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
자율주행, 커넥티비티부터 수소전기트럭까지
완성차업체-IT업체, 미래 상용차시장 디자인
매년 1월이면 미국 네바다 주의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국제전자제품박람회가 열린다. 세계 4대 전자제품박람회 중 하나인 ‘CES(Consumer Elec tronics Show)’다.
IT기업만 참가하는 행사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한 완성차 브랜드들도 꾸준히 얼굴을 비추며 최첨단 트럭기술을 선보였고, 홀로그램 내비게이션이나 AI 차량 비서 등 상용차에 접목할 수 있는 신기술도 매년 공개됐다.
지난 몇 년간 CES에 소개된 상용차 기술은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Connectivity, 연결기술), 친환경 연료로 요약된다. 완성차 업체는 다양한 IT업체와 협력해 미래 상용차 시장을 그려나가고 있다.
2017~2018년, 자율주행 시스템 본격 등장
CES 2017에선 독일의 완성차 기업인 메르세데스-벤츠가 자율주행, 전기차, 커넥티드카, 공유서비스가 상용차의 미래가 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실제로 이후 공개된 트럭 기술은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의 차량연결기술 개발업체인 펠로톤 테크놀로지(Peloton Technolo gy)는 자율주행 레벨1단계가 적용된 군집주행(Platooning) 기술을 선보였다. 운전자의 보조가 상시 필요한 수준이긴 하나 미래 상용차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는 군집주행 기술을 시연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또 독자적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술을 적용해 안정성을 높인 점도 관심을 받았다.
CES 2018에선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대형트럭이 처음 공개됐다. 미국 트럭 제조업체 켄워스(Kenworth)는 대형트럭 ‘켄워스 T680’에 수소연료전지를 장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다. 시범 프로젝트이긴 하나 우수한 성능으로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의 자율주행 트럭 개발업체 투심플(TuSimple)도 2018년 박람회에 참가해 자율주행 레벨 4를 적용한 대형트럭 시제품을 공개했다. 투심플은 컴퓨터 프로세스 제조업체 엔비디아(NVI DIA)와 협력해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트럭제조업체 피터빌트(Peterbilt)도 레벨4가 적용된 자율주행 트럭 ‘피터빌트 579’를 전시하며 자율주행 트럭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019년, 커넥티비티가 접목되다
4,400개 업체와 17만 명이 참가한 CES 2019에도 다양한 업체가 미래 트럭 기술을 소개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상용차 제조업체 다임러트럭은 북미시장 주력 제품인 ‘프라이트라이너 캐스카디아(Freightliner Cas cadia)’의 2019년형 모델을 공개했다. 자율주행 2단계가 적용된 부분자율주행 트럭으로 약 6,4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박람회에서 공개됐던 타사 자율주행 레벨4 트럭과 달리 실제 출시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상용차에 적용할 수 있는 신기술도 여럿 소개됐다. 스위스의 증강현실 전문기업 웨이레이(Wayray)는 AR 기술을 적용한 내비게이션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차량 전면 유리에 내비게이션 정보가 홀로그램으로 나타나는 기술이다. 길안내, 현재속도 등 기본적인 내비게이션 기능을 비롯해 차선이탈 및 충돌위험 경고, 주변환경인식 기능까지 탑재했다.
웨이레이는 AR 내비게이션 기술을 다듬어 더 상세한 도로환경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2020년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현대자동차와 협력해 AR 내비게이션 실증 실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완성차 제조업체 혼다(Hon da)는 ‘세이프 스웜(SAFE SWARM)’이라는 신기술을 선보였다. 물고기 떼(Swarm)가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에서 착안한 명칭이다. 해당 기술이 적용된 차량은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복잡한 교통 환경을 예측해 교통체증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부분적 자율주행 기술인 군집주행은 ‘트럭 간 소통’을 핵심으로 삼는다. 웨이레이와 혼다가 공개한 AR 내비게이션과 세이프 스웜과 같은 커넥티비티 기술은 군집주행과 맞물려 상용차에 활발히 접목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질주'하는 자율주행, '시동'거는 친환경
올해로 54회를 맞이한 CES 2020은 지난 1월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진행됐으며, 4,500개가 넘는 기업과 17만 5,000명 이상이 함께했다. 이 행사에는 더욱 강력해진 자율주행 트럭을 비롯해 다양한 커넥티비티 기술과 전기트럭이 공개됐다.
미국 트럭 제조업체 켄워스는 이번 박람회에서 자율주행 레벨4 대형트럭 ‘T680’을 선보였다. 지난 CES 2018에서는 해당 차체에 수소연료전지를 장착한 모델을 공개했으나 이번엔 수소연료전지 대신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했다.
켄워스에 따르면 T680은 최첨단 라이다(LIDAR)를 장착했다. 라이다란 주변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3D 맵핑하는 기술로 ‘자율주행 트럭의 눈’이라 불린다. T680은 주변 환경을 센티미터 수준으로 파악할 수 있어 더욱 안전한 자율주행 환경을 실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상용화 직전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독일의 자동차 부품기업 ZF도 CES 2020 시사회에서 2025년까지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ZF는 슈퍼컴퓨터 ‘ProAI’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전자제어장치를 개발해 상용차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미국 전기트럭 제조업체 리비안(Ri vian)도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리비안은 ‘테슬라의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는 스타트업으로 이번 박람회에서 아마존(Amazon)의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Alexa)를 탑재한 트럭을 선보였다. 이번 결합은 보다 직관적인 자율주행 트럭의 실현이 머지않았음을 시사했다.
미국 트럭 제조업체 피터빌트(Peter bilt)는 전기트럭 520EV 모델을 전시했다. 쓰레기 수거 청소용으로 개발된 이번 전기트럭은 배터리 저장용량 308 kWh에 최대 430마력을 제공하며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가 약 160km에 이른다.
전기 구동방식은 소음과 배출가스가 없어 도심을 운행하는 청소트럭용으로 적합하다는 평을 받는다.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한 여러 전기트럭 개발업체들도 청소용 전기트럭 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520EV는 올해 말 상용화될 예정이다.
또 벤츠는 앞선 CES 2020 브리핑에서 현재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 중임을 밝히며 가까운 미래에 수소트럭 시장에 뛰어들 것을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