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기준ℓ당 1,900원 돌파…유류세 인하론 역부족
올들어 유류비 지출 50~60% 육박…“운행할수록 손해”
연동보조금제 부활·중장기적 지원대책 마련 등 절실

“지난 몇 달간은 요소수 대란으로 몸살을 앓았는데 이제는 경유값 폭등으로 운전대를 놓아야 할 지경입니다.” “운임은 그대로고, 세금을 더 깎아주겠다는 정부 대책은 없고 죽을 맛입니다”
최근 치솟는 경유값에 영업용 화물차주들의 손해가 막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의 절반을 유류비로 소비하는 화물차주 특성상 경유값에 민감한데 재작년까지 ℓ당 1,100~1,200원에 머물던 경유값이 작년부터 국제석유제품 가격 및 환율 상승으로 ℓ당 1,300~1,4 00원으로 올랐으며 지난 3월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유값이 ℓ당 1,900원을 돌파했다.
이에 정부는 물가 안정과 서민 부담 완화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한 유류세 인하 조치를 7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으나 역부족이다. 유류세가 인하되며 유가보조금도 함께 낮아졌으며 유류세가 인하된 만큼 유가가 떨어지지 않아 상대적으로 화물차주의 손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조금 줄었는데 유가 하락폭 낮아 오히려 손해
유류세 인하 조치가 왜 화물차주들에겐 손해로 다가왔을까. 그 이유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유가보조금 기준 때문이다.
유가보조금은 2001년 에너지 세제 개편에 따라 유류세 인상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보전해 주는 제도다. 유가보조금은 원유값 인상과 상관없이 유류세 인상분에 대해서만 혜택을 볼 수 있다. 유류세가 인하되면 그만큼 화물차주들이 받는 보조금도 낮아진다.
구체적으로 지난 11월부터 유류세가 인하되자 화물차가 받는 유가보조금은 ℓ당 345.54원에서 239.79원으로 낮아졌다.
또한, 유류세가 인하되는 만큼 경유값 하락폭이 크지 않아 화물차주들의 손해가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유류세가 100원 인하되면 이에 맞춰 경유값은 20원 정도만 올려야 하는데 대부분 주유소는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사단법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3월 둘째주 경유값은 27.53원 인상이 적절했지만 이를 따르는 주유소는 전국 141개, 전체 주유소 중 1.3%에 불과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에 대해 화물차주들이 불만을 갖게 된 근본적인 이유다.
이와 관련 한 화물차 운전자는 “총 지출액 중 40~45%를 차지했던 유류비가 올해엔 50~60% 비율에 근접했다.”고 말하며 “이쯤되면 운행을 하지 않는 게 나은데 화주, 운송업체와의 계약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운행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정부 대책 마련 촉구…‘유가연동보조금’ 거론
경유값 폭등이 지속되자 화물업계 곳곳에선 화물차주를 위한 특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개인중대형화물차운송사업연합회, 전국개인소형화물차운송사업연합회 등 주요 화물단체 4곳은 지난 3월 정부에 공문을 보내 유가 상승으로 인해 화물업계에 초래된 피해를 설명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며 화물연대는 지난 3월 말, 정부서울총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화주, 운송업체가 유가 상승분만큼 운송료를 올리지 않아 최근 유류비가 30% 넘게 올랐음에도 운송료는 3% 밖에 오르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하며 “운송료 인상을 포함해 중장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대책으로 유가연동보조금이 있는데 유가가 일정 금액을 넘으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유가연동보조금은 유가가 급등한 2008년에 도입됐는데, 당시 기름값이 ℓ당 1,800원을 넘으면 초과금액에 대해 일정 비율의 보조금을 지급한 바 있다. 예를 들어 기름값이 ℓ당2,000원이면 초과된 200원에 대해 50%(100원)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해당 제도는 2009년 유가가 안정된 이후에 폐지됐다.
장기적으론 화물차 안전운임제 전 차종·전 품목 확대도 언급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의 최저임금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트랙터가 트레일러에 실어 수송하는 수출입 컨테이너 및 시멘트 두 가지 품목에 적용되고 있다. 해당 제도는 분기마다 유가를 반영해 운임을 산정하기 때문에 유가 폭등에도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화물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엔 요소수 대란, 올해는 경유가 폭등으로 인해 화물차주들의 수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말하며 “전체 석유제품에 대한 유류세 인하와 별도로 생계를 위해 유류를 반드시 소비해야 하는 화물차 시장에 적합한 유류 대책을 세워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