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운전수는 더 이상 킬러가 아니다

-변에는 아무것도 없는 한적한 고속도로......
편안한 음악을 들으며 운전하는 한 남자의 차량 뒤로 엄청난 트럭이 다가오고 있다. 남자는 ‘뭐가 그리 급한 거야. 쳇, 추월하고 싶은 게로군’ 인심 썼다는 듯이 트럭에게 길을 양보하려고 속도를 줄이며 길을 비켜준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속도를 줄이는 트럭. 추월할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잘못 생각했나 하고 다시 제 갈 길을 가는 남자. 그러나 또 잡아먹을 듯이 바로 자신의 차량 뒤로 접근하는 트럭. 아찔하다. 순간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낀 남자. 백미러로 트럭 운전하는 사람을 보려 하지만 전혀 보이질 않는다. 클락션을 울리며 그만두라는 신호를 보내지만 그럴수록 더욱 심해지는 트럭의 시위가 남자를 공포에 빠트리게 한다. 거대한 트럭은 흡사 살인마와 다름없다.
-자친구와 함께 광고전단지를 붙이러 고속도로로 들어선 남자. 우연히 앞서가던 트럭 짐칸에 갇힌 여자들을 보게 되고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이 문제로 여자친구와 티격태격 싸우게 되고 고속도로 휴게소로 들어서는데…… 이럴 수가 아까 봤던 트럭이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여자친구를 찾기 위해 휴게소를 헤매지만 보이질 않는다. 아니, 이럴 수가 여자친구가 아까 그 트럭 짐칸에 강제로 실리는 것을 보게 된다.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납치해간 정체불명의 트럭을 쫓는 남자.
-학을 맞아 사고뭉치 형과 함께 여자친구와 자동차 여행을 떠나는 두 형제. 두 형제는 가는 도중 무료함을 달래고자 개인주파수용 무전기를 차에 설치해 여자흉내를 내며 어떤 남자를 어느 모텔 옆방으로 오게 한다. 하지만 실제로 두 형제가 묵었던 옆방의 노인이 다음 날 아침 시체로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매시간이 공포로 변하기 시작한다. 무전기 너머의 주인공은 바로 거대한 트럭을 운전하는 트럭운전수. 자신을 놀린 것을 알게 된 그는 두 형제의 목숨을 시시각각 위협하게 된다.

추신

포영화를 좋아하는 영화광으로서 재미있게 본 영화들이다. 첫 번째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첫 공포영화인 ‘대결(DUEL 1971)’이고 두 번째는 ‘허쉬(HUSH 2009)’, 세 번째는 ‘캔디케인(Joy Ride 2002)’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눈치 빠른 분들은 제목보고 바로 알아맞히었겠지만 그렇다. 바로 ‘트럭’이 나온다. 그것도 아주 무시무시한 살인마가 운전하는 트럭 말이다.

렇듯 외국 영화를 통해 나오는 트럭의 이미지는 대게 거칠고 무자비하고 외롭게 그려진다. 이 때문인지 teamster하면 그리 반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류의 영화는 정말 수없이 많다. 솔직히 본인이 teamster라고 생각해보자. 대한민국 경제의 펄펄 뛰는 심장을 위해 꼭 필요한 혈액처럼 튼튼한 바퀴와 육체 하나로 전국을 밤낮없이 운행하는 그들의 이미지가 이처럼 무자비한 살인마로 인식되고 있다면…… 아, 정말 억울하고 일할 맛 안 나겠다.

다. 여기서 또 거론해야 할 말이 바로 ‘이미지’다. 우리나라 사람처럼 이미지 좋아하는 국민도 없다. 모 방송프로에서 실험을 했다. 좀 평범한 남자를 실험맨으로 해서 첫 번째는 후줄근한 옷을 입히고 쇼윈도에 서게 한 후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 대부분 능력 없는 사람이고 신뢰가 안가는 불쌍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두 번째로 고급 안경을 쓰게 하고 최신 수트를 입히고 쇼윈도에 서게 했다. 열이면 열 모두가 변호사처럼 생겼다, 대기업에 다니는 능력맨, 박사 등등 뭐 웬만한 고급 직종들이 줄줄이 나왔다. 실험맨으로 나온 그 남자조차도 이런 결과에 대해 혀를 내둘렀을 정도였다.

런 나라에 사는 우리의 teamster들이 애틋하다. 비정상적인 경제불황의 지속으로 인해 화이트칼라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사상이 깨진 지는 벌써 오래다. 하지만 미련까지는 못 버렸나 보다. 다들 이미지 좋은 사람들만 선호하고 있는 2010년 대한민국의 오늘이다.

계청에 따르면 2010년 1월까지 전국에서 운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총 129만2,000명이고 화물자동차 등록대수는 3,166,512대(2009년 12월)로 집계됐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의 자동차 등록대수 1,670만대의 19%정도를 차지할 정도의 작지 않은 규모다. 경제는 어려워질수록 화물자동차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다. 왜? 바로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대학을 못나와서, 가정이 불우해서, 능력이 없어서 teamster가 되는 시대는 ‘훠~이 훠~이’ 고래적 일이다. 하지만 치솟는 고유가로 인해 밤낮을 운행해 받는 돈의 대부분이 유류비로 빠져나가는 통에 대다수 teamster들의 속은 숯 검댕이가 된 상태다.

심히 더 열심히 일해도 동기부여가 될 만한 건더기가 없다. 고속도로를 오가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몸 축나는 일은 그저 자연스런 일상사가 돼버렸다. teamster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똑 같은 사람들임에도 주변에서는 그런 그들을 가만 놔두질 않는다. 솔직히 이미지 메이킹할 시간적인 여유도, 금전적인 여유도 없는 안타까운 teamster들을 잔인 무도한 살인마로 포장해서 영화를 자극적으로 찍어낸다. 상황이 이 정도면 통합물류협회나 운송사업협회에서 적극적으로 대 이미지 변환을 위해 캠페인이라도 열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또한 더 이상 운송파업의 아픈 상처가 나지 않도록 정부에서도 teamster들이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해야 할 것이다.

리 인간적으로 쇼핑몰에서 주문한 물건을 배달해주는 택배기사 아저씨만 버선발로 뛰어나갈 정도로 좋아하지 말고 밤낮없이 대한민국 물류수송을 위해 열악한 상황에서도 일하는 teamster들도 좋아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추신. 아, 물론 teamster들에게도 당부의 말씀 드립니다. 이해는 가지만 난폭, 과속, 거친 언행, 불법 등 지금까지 해왔던 좋지 않은 습관들을 버리고자 하는 노력도 해주셔야 할 듯 합니다. 세상에 태어나 장난감이라는 걸 만지고 놀 나이가 됐을 때 꼭 한 번씩은 트럭이나 포크레인, 레미콘 같은 장난감을 자랑스럽게 만지던 아이들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teamster 아빠를 남편을 애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또한 teamster 본인 스스로도 당당할 수 있는 믿음직한 직업군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 위해서는 꼭 반드시 확실히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죠? 제 말이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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