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글로벌 상용차업체 7사 직접 운영
엄격한 검증과 신차 수준 무상보증 제공
신차 수준의 투명성·신뢰성·가격안정화 기여
불투명하고 낙후된 국내 중고트럭시장은
허위·미끼매물 고질적 문제…변화 불가피

허위매물이 판을 치는 국내 중고차 시장과 달리 유럽은 상용차업체 7개사가 모두 중고트럭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신차 시장 수준의 투명성과 신뢰성, 가격안정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사진은 볼보 중고트럭 진영모습.
허위매물이 판을 치는 국내 중고차 시장과 달리 유럽은 상용차업체 7개사가 모두 중고트럭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신차 시장 수준의 투명성과 신뢰성, 가격안정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사진은 볼보 중고트럭 진영모습.

 지난 2월 중고차 허위매물 사기 피해를 당한 6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중고차 딜러에게 감금·협박을 당한 뒤 200만 원짜리 1톤 중고트럭을 700만 원에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고차 시장의 허위매물 실태조사의 필요성과 함께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고차 ‘허위매물’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허위매물이란 존재하지 않거나, 실제 매물의 가격과 상태를 속여 등록한 중고차를 말한다. 고객을 유인해 바가지를 씌우는 역할을 하기에 미끼매물이라고도 부른다. 경기도가 지난해 중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 등록된 중고차의 95%가 허위매물로 드러나기도 했다.

허위매물 문제는 비단 중고승용차 시장만의 일이 아니다. 중고트럭 시장도 허위매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고트럭 시장은 중고승용차 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아 허위매물 사례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을 뿐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에 올라온 사기 매물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고차 사기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같은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유력한 해결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완성차업체가 직접 자사 중고차를 판매할 경우 매물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고, 매매 전 과정이 투명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실제로 지난 4월 자동차소비자위원회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이 중고차 시장을 혼탁·낙후됐다고 평가했으며, 이중 7명이 완성차업체의 시장 진출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대부분이 차량 상태에 대한 불신과 허위매물을 이유로 들며 완성차업체의 진출을 요구한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소비자들의 바람과 달리 국내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요원한 상황이다. 제도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기존 업체들의 반발이 극심한 탓이다.

다프 중고트럭 진영모습

상용차업체가 이끄는 유럽 중고트럭 시장
소규모 중고 영세매매업체가 완성차업체의 진입을 반대하는 국내 중고트럭 시장과는 달리 유럽은 완성상용차업체(이하 상용차업체)가 중고트럭 시장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유럽 중고트럭 시장에는 볼보트럭과 메르세데스-벤츠트럭, 만트럭버스, 스카니아, CNH인더스트리얼(이베코), 다프, 르노트럭 등 유럽을 대표하는 글로벌 상용차업체 7개사 모두가 진출한 상황이다. 전부 독자적인 인증 중고트럭이라는 명목 아래 중고트럭 매매 홈페이지를 운영 중이며, 각국에 위치한 자사 트럭 판매망을 활용해 유럽 전역으로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상용차업체가 직접 판매하는 중고트럭 시장 규모는 크다. 이들이 보유한 중고트럭 매물은 일반 중고트럭 매매업체보다 많은데, 만트럭버스와 CNH인더스트리얼, 메르세데스-벤츠트럭 등이 각각 트랙터와 카고트럭, 트레일러 등 1,500 ~2,500개의 중고트럭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는 데 반해 유럽 최대 온·오프라인 중고트럭 매매업체인 바스트럭스(BAS TRUCKS)는 중고트럭 매물을 1,500개가량 보유하는 데 그쳤다. 이는 상용차업체가 유럽 전역에 퍼진 중고트럭 매물을 한 데 모아 취급하는 덕이다.

각 상용차업체도 중고트럭에 대한 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값비싼 신차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고트럭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볼보트럭은 지난달 중고트럭 매매 사이트인 ‘볼보 셀렉티드’(Volvo Selected)를 새롭게 열고 중고트럭 시장을 점차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볼보트럭의 중고트럭 판매량은 연평균 1만 5,000~2만 대 수준으로 자사 연평균 신차 판매량(약 20만 대)의 10% 수준을 차지한다. 

볼보 중고트럭 매매 사이트의 모습
볼보 중고트럭 매매 사이트의 모습
스카니아 중고트럭 매매 사이트의 모습
스카니아 중고트럭 매매 사이트의 모습

신차 수준 무상보증에 신뢰도   
폐쇄적인 국내 시장과 달리 상용차업체가 진출한 유럽 중고트럭 시장은 신차 시장 수준의 투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각 회사가 자기 브랜드 이름을 내걸고 철저한 검증을 통과한 중고트럭만 판매하다보니 허위매물로 인한 사기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이들 상용차업체는 중고트럭 매입 과정부터 철저한 기준을 따른다. 사고차량이나 침수차량은 취급하지 않으며, 연식과 주행거리 등 자체 규정에 맞는 자사 차량만 가려내 등급에 따라 미리 정해진 기준가로 매입한다. 이후에도 수십 가지의 기술·품질 테스트를 거친 뒤 내·외관 청소 및 각종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한 뒤에야 비로소 시장에 내놓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높은 품질뿐 아니라 신차 수준의 무상보증 서비스와 각종 금융·보험 상품도 상용차업체 중고트럭만의 특징이다. 

만트럭버스의 경우 차량 등급과 보증 상품에 따라 모든 부품에 대해 최대 3년/110만km까지, CNH인더스트리얼은 차량 등급에 따라 동력전달체계에 대해 최대 3년/100만km까지 무상보증을 제공한다. 

볼보트럭과 다프는 1년간 동력전달체계에 대한 무상보증을 지원하며 특히 볼보트럭은 볼보그룹 금융사인 ‘볼보 파이낸셜 서비스’의 금융상품을 함께 제공한다. 메르세데스-벤츠트럭과 스카니아도 자체적인 무상보증과 금융상품에 더해 다국어 전화 서비스, 24시간 콜센터 등을 운영하며 차별화된 중고트럭 판매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신차에 버금가는 보증 및 금융 서비스는 오직 상용차업체만 제공할 수 있다. 유럽의 일반 중고트럭 매매업체인 바스트럭스도 나름의 보증기간을 지원하지만 그 기간이 최대 6개월에 불과하며, 보증 품목도 엔진과 변속기 점검, 오일 및 필터 교환이 전부다.

벤츠 중고트럭 매매 사이트의 모습
벤츠 중고트럭 매매 사이트의 모습

 

만트럭버스 중고트럭 매매 사이트의 모습
만트럭버스 중고트럭 매매 사이트의 모습
이베코 중고트럭 매매 사이트의 모습
이베코 중고트럭 매매 사이트의 모습
다프 중고트럭 매매 사이트의 모습
다프 중고트럭 매매 사이트의 모습

인증 중고트럭으로 가격 안정화 도모
상용차업체가 중고트럭 시장에 진출하면서 중고트럭 시세도 안정화됐다. 가격 책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국내와 달리 자체적으로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격을 매기기 때문이다.

각 상용차업체의 중고트럭 홈페이지서 20년식 중고 트랙터 매물을 살펴본 결과, 신차 시세의 약 70%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매매업체도 유사한데, 상용차업체가 시장가를 형성하자 일반 중고트럭 매매업체도 비슷한 시세를 따라 유지하는 모습이다. 지나치게 저렴한 허위매물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상용차업체가 판매하는 중고트럭은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거나 보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이 주로 찾는 반면, 일반 중고트럭 매매업체는 보다 다양한 매물을 빠르게 구매하려는 고객 위주로 유지되고 있다.

한 중고트럭 업계 관계자는 “허위매물과 같은 문제는 중고차 시장의 폐쇄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상용차업체의 진출이 시장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다만 7개사가 첨예한 경쟁을 벌이는 유럽과 달리 독점 구조의 국내 시장의 경우 상용차업체가 차량 공급량 통제를 통해 가격을 조정할 가능성은 존재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덧붙였다.

저작권자 © 상용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