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내용 대부분 이미 보도된 사실에 그쳐
인프라 계획 부실한채 ‘판매·공급’에만 몰두

지난해 정부는 '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를 열고 국내 수소차 보급 전략을 승용차 중심에서 상용차 중심으로 재편하고 오는 2030년까지 수소상용차 3만 대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는 '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를 열고 국내 수소차 보급 전략을 상용차 중심으로 재편하고 오는 2030년까지 수소상용차 3만 대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를 열고 국내 수소차 보급 전략을 승용차 중심에서 상용차 중심으로 재편함과 동시에 2030년까지 수소상용차 3만 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장 전망이 밝은 수소상용차에 집중해 ‘환경 개선 효과’와 ‘수소 시대 마중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정책 기조에 발맞춰 지난해 말 ‘수소모빌리티 보급 활성화 세미나’가 환경부 주최·한국천연가스수소차량협회 주관으로 열렸다. 세미나 주제는 ‘수소모빌리티’였지만 핵심은 단연 수소상용차였다.

이번 세미나에는 환경부와 현대자동차, 현대글로비스, SK,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수소에너지네트워크 등 국내 수소차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업체가 발표자로 나선 가운데 지자체 및 물류, 에너지 관련 업계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수소상용차를 주제로 열린 첫 번째 행사라는 점에서 이번 세미나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보급 방안 및 충전소 구축 관련 구체적인 계획이 빠져 있던 탓에 적잖은 아쉬움도 남겼다. 대부분의 발표 내용은 기존에 보도된 사실을 재탕 삼탕하는 데 지나지 않았다.

세미나 발표내용 기존 내용 재탕 삼탕 
환경부는 ‘수소모빌리티 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수소상용차 보급을 확대하고 다양한 수요처를 발굴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올해 수소상용차 보급 규모는 물론, 새롭게 민간 보급을 시작하는 수소트럭의 수요 창출 방안은 불분명했다.

구체적인 수소상용차 보급계획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환경부 관계자는 “2023년도 예산 확정이 예상보다 늦어져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차량 보급 및 수요처 발굴의지는 있지만, 수소상용차 보급의 ‘기본 틀’이 빠졌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국내 유일 수소상용차 제작사인 현대차도 향후 계획에 대해서 말을 아꼈다. ‘국내 수소상용차 개발 현황’을 주제로 발표한 현대차는 국내 시장에 출시된 수소상용차 라인업 및 올해 출시될 광역수소버스 및 수소청소차에 대해 소개했는데, 이미 다 공개된 내용이었다.

세부적 계획 없이 현대차 “차량을 잘 보급하겠다”
현대차의 판매량이 곧 국내 수소상용차 보급 실적으로 귀결되는 만큼, 세미나 참가자 대다수가 현대차의 수소상용차 보급 전략에 귀를 기울였지만, 현대차는 “차량을 잘 보급하겠다”고만 했을 뿐 세부적인 생산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물론,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수소모빌리티 시장에 나홀로 수소상용차를 제작하는 업체 입장으로써, 보급 계획 발표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기업의 의지와 달리 외부적인 불확실 요소들이 많은 것이 염려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미나의 주제가 ‘수소상용차의 보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발표 주제가 처음부터 현황 소개에 국한되었다는 사실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세미나 주제의 핵심으로 예상됐던 수소충전소 구축 계획도 모호했다. 수소충전소 구축사업은 수소상용차 보급의 선결과제로 정부와 업계의 공동 투자가 필요한 분야지만 환경부와 현대차 발표 자료에는 수소충전소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질의응답 시간에서야 “2023년 물류 거점을 중심으로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지만 역시 구체적인 숫자는 없었다. 

전라북도 완주에 위치한 수소충전소의 모습. 
전라북도 완주에 위치한 수소충전소의 모습. 

정부 “올해 920대 보급”…믿거나 말거나
액화수소충전소를 보급할 예정인 SK도 마찬가지다. SK는 액화수소의 필요성과 기술력 소개에만 집중했을 뿐 정작 액화수소충전소가 당장 올해(2023년) 수소상용차 보급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수소충전소 구축 계획은 환경부, 현대차, 충전소업계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지만 업계 사이에 충분한 교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구심이 드는 가운데 과연 올해 정부의 계획대로 920대의 수소상용차(버스 700대, 청소차 120대, 화물차 100대)를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도 상황에 따라 목표한 일정엔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물며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수소상용차 보급이 성공하기 위해선 업계간 긴밀한 소통은 반드시 필요하다. 김용신 한국천연가스수소차량협회장은 이번 세미나가 수소상용차 업계의 ‘소통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앞으로 제2회, 제3회 세미나가 열려 수소상용차 보급 계획의 완성도가 높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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