다. 어떤 험지도 거뜬히 정복하고, 운전자를 세심히 배려하는 편의장비까지 두루 갖춘 덤프트럭. 이것이 바로 벤츠트럭이 말하는 ‘리얼 덤프’의 정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