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수도권 3대 지자체, 노후화물차 퇴출과
수송부문에 친환경 차량 적극 도입 의지 표명

충전 인프라 구축, 천문학적 보조금이 난제

대형 전기트럭이 충전하는 모습의 모형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기질 개선을 위한 정책이 또 하나 마련됐다. 화물차를 중심으로 한 노후경유차를 퇴출하면서 ‘친환경 차량’을 보급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즉, 전기, 천연가스, 수소 등을 동력으로 활용한 친환경 차량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보급에 나선다는 것이 정부와 수도권 지자체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10년 전 정부가 LNG(액화천연가스) 화물차 도입을 추진할 때, 충천소 등 인프라 구축 어려움으로, 정책이 실패로 끝난 사례가 떠오르고 있다. 노후경유차 퇴출에 따른 대기환경 개선과 친환경 상용차 개발 방향은 정해졌지만,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충전 인프라 구축 및 정책 예산이 제대로 지원되지 못한다면, 성공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들이 만만치 않다.

지난 7월 초 환경부와 서울,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3개 광역자치단체장이 모여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3개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은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노후경유차 조기폐차 확대를 위한 예산 증액과 유럽 수준의 장기적인 내연기관차 퇴출 선언 등을 건의했고 환경부는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이를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배출가스 등급제를 기반으로 차량 운행제한을 도입하고 농수산물도매시장, 물류단지, 항만에 총중량 2.5톤 이상 노후경유차 출입제한을 검토하는 한편, 수송부문에 친환경 차량을 적극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2022년부터 수도권에 경유버스 신규 도입을 제한하고 2027년까지 수소연료전기버스(이하 수소버스), 전기버스, CNG(압축천연가스)버스 등 친환경 차량으로 전면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단위 노후경유차 퇴출…친환경 상용차 도입 시간문제

현대자동차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

업계에선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모여 있는 국내 인구 구조 특성상 노후경유차 퇴출과 친환경 상용차 보급을 골자로 한 이번 수도권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전국단위로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판단이다.

실제,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간담회 자리에서 “주요 환경 현안에 대해 전국의 다른 자치단체장과도 조속히 만남을 가질 것”이라고 밝히며, 확대를 예고하기도 했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전국적으로 친환경 상용차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되어가고 있다. 덩달아 대구, 부산, 제주 등 이미 수도권 지역보다 앞서 친환경 상용차 보급을 추진하고 있는 지방 자치단체들에게 이번 수도권 미세먼지 대책은 친환경 상용차 보급을 한발 앞당기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버스는 전기와 CNG로 급선회 중

에디슨모터스 전기버스 ‘e-Fibird PIEV’

경유버스를 대체할 차량으로는 친환경 버스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진 전기버스가 가장 유력하다. 정해진 노선을 따라 주행하는 버스의 특성상 전기버스의 단점으로 지목되는 긴 충전시간과 짧은 주행거리 문제를 상쇄할 수 있으며, 무공해에 가까운 친환경성이 지자체들의 참여를 이끌고 있다.

국내 상용차업체인 현대자동차, 에디슨모터스와 중국의 하이거(HIGER), 비야디(BYD) 등 국내외 전기버스 업체들이 차량 공급을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고 몇몇 업체는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시범운행을 진행 중이다.

오는 10월 서울시에서 시범운행을 진행하기로 한 현대차 ‘일렉시티’, 에디슨모터스 ‘e-Fibird PIEV’, 중국 하이거 ‘하이퍼스’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CNG버스의 활용도 충분히 염두에 둘 수 있다. CNG버스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평방미터)당 최대 67.25원의 유가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이어지고 있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다만, CNG버스의 경우 대도시 지역에서는 이미 성행하고 있는 만큼 내구연한이 경과한 버스를 신규버스로 교체하는 수준이거나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수소버스의 등장도 고려해봄직하다. 수소버스는 전기 생성과정에서조차 미세먼지가 발생하지 않아 궁극의 친환경 버스로 불린다. 현재 국내 수소버스는 현대차가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업계 전문가들과 협력방안을 논의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서울과 울산 지역을 시작으로 시내버스 노선에 수소버스를 투입하고 내년에는 전국 5개 도시, 2022년에는 총 1,000대의 수소버스를 시내·외에서 운영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화물차는 차급별·주행거리 따라 전기, LPG, LNG로 갈려

에디슨모터스 소형 전기트럭 ‘EMT01’

정해진 노선을 따라 일정한 주행거리를 달리는 버스와는 달리 화물차는 주행거리와 노선이 매번 바뀌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차급별로 각광받는 친환경 화물차가 상이하다.

먼저 소형 화물차의 경우 LPG(액화석유가스)와 전기를 이용한 친환경 화물차가 대표적이다.

LPG의 경우 경유보다 친환경적이면서도 전국 약 2,000개의 방대한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미 우체국 택배 차량의 35%는 LPG 화물차를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산 소형 화물차도 LPG로 개조한 뒤 출고하는 등 어느 정도 입증이 완료된 상태다.

전기트럭은 1.5톤 미만 친환경 트럭의 신규허가가 인정됨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보급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형 전기트럭 시장에 뛰어든 업체는 대구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제인모터스’, 전기버스로도 잘 알려진 ‘에디슨모터스’, 앞서 0.5톤 전기트럭을 출시한 경험이 있는 ‘파워프라자’ 등이 대표적이다.

중대형급 친환경 화물차는 공식적으로 국내에 소개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볼보트럭, 다임러트럭, 이베코 등 글로벌 상용차 제조업체들은 해외에서 공개한 친환경 화물차의 국내 도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국내 업체인 타타대우상용차도 친환경 화물차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형급 화물차부터 살펴보면 볼보트럭이 내놓은 ‘볼보 FL·FE 일렉트릭’, 다임러트럭 계열사인 미쓰비시후소의 ‘e-캔터’ 등 전기 에너지를 활용한 차량이 주를 이룬다.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거리를 가지고 있는 만큼 도심지역 내 운행을 주목적으로 설계됐다.

대형급 친환경 화물차는 LNG(액화천연가스)를 이용한 차량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가스컨퍼런스(APGC)’에서 공개된 타타대우 ‘프리마 LNG 트랙터’, 국내 인증을 추진 중인 이베코 ‘스트라리스 NP’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일부 수입 트럭 업체도 LNG 트럭 조기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LNG 차량 모두 경유차 못지않은 동력성능과 1회 충전 시 700km를 훌쩍 넘는 주행거리로 장거리 주행에 특화됐다.

◆ 10년 전 LNG 화물차 실패 사례 되풀이 말아야

이베코 LNG트랙터‘ 스트라리스 NP’

전기, 천연가스, 수소 등 각 분야별로 다양한 친환경 상용차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를 상용화하고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친환경 상용차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인 ‘충전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상용차의 특성상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도 전국 단위의 충전 인프라 구축은 필수적이다. 중장거리로 운행하는 화물차주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충전이 어려운데, 굳이 천연가스 차량을 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충전 인프라 미비로 과거 2008년 국토부 주재로 이뤄졌던 LNG 화물차 보급 사업 실패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경유화물차를 LNG혼소(기존의 경유 화물차에 LNG 연료용기, 연료공급장치 만을 추가로 부착) 차량으로 전환하고자 했던 국토부는 충분한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했다. 실제 대전, 인천 등 전국 6개 지역에만 충전소를 설치함으로써, 긴 공차거리와 충전 불편으로 화물운송업계의 외면을 받으며, 사업 추진 3년 만인 2011년에 사업을 중단했다

화물운송업계는 과거 이같은 인프라 구축 실폐 사례를 들어, 전기나 수소 충전소의 경우 버스 회차지와 차고지, 휴게소, 공공시설 등을 중심으로 시설을 확대하고 CNG, LNG와 같은 천연가스는 기존 구축된 LPG충전소를 중심으로 함께 운영하는 병설형 충전소 설치, 이동충전소 운영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충전 인프라 외에 친환경 상용차 구매 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보조금 문제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친환경 상용차 보급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대당 최대 2억 원(저상 시내버스 기준) 가량에 육박하는 보조금을 언제까지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예컨대 국토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승차정원 26명 이상 사업용 대형 버스 등록대수는 약 6만 대. 대당 1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면 궁극적으로 사업용 대형 버스를 친환경 버스로 교체하는 데에만 약 6조 원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을 줄이기 위해선 합리적인 가격의 친환경 상용차가 등장해야 한다.”며, “무조건 보조금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발전을 병행할 수 있도록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데에도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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