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국탑 대표이사 조원철

70대년 말부터 80년대 초반 포니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현대자동차는 당시 연산 20만대의 생산능력을 단번에 50만대로 늘이기로 계획을 잡았다. 미주를 비롯한 세계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곧 커다란 벽에 부닥쳤다. 자동차산업을 비롯 전자, 선박 등 현대의 대기업들은 조립산업이란 특징을 갖는다. 즉 수많은 협력업체로부터 단품을 공급 받아 완성품을 만들어 내는 형태이다. 설계에 맞는 볼트 하나 비닐 한 장만 제 때에 공급이 안돼도 완성차가 한 대도 나올 수 없다. 이제 겨우 20만대를 생산하던 회사가 갑자기 50만 대 생산계획을 추진하니, 그 수 많은 협력업체들은 “현대차동차 곧 망할 것”라며 코웃음을 치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사실 기술도 자본도 경험도 모두가 부족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확신이 있었다.
전 직원이 발로 뛰며 협력업체를 방문하여 기술을 지원하며 설득하고 자본이 부족한 회사에는 자금을 지원하여 설비를 확충시키고 회사를 개방하여 누구나 적극적으로 참여 할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당시의 이런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의 상생문화를 형성하여 50만대를 넘어 500만대의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의 신화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또 다른 큰 시련에 직면 해 있다. 사내적으로는 대한민국 최고의 연봉을 받는 강성 노조와의 이기적인 갈등이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의 산업기술은 생산작업의 기계화, 자동화, 단순화에 의해 불필요한 인력을 대체함으로써 생산성과 효율을 높인다. 이 과정은 언뜻 보기에는 인력 감축이라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이지만, 이를 통해 얻어지는 회사의 경쟁력으로 더 많은 생산을 위한 새로운 추가 인력을 요구하게 된다. 회사와 노조는 이러한 구조에 신뢰가 형성되고 있지 못하다. 때문에 신기술 적용은 노조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되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일본은 이미 60년 대에 양산 1000만 대를 돌파하고 지금도 건재하다. 사외적으로는 그 동안 형성된 철옹성같은 협력업체군의 벽이다.
대기업 중심의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오랜기간 축척된 원천기술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저가제품의 양산체제가 그 특징이다. 대부분의 협력업체들은 오랫동안 OEM 대량생산기술에 생존의 기반을 두고 안주 해 온 결과, 한쪽에선 똑 같은 패턴의 중국자동차 산업이 방대한 자국시장을 기반으로 바짝 추격해 오고, 기술을 앞세운 외국산 자동차가 밀려 들어오자 그 동안 고속성장을 바탕으로 축적된 자본을 가지고도 앞으로의 생존에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늘 그래 왔듯이 ‘을’들은 오직 하늘 같은 ‘갑’의 지시만을 기다릴 뿐이나 이제는 ‘갑’도 미래가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고속 성장의 혜택을 독식하고 상생의 문화를 잃어버린 결과이다. 1 세대 창업 경영자들이 황무지에서 형성 했던 적극적인 상생의 문화가 지금의 성취의 기반이 되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앞날을 새롭게 설계하는 2, 3, 4 세대의 각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상용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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