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 진출한 지 10여 년 지났는데
신모델 출시 불구 단단한 국산 벽에 막혀
가격보단 유지비·축거·A/S 영향 큰 듯

주로 유럽 상용차 브랜드의 수입산 대형카고(9.5톤이상, 준대형급 제외) 점유율이 6년 가까이 30% 안팎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대형카고의 점유율 방어 전략에 신규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상용차 등록 데이터를 가공, 본지에 독점 제공하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적재중량 9.5톤 이상 수입산 대형카고(특장차 포함)의 점유율은 28.1%로 집계됐다. 

수입산 대형카고 점유율은 2012년 당시 4.3% 수준이었으나, 유로6 배기가스 규제 시행 직후인 2015년 점유율은 25.8%, 2018년에는 점유율 34%까지 치솟았다. 2019년 30.8%, 2020년 31.5%, 2021년 28.6%로, 2017년 이후 6년째 점유율 30% 언저리에서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산 브랜드는 2015년과 2018년 각각 대대적인 풀체인지와 부분변경을 거쳐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이 같은 성공을 바탕 삼아 2021년 다시 한 번 대대적인 변화를 줬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칩 수급난과 이로 인한 생산 차질, 해상운임 폭등 및 해상운송 적체 등의 악재를 이유로 점유율 확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를 두고 수입산 대형카고의 점유율이 한계점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현재의 점유율 한계점을 뚫고 국산에 비해 절대 우위의 덤프트럭과 트랙터 만큼 올라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수입산, 대형카고 시장 공략 쉽지 않네 
유럽 상용차 브랜드들은 국내 진출 초기부터 트랙터와 덤프트럭 시장의 50~60% 점유율로 시작할 만큼 강세였지만, 더 이상 수익성을 지속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대형카고 시장에 진입했다.

국내 대형카고 시장에 진출한 수입산을 보면, 스카니아코리아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대형카고를 판매했던 이력이 있다. 당시 판매가 여의찮아 5년여간 판매를 중단했다가 2011년부터 판매를 재개한 바 있다. 

다임러트럭코리아도 2011년, 메르세데스-벤츠트럭 제품 브랜드로 대형카고 시장에 첫발을 들였으며, 볼보트럭코리아 역시 2012년에 시장에 진출했다. 만트럭버스코리아는 2014년에, 이베코코리아는 2021년에 대형카고 시장에 합세했다.

이처럼 이들 수입산 브랜드가 국내 대형카고 시장 진출에 늦었다는 것은 국산 브랜드의 굳건한 벽을 깨는 것이 어려웠다는 방증이다. 현재 유럽 상용차 브랜드의 국내 트랙터와 덤프트럭 시장의 점유율은 70% 수준으로 앞선 가운데 대형트럭의 마지막 부문인 대형카고 시장을 10여 년째 두드리고 있다.

국산과 수입산 가격 차이는 무의미
한편 국산과 수입산 대형카고 간 가격 차이가 화물차 운전자들 사이에서 차량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국산 트럭이 수입산과 비교해 가격 차이가 이전과 비교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공식 판매가격과 달리 주유권을 비롯,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 등으로 실질적인 구매가의 차이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에 본지는 지난해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국산 대형카고(10×4 / 500마력 대 기준)는 2억 원 안팎, 수입산은 2억 원대로, 10~30% 수준의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 추가적인 구매 혜택까지 산정한다면, 국산과 수입산 대형카고 간 가격차이가 구매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태생적으로 국산보다 불리한 수입산
트랙터와 덤프트럭 시장과 달리 수년 째 수입산 브랜드가 대형카고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산 대형카고의 인기는 ▲유지·보수 비용 ▲브랜드 충성도 ▲축거에 따른 특장 활용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유지보수 비용에서 국산과 수입산 간 부품 가격의 차이가 수 배가량 발생하는데, 단순 사고로 부품을 교환하거나 보증기간 이후 공임과 수리비에서 수입산이 불리하다. 그러다보니 일부 유럽 상용차 브랜드에서는 부품 할인 캠페인 등을 통해 부담을 낮춰주고 있다. 

국산 브랜드에 대한 애정도 한몫한다. 국내 트랙터와 덤프시장과 달리 화물운송시장 특성상 화물차 운전자들은 국산 중소형 트럭으로 시작해 점차 큰 트럭으로 확장해가는 형태가 상당수다. 애초에 국산 트럭에 길드는 구조로 승차감, 첨단시스템 등 수입산 브랜드가 내세우는 강점이 다소 무색해진다. 

마지막으로 축간거리(축거)에 따른 활용성이다. 국산 대형카고의 축거는 6~8m대로 다양한 반면, 수입산은 축거의 선택폭이 좁거나 일부 브랜드는 최대 적재함을 뽑아낼 정도의 단일 사양만 선보이고 있다. 축거의 제약은 탱크로리 등 짧은 축거가 필요한 특장차 제작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수입산 브랜드의 대대적인 공세에도 불구, 대형카고 시장의 점유율이 고착화 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다가올 수소·전기 친환경차 시대에서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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