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비바람 몰아치는 날을 좋아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보람 느끼고 거래처에
신뢰를 심어주기 좋은 날이죠"

지난 8월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장마. 당초 기자와 대형카고트럭을 모는 김진섭 사장(40)의 동행은 경기도 의왕시에서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폭우 탓에 곳곳의 도로가 침수되고 운행이 제한되어 약속된 시간에 의왕시에 도착하는 것은 힘들어졌다. 결국, 회동 장소는 김 사장의 2차 운행 목적지인 경기도 화성시로 바뀌었다.
굵은 빗속, 화물을 하역하는 현장에서 활기찬 목소리로 기자를 반갑게 맞이한 김 사장은 25톤 대형트럭을 운용하는 17년 차의 베테랑 화물차주다.
김 사장은 고정 거래처를 위주로 전라-경기도 간 장거리 노선을 다닌다. 화물 운송업 중 고정 거래처가 좋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아마 드물 것이다. 고정된 일감으로 수입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구하기도 어려운 것이 고정 거래처이기에 화물운송업 또한 영업이란 말이 있는 것이다.
김 사장에게 사업 노하우를 묻자 “오랜 경력으로 자연스럽게 얻어낸 것”이라며 겸손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김 사장의 너스레 뒤에는 비바람조차 막을 수 없는 근면성실함이 엿보였다.
기초부터 튼튼, 트럭커의 정석을 밟다
정년에 구애받지 않는 화물운송업 특성상 중장년층들이 제2의 직업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지만, 김 사장은 24살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부터 화물운송업에 종사했다.
지인 회사에서 1톤 트럭을 반 년 동안 운행하면서부터 트럭커의 삶은 시작됐다. 그러다 대기업 운송업체에서 5톤 중형트럭을 1년 몰면서 비로소 꿈이 생기게 됐다. 바로 영업용 화물차주가 되어 보자는 것이다.
“영업용 화물차주는 당시엔 지금보다 훨씬 매력적인 직업이었죠. 같은 중형트럭을 모는데도 버는 금액이 저와 차원이 다르더군요. 많은 조언과 충고를 듣고 화물차주가 되기 위해 운수종사자 시험을 치렀습니다.”
운수종사자 시험을 통과한 김 사장은 3년간 화물차 기사 생활을 통해 영업용 화물차주의 삶을 자세히 배우게 된다. 김 사장은 “바로 트럭을 살 형편이 아니었죠. 기사 생활을 통해 화물차주들이 어떻게 거래처를 확보하고 수입을 올리는지 면밀히 알 수 있었습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운수업 사장이 되기 위해 사원부터 업계의 기초를 찬찬히 다진 김 사장은 2008년, 첫 영업용 화물차를 구매했다. “첫 트럭은 전액 할부에 법인회사 넘버(번호판)를 달고 지입료도 따로 줬습니다. 4년 후, 새로운 중형트럭으로 바꾸고 개인 넘버까지 구매하면서 원하는 만큼 벌게 되었죠.”
김 사장은 이후에도 새로운 거래처를 늘려나갔다. 그리고 최근에는 중형트럭의 한참 윗급인 25톤 대형트럭으로 전환, 장거리 수송에 매진하게 되었고 중형트럭 두 대를 추가로 구매해 직원을 거느린 어엿한 화물차주가 된 것이다.
중형서 대형으로의 전환? “신중해야”
16년간 중형트럭만 운용했던 김 사장이 대형트럭으로 차급을 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김 사장은 ‘수송능력’과 ‘안전성’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장거리를 다니다보니, 승차감이 꽤나 중요한데, 차급 간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겠더라고요. 게다가 화물을 적재했을 때 느껴지는 안정감이 다릅니다. 가령 비슷한 적재중량의 화물을 실었을 때, 차량이 받는 부담도 중형트럭이 클 뿐만 아니라 저 또한 운행하면서 불안함을 느낀 적이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마음 편히 운전하고 있습니다.”
대형트럭의 수송능력에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화물운송업의 수입 구조는 단순합니다. 많이 실어 나르면 많이 받는 거죠.” 그간 거래처 간의 관계가 돈독했기 때문일까? 대형트럭으로 바꾼 이후 기존 거래처에서도 거래량을 더욱 늘리는 것으로 화답했다고 한다. 다만, 고정 거래처가 없으면 중형서 대형트럭으로 전환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형트럭의 가격이 2억에서 2억 5천만 원을 호가하는 만큼 거래처 없이 콜바리(비고정형 배차형태) 생활로 할부금을 메우려 한다면 생활고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현재의 거래처와 거래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지, 초기 자본은 얼마나 운용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지고 차급을 올려야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거래처 확보의 비결은 “부지런함이지요”
“오늘처럼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을 좋아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보람을 느끼고 거래처에 신뢰를 심어주기 좋은 날이죠.”
김 사장은 녹록지 않은 화물운송업의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래처 확보’라고 강조한다. 과거 트럭을 사서 주차장에 가기만 하면 일감을 받는 게 아닌 자신도 트럭을 모는 사장으로서 거래처와 관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거래처도 운전 경력이 풍부한 트럭커에게 일감을 주려고 하죠. 특히 차량이 커질수록 모르는 사람보다 기존에 거래해왔던 사람을 찾게 됩니다.”
식당에서 단골손님을 확보하는 것과 같단다. 김 사장은 자영업과 화물운송업이 별반 다르지 않다며 식당 사장이 가게의 손님 유치와 서비스 제공에 심혈을 기울이듯 화물운송업도 거래처 확보와 신뢰 형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트럭 운전이 진정한 개인 사업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저 또한 사장이라는 생각으로 거래처에 제 시간에 도착하려 하고 예의상 슬리퍼를 신지 않고 응대합니다. 사소한 태도로 다음에도 거래하고 싶다는 거래처가 늘어나게 되죠.”
마지막까지 김 사장은 트럭커이자 사장다운 자세를 강조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다음 거래처와 전화통화를 끝낸 그는, 짙게 깔린 먹구름은 아랑곳하지 않고 출발했다. 한 번 뚫은 비바람이 대수랴. 김 사장은 움직이는 사무실을 이끌고 다음 거래처를 향해 힘차게 내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