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판매량 6,950대…전년比 5.8%↓
반도체 칩 등 부품난에 해상물류 적체 여전
준대형카고 강세…건설경기 호조에 대형덤프 ‘미소’
안전운임 불구 차량 생산차질에 트랙터 실적 ‘뚝’


올 1분기(1~3월) 국내 트럭 시장 성적표가 나왔다. 1분기 트럭 판매량(신규등록 기준)은 부품 수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과 해상 운송 적체, 우크라이나발(發) 공급난 여파 등이 겹치며 전년 동기 대비 6% 수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의 차량 등록원부를 가공, 본지에 독점 제공하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들어 1분기 동안 판매된 준중형 이상 트럭(적재중량 2톤 이상 카고 + 특장차, 트랙터, 25.5톤 이상 덤프트럭)은 총 6,950대로 전년 동기(7,376대) 대비 5.8% 감소했다.
국내 트럭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건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했던 지난 2020년 이후 처음이다. 국내 트럭 시장은 지난해에 코로나19 완화 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23% 회복했으나, 계속되는 반도체 칩 수급난과 해상 물류 적체,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차량 부품(와이어링 하네스) 공급 문제가 더해지면서 올 들어 판매량이 감소한 모습이다.
실제로 국내 화물 물동량을 가늠할 수 있는 경기 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는데, 부산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과 1, 2월 국내 제조업 평균가동률 모두 전년 같은 기간보다 성장했다. 그럼에도 악화하는 차량 생산 차질 문제에 발목이 잡혀 판매량이 준 것으로 풀이된다.
차종별로 보면 준대형카고 시장이 중형카고 시장을 흡수하며 몸집을 불린 가운데 대형카고와 대형 덤프트럭 판매량이 신차 효과 및 건설경기 호조로 증가했다. 반면 준중형카고와 트랙터 시장은 부품 수급난과 물류 적체 여파로 전년 동기와 비슷하거나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국내 트럭 시장이 지난해 수준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기란 어려울 전망이다.
한 화물운송업계 관계자는 “부품 수급 문제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트럭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내 경기는 회복하고 있지만 반도체 칩을 비롯한 글로벌 공급망 문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작년과 같은 가파른 회복세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준중형카고(2~5톤)
전년비 0.7%↓…판매량 보합 유지
국내 트럭 시장에서 1톤급 다음으로 큰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준중형카고는 전년 동기와 비슷한 실적을 유지했다.
지난 1분기 적재중량 2~5톤 준중형카고 판매량은 2,730대로 전년 동기(2,750대) 대비 0.7% 감소했다. 국산 판매량이 3.2% 감소했지만 수입산이 65.3% 늘었다. 차종별로 보면 현대차 마이티 판매량이 줄고 타 브랜드가 이를 흡수한 모양새다.
준중형카고는 개인차량과 기업물류를 가리지 않고 널리 활용되는 차종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회복에 따른 내수 활성화와 신차 효과와 힘입어 가파르게 올랐으며, 올해에도 경기가 회복돼 비슷한 시장 규모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형카고(4.5~7톤)
전년비 86%↓…대형덤프 시장보다 축소
중형카고 시장이 매분기 역대 최악의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적재중량 4.5~7톤 중형카고는 총 235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기(1,704대)와 비교해 86.2% 감소했다. 이는 대형 덤프트럭의 분기 실적보다도 저조한 성적으로, 국산과 수입산 모두 하락을 면치 못했다. 모든 중형카고 모델의 월 판매량은 현재 한두 자릿수에 불과하다.
중형카고 시장 붕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건 현대차 메가트럭의 단종이다. 지난해 7월 국내 중형카고 시장의 70~80%를 차지하던 메가트럭이 단종되자 하락세가 본격화한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브랜드가 준대형카고 시장에 집중함에 따라 사실상 소멸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준대형카고(8~16톤)
국내 트럭 핵심 차급으로 부상
준대형카고 시장은 올 1분기에도 2배 이상 성장하며 명실공히 국내 중대형 트럭 시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지난 1분기 적재중량 8~16톤 준대형카고는 1,834대 판매되며 전년 동기(875대) 대비 두 배 이상(109.6%) 증가했다. 국산과 수입산 모두 2배 넘게 성장했으며, 소형카고와 준중형카고 시장을 제외하고 현재 가장 큰 시장 규모를 자랑한다. 부급 수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 문제만 없었다면 더 높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준대형카고 시장은 중형카고 수요를 흡수하며 성장 중이다. 특히 현대차 파비스가 메가트럭의 수요를 그대로 가져오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가운데 최근 각 브랜드가 준대형 라인업을 강화함에 따라 앞으로 시장 점유율 쟁탈전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카고(9.5~25톤)
부품 수급 악재 속 8% 견조한 증가
부품 수급난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수입산 브랜드의 신차효과에 힘입어 대형카고 판매량이 늘었다.
지난 1분기 적재중량 9.5~25톤 대형카고 판매량은 1,199대로 전년 동기(1,110대) 대비 8.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판매량이 약 3% 감소한 반면 수입산 판매가 약 40% 늘며 전체 실적이 상승했다.
대형카고는 각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이 분포한 차급으로, 주로 기계장비와 건설자재를 운반하는 데 투입된다. 차량 생산 차질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수입산 브랜드들이 지난해 대대적으로 선보인 신형 모델이 신차 효과를 발휘하면서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트랙터
부품 수급난 직격에 15%↓
그간 안전운임제 효과로 양호한 성적을 거뒀던 트랙터 시장이 부품 수급난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 1분기 트랙터 판매량은 총 549대로 전년(649대) 대비 15.4% 떨어졌다. 중형카고 시장 다음으로 하락폭이 크다. 컨테이너 및 벌크시멘트트레일러 품목을 대상으로 시행된 안전운임제 효과로 지난 2020년부터 꾸준히 상승해 온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국산 판매는 21% 상승한 데 반해 수입산이 28% 감소했는데,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發)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난과 해상 물류 적체로 일부 수입산 모델의 차량 생산 및 인도가 어려워지면서 국내 판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25.5톤 이상 대형덤프
건설경기 호조에 40% 상승
오랜 기간 침체기를 겪었던 대형덤프트럭 시장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 1분기 25.5톤 이상 대형덤프트럭(구동축 기준, 8×4)은 403대 판매되며 전년(288대) 대비 39.9% 증가했다. 특히 수입산 판매가 70% 상승하며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그간 건설경기 침체로 판매가 저조했던 대형덤프트럭은 지난해 초를 기점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건설 수주 건수가 늘어남에 따라 판매량이 증가했다. 다만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대부분의 공사가 미뤄지는 경향이 있어 대형덤프트럭의 수요는 당분간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