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이어 볼보, 벤츠트럭 등 수소 기반 트럭 선봬
주행거리, 충전시간, 모터출력 등 제원은 대동소이
규모 경제 갖춘 2025~2030년부터 본격 양산 전망

최근 들어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개발해 쏟아내고 있는 전기자동차 중 중대형 전기트럭은 대부분 프로토타입(Prototype·시제품)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양산과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내연기관과 비교해 충전시간과 주행거리, 가격 등에서 많은 취약점을 보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수소가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재차 강조되고 있다.

 

액화수소를 충전하는 다임러트럭의 GenH2 모델.

친환경 차량으로 가장 각광받은 전기차는 트럭 시장서 충전시간과 주행거리 그리고 적재중량에 발목이 잡힌다.

한국교통연구원에서 발간하는 ‘2020 화물운송시장 동향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화물차 하루평균 운행거리는 372.2 km다. 하지만 현재 상용화된 전기트럭(주로 소형급) 대다수가 주행거리 200~ 350km 남짓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국내에서는 아직 양산조차 안 돼 있는 중대형급 전기트럭의 주행거리는 가늠하기 어렵다.

장거리 주행을 위해 보다 많은 배터리를 탑재해야 하지만, 배터리 무게와 부피 탓에 오히려 주행거리가 감소하는 등 불리한 요소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 더군다나 최근 배터리 관련 원자재 값 상승으로 인한 가격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배터리 효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중대형급 전기트럭의 상용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운데 수소트럭이 중대형급 전기트럭의 대안으로 재차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미래 수소 경제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전기트럭과 수소트럭의 운행 거리에 따른 비용을 비교한 결과, 100km를 기준으로 거리가 더 길어질수록 수소트럭의 비용 경쟁력이 계속해서 커진다고 분석했다.

충전에 상당한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전기트럭과 달리 짧은 시간에 충전이 가능하다는 것도 수소트럭의 장점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수소 상용화가 중대형 트럭을 중심으로 먼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글로벌 상용차 브랜드들의 움직임을 짚어봤다. 

기체수소를 충전하는 볼보트럭의 수소전기트럭.

수소전기차 선두주자 한·일, 상용화 앞두고 숨 고르기?
수소차는 수소연료전지차(FCEV/이하 수소전기차)와 수소엔진차 두 가지로 나뉘며, 연료 보관 방식에 따라 기체수소와 액화수소로 구분되는데, 현재 양산되는 수소전기차에는 기체수소가 사용된다.

먼저 수소전기차는 수소로 연료전지를 발전하여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방식으로 배터리 용량을 최소화할 수 있어 전기트럭이 지닌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현재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0년 개발 단계를 넘어 세계 최초로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

세계 최초로 양산한 현대차의 수소전기트럭의 모습.
세계 최초로 양산한 현대차의 수소전기트럭의 모습.

현대차가 양산한 대형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는 차량 총중량 34톤급 카고형 모델로 8~20분간 수소를 충전해 최대 약 400km를 주행한다. 또한 북미 시장을 겨냥해 1회 충전으로 트레일러 장착 후 800km를 달릴 수 있는 장거리 트랙터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20년 혼다와 이스즈는 대형트럭에 탑재할 수소연료전지를 공동으로 연구하기 위한 파트너쉽을 맺었다. 토요타 또한 2020년부터 상용차 전문 자회사인 히노와 함께 1회 충전시 600km를 달릴 수 있는 대형 수소전기트럭을 개발하고 있으며, 2030년 안에 양산한다는 목표다.

다만, 현행 모델보다 한 단계 앞선 차세대 수소전기트럭 개발 소식이나 상용화 소식은 뜸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수소전기트럭의 기술개발에 제동 걸리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국내 상용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소경제가 걸음마 단계인 만큼 수소전기트럭 분야서 선두를 달리는 상용차 브랜드들이 수소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맞춰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접근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생산이 아직 규모의 경제에 이르지 못해 생산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수소경제가 갖춰지는 기간 동안 내부적으로 기술 개발 및 제품력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덧붙여 현재까지 수소연료전지의 생산비용이 배터리에 비해 경제성은 떨어지지만, 원자재 가격은 배터리보다 저렴한 만큼, 향후 수소전기 선박을 비롯 차량, 에너지 저장 및 발전 시설 등 수소연료전지의 수요가 높아지면, 배터리보다 저렴한 가격에 수소연료전지가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카니아와 커민스가 합작한 수소전기트럭의 모습.
스카니아와 커민스가 합작한 수소전기트럭의 모습.

한·일 상용화 뜸 들이는 사이 맹추격하는 유럽
한국과 일본은 2017년 수소전기버스 개발 양산 등 수소전기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 온 반면, 유럽은 최근까지만 해도 전기트럭에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모델 대다수가 중대형급 전기트럭이다. 그러다 2020년부터 볼보트럭, 다임러트럭, 스카니아 등 유수의 유럽 상용차 브랜드들이 수소전기트럭의 개발 및 운용 계획을 발표하기 시작했는데, 한국과 일본 상용차 브랜드가 애먹고 있는 수소연료전지를 독자개발이 아닌 합작 및 협력관계로 풀어나간다는 구상이다.

먼저, 다임러트럭과 볼보그룹이 손잡고 수소전기트럭의 파워트레인이라 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나섰다. 양사는 수소연료전지 개발 업체인 ‘셀센트릭(Cellcentric)’을 설립한 가운데 현재 공장 건설을 앞두고 있으며, 2030년 안에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볼보트럭은 지난 6월 수소전기트럭 개발에 성공하고 테스트에 나섰다. 볼보트럭에 따르면, 총중량 65톤에 최대 300kW의 출력을 갖추고 1회 충전으로 최대 1,000km를 주행, 충전 시간은 15분 미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임러트럭은 대부분의 브랜드가 기체수소를 활용한 것과 달리 액화수소를 활용해 1,000km를 주행하는 수소트럭을 제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다임러트럭은 대형 수소트럭 시제품인 ‘GenH2’ 프로토타입에 액화수소를 주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는데, 630마력 이상의 항속 최대 출력을 발휘하고 1,000km 이상 주행하는 것을 개발 목표로 삼고 있다.

스카니아는 미국의 디젤엔진 전문 제작사인 커민스와 협력해 스카니아 전기트럭 섀시에 커민스의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해 시범 운행에 나서고 있다. 이 외에도 이베코는 수소전기버스에 현대차가 설계한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다. 

기체수소 대체할 액화수소…해결해야 할 기술과제는 산적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부분의 브랜드가 수소전기트럭에 기체수소를 연료로 삼고 있는 것과 달리, 다임러트럭은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액화수소에 집중하고 있다. 액화수소는 기체 수소와 비교하면 부피가 800분의 1 수준으로 저장과 운송 효율이 높아 상용차의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은 물론 소규모 수소충전소 건설에도 유리해 수소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다만, 액화수소는 기체형태의 수소를 절대온도(영하 273도)에 근접한 섭씨 영하 235도로 액화한 것으로, 극저온 상태를 유지하지 않으면 금세 기화되는 특성이 있다. 현재로써 액화수소 생산과 저장을 위한 부품 제작 및 시범운영에 그친 단계다.

2020년을 기점해 우리나라를 비롯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액화수소의 잠재력을 보고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는 가운데 액화수소가 상용화된다면, 수소경제가 급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며, 수소전기트럭 또한 주행거리 및 효율성을 이유로 액화수소 탱크를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

수소엔진이 탑재된 시노트럭의 모델.
수소엔진이 탑재된 시노트럭의 모델.

상용차에 값비싼 수소전기차 웬 말…가성비 내세운 수소엔진 등장
기존 엔진 전문 브랜드를 중심으로 디젤엔진의 몇몇 부품을 바꿔 친환경을 이룬 수소엔진도 개발에 한창이다. 

수소엔진은 기존 내연기관에 연료 공급계와 분사계 등을 변경해 수소와 산소를 폭발적으로 연소시켜서 구동력을 얻는 방식이다. 수소엔진은 기존 내연기관의 연장선에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개발비 절감 및 생산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수소엔진 트럭은 기존 디젤 트럭의 운송 효율성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며, 고순도 수소를 사용해야 하는 수소연료전지와 달리 저순도로도 구동이 가능해 운송효율성과 차량 가격이 중요한 상용차 시장서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미국의 디젤엔진 제작사인 커민스’ 또한 중대형 상용차용 수소엔진 개발에 착수 중이며, 독일의 수소기업인 케유(KEYOU) 또한 프로토타입의 수소엔진 트럭을 선보이는 등 수소엔진은 내연기관의 대체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한 올해 중국의 시노트럭은 중국의 디젤엔진 전문 제작사인 웨이차이파워와 협력해 중국 최초로 13ℓ급 수소엔진 트럭을 선보였다.

한국의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또한 상용차 엔진 제작사답게 2025년까지 수소 내연기관을 대형 상용차에 상용화할 계획을 밝혔다.

2025~2030년 기점으로, 수소트럭 양산 체제 갖출 듯 
수소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가벼운 원소로, 생산부터 운송, 저장까지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

그러다보니 수소 연료의 존폐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간 재생에너지를 육성해 온 유럽은 600조 원을 투입, 수소 발전을 통해 에너지 시스템을 수소 중심으로 통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며, 중국도 수소굴기를 천명하고 수소연료전지를 육성하고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일본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수소 모빌리티 중심으로 인프라를 확충해나가고 있으며, 미국도 바이든 정부에 들어서 수소 인프라 구축을 통해 수소경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주요 선진국들이 차세대 연료로 수소를 낙점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현재 대부분의 상용차 브랜드가 목표로 한 수소전기트럭의 스펙은 모터 출력 400~600마력. 주행거리 600~1,000km, 충전시간 15분 내외 등의 유사한 스펙으로 개발하는 가운데 수소전기트럭이 양산 시점을 수소경제에 속도가 붙는 2025년부터 2030년 사이로 가닥을 잡고, 이 기간 동안 시범운행 등을 통해 수소전기트럭의 안전성과 효율성 검증 및 고객 경험의 노하우를 축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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