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중심으로 꾸준히 사업 확장
택시 업계, “가격도 몇 배 싼데,
기존 버스보다 빠른 도착에 택시 죽는다”
영국 등 해외도 펀드 조성해 DRT 사업 착수

세종시가 2019년 12월 도입한 '두루타 버스'
세종시가 2019년 12월 도입한 '두루타 버스'

최근 정부가 농어촌 지역은 물론 버스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의 교통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수요응답교통버스(Demand Responsive Transport, 이하 DRT)’확산에 힘쓰고 있다.

DRT는 영어 뜻 그대로, 승객의 요청에 따라 운행 노선과 시간이 정해지는 교통수단이다. 정해진 노선과 시간 간격에 따라 운행되는 기존 시내버스와 달리 승객들의 호출을 받아서 그때그때 최적의 노선을 정해 운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굳이 따지자면, 사업자 입장에선 고객의 호출이 있을 때만 차량을 운행하므로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고객들은 기존 시내버스와 비슷한 가격에 보다 더 빨리 목적지에 갈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이러한 이점 때문인지 이미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DRT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국토부 · 농림축산식품부 주도하에 지자체별 도입
한국교통연구원 및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전라북도 정읍시와 완주군에서 처음으로 한국형 DRT ‘콜버스’가 등장했다. 적용 당시 민원 행정 개선 우수사례로 선정되는 등 시민들의 반응이 좋았으며, 이후 지역별로 DRT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시작됐다.

2018년 국토교통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도시형·농어촌 교통 모델 지원사업’을 통해 DRT가 대중교통 취약 지역의 이동권 보장과 의료·복지·문화 접근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정과제로 추진했다. 아울러 한국교통안전공단은 DRT 시스템을 구축하여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를 지자체 별도 서버 구축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세종시는 2019년 12월 ‘두루타 버스’를 도입했다. 두루타는 순우리말로 ‘교통 소외 지역의 주민들이 두루두루 대중교통을 타라는 뜻’에서 지어졌다.

두루타 버스는 최소 1시간 전에 콜센터로 예약하면, 버스가 지정 장소까지 직접 찾아오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2021년부터는 커뮤니티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서비스 ‘셔클’ 도입·운행을 위한 상호협력협약서를 체결하고 시범 운영을 도입했으며, 지난달 3일에는 투루타 버스를 추가 투입해 서비스지역을 확대했다. 또한 일부 구간에서는 예약방식이 아닌 실시간 호출 방식으로 시범 운행하고 있다.

인천광역시도 2019년 12월 ‘I-MOD 버스’를 처음 시범운행 했다. I-MOD 앱으로 출발하는 버스정류장, 도착하는 버스정류장을 선택하고 호출한 후, 승차 시 앱 내 QR코드 탑승권을 리더기에 스캔하면 탑승이 가능하다. 결제는 I-MOD 앱에 등록된 카드 또는 핸드폰으로 결제된다.

농촌에서도 DRT도입을 위한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광역시 달성군은 ‘달성 행복택시’를 도입, 교통 취약지인 5개 읍면과 32개 마을의 주민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으며, 달성군에 따르면 도입 1년차인 2020년엔 총 51,580회가 운행되면서, 64,437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1,000명 정도 늘어난 숫자다.

이 밖에 고흥, 완도, 신안, 포항, 부산 등 전국에서 DRT가 운행되고 있으며 다른 지자체에서도 여건 분석을 통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스페인, 정부가 직접 나서고 미국은 기업 주도로 사업 확장
해외의 경우 영국, 미국, 스웨덴 등은 일찌감치 교통약자와 농어촌 학생, 주민들을 위한 복지 수단으로 DRT가 활용되어 왔다. 특히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과 초대형 DRT 스타트업의 등장, 타 교통수단과의 환승연계체계 구축 등을 통해 일반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20년부터 펀드를 조성해 DRT를 농촌 및 교외 지역에 적용하는 시범사업에 착수했고, 이듬해에는 버킹엄셔주에서 약 33억 원의 보조금이 투입된 26개 시내버스 노선 전체를 DRT로 전환했다. 지난해 4월에는 DRT 도입을 고려하는 지자체를 위한 DRT 도입 가이드 라인도 마련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비아(VIA)’, ‘무빗(Moovit)’, ‘라이드코(RideCo)’의 대규모 투자유치에 힘입어 그간 복지 차원으로 운영되던 DRT시장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인구 40만 명의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경우 지역 간 철도와 도시철도가 있지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적어 이용객이 적었다. 이에 비아는 DRT 40대를 철도 접근 수단으로 도입했고, 알링턴의 대중교통 이용객 수는 DRT가 도입되기 전보다 10배 증가했다. 현재 VIA는 시범 사업을 확대해 총 100여 대의 DRT를 운행하고 있다.

2019년 스페인도 바르셀로나의 토레 바로(Torre Baro)지역에서 최초 수요응답형버스 ‘엘뮤버스(elMeuBus)’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엘뮤버스는 대형버스 등 대중교통이 접근하기 어려운 대중교통 사각지대와 시내버스 및 지하철을 연계할 수 있도록 구역을 설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쉽게 우리나라의 마을버스와 유사하며, 바르셀로나의 도로 특성을 반영하여 좁은 길, 경사로에서도 운행이 가능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수요응답형버스 ‘엘뮤버스(elMeuBus)’.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수요응답형버스 ‘엘뮤버스(elMeuBus)’.

서비스 확대될수록 기존 택시와의 상생 문제 부각
그런데 DRT의 구조는 택시와 영업구조가 똑같다. 이에 택시업계에서는 도입 초기부터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가격은 택시보다 몇 배는 싼데, 목적지 도착에 걸리는 시간은 별로 차이나 나지 않으니, 당연히 택시의 운행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개발비를 들여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느니 차라리 ‘1,000원 택시’ 제도를 보완하여 적용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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