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정책 무색…올 7월까지 고작 500대 운행
소형 이하급 전기트럭과 시내 전기버스가 대다수
전기트럭은 충전·주행거리, 버스는 보조금이 발목

소형 전기트럭.

올해부터 1.5톤 이하 전기트럭을 신규 구매 시 정부의 친환경 정책 기조에 따라 위탁·양도 금지 조건으로 전기트럭의 영업용 번호판 신규 허가가 허용돼 시행되고 있다. 전기버스의 경우는 정부의 구매보조금 지원 사업이 확대됐는데, 2018년 150대 분이던 구매보조금을 올해는 628대로 4배 이상 늘렸다. 이처럼 전기차 관련 구매보조금과 다양한 혜택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전기상용차 시장은 미지근하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등록원부를 가공, 본지에 독점 공급하고 있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금년 7월 현재 등록돼 운행되는 전기상용차는 500대로 나타났다. 올들어서는 7월까지 신규 등록된 전기상용차는 총 154대로, 전년 같은 기간(56대)에 비해 3배 가량(156%) 증가했으나, 전체 상용차(화물·특수차+승합)의 신규 판매 실적 25만여 대의 0.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기는 수소, LNG(액화천연가스)와 비교해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가장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연료다. 그럼에도, 승용차 시장과 달리 상용차 시장에서는 힘을 못 쓰고 있다. 국내 전기상용차 시장의 현주소를 좀 더 살펴봤다.

걸음마 시작한, 전기트럭
국내 전기트럭 시장은 초소형과 1톤 이하 경·소형 전기트럭을 선보이고 있는 단계로, 기존 완성차 업체가 아닌 국산 개조전기차 브랜드들로 구성돼있다.

올들어 7월까지 신규 등록된 전기트럭은 총 38대로 파악됐다. 브랜드로는 개조전기차 브랜드인 파워프라자와 제인모터스, 초소형 전기차 업체인 마스터, 대창모터스 등이 대표적이다.

전기트럭의 장점으로는 가격이 동급 트럭에 비해 다소 높지만 일부 구매 보조금을 더하면 가격차이가 크게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 영업용 번호판을 신규 발급받을 수 있어, 초기 시장진입 장벽이 낮은 것 또한 장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1회 충전 시 운행거리와 충전시간이 전기트럭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화물차주들은 화물정보망이나 주선업체를 통해 지역별로 다양한 일감을 받는 만큼, 매번 운행거리가 일정치 않다. 소형트럭의 연간 판매대수는 15만 대 가까이 되지만, 이 수요가 전기트럭 구매로 이어지기란 매우 까다롭다.

이는 전기트럭이 증톤이 어렵고, 고정짐 운반이나 도시 내 근거리 운행에 적합한 정도로 용도의 제한이 분명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좀 더 부연하자면 전기트럭의 주행거리에 대한 한계점이 뚜렷해. 택배 등 근거리 배송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중교통용 전기버스.

보조금 먹고 커가는, 전기버스
이런 전기트럭과는 달리, 전기상용차 부문서 가장 두각이 나타나는 분야가 바로 시내버스다. 정해진 배차시간에 맞춰 정해진 노선대로 운행되는 만큼, 전기차의 한계점이라 할 수 있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와 충전시간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7월까지 신규 등록된 전기버스는 116대로, 모두 시내버스 차종이다. 이중 국산 브랜드가 90대, 수입이 26대다. 국산 브랜드는 현대차, 자일대우, 에디슨모터스, 우진산전 등이 시장선점을 위해 경쟁 중이며, 수입은 모두 중국 브랜드로 하이거, 조이롱, BYD, 포톤 등이 진출했다.

앞서 설명한대로, 전기버스의 장점은 체계적인 배차 계획으로 전기차의 주행한계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내연기관에서 보기 어려운 친환경성과 정숙성 또한 장점이다.

하지만, 단점도 명확하다. 전기버스의 최대 약점은 높은 가격이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전기버스의 가격은 약 3억~4억원 수준으로, 압축천연가스(CNG)를 연료로 하는 시내버스 가격 1억원 대에 비해 2~3배 가량 비싸다. 그래서 여기에 2억원 가량의 정부보조금이 투입되는 실정이다. 이 보조금이 없이는 운수업체에서 전기버스를 도입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다행히 정부와 지자체는 시내 전기버스 유치에 적극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까지 전기 시내버스 106대를 추가 도입 후 2025년까지 600대를 갖출 것으로 밝혔다. 서울시 행보에 따라 여타 지자체 또한 전기버스의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전기상용차, 언제 디젤벽 넘나
그렇다면, 전기트럭 및 전기버스는 실제 어느 정도 등록돼 운행되고 있는가. 올 7월 현재 전기상용차의 운행대수는 총 500대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전체 상용차 운행대수(452만 대/화물·특수차 367만대, 승합 85만대)의 0.01%로, 극히 미미한 정도다. 전기상용차가 한창 개발단계이고, 상용화가 더딘 이유이기도 하다.

연료별 운행대수를 보면, 디젤상용차가 절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경소형급 LPG트럭이 그 뒤를 잇는다.

전기상용차 시장은 이제 태동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현재의 전기상용차의 운행대수는 큰 의미가 없지만, 향후 시장의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전기상용차가 진입한 시장이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전기트럭은 LPG가 주력인 경·소형 트럭을 조준했으며, 전기버스는 CNG가 주력인 시내버스를 노리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 본다면, 전기상용차는 향후 디젤보다는 가솔린과 LPG와 CNG 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전기상용차가 넘볼 시장의 규모는 약 16만대 수준인 셈이다.

이를 넘어 디젤 영역까지 뻗기에는 철저히 경제성으로 무장한 상용차 시장서 전기상용차가 풀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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