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변경 신고 없이 무분별 개조 빈번
1톤 육박 플랫폼 무게…과적 불가피
편법 이용한 자가용 차량 사용도 문제

6·13 지방선거를 불과 2주 남겨 놓고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곳곳에서 유세차량을 타고 민심 사로잡기에 나선 후보자들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선거에 동원되는 유세차량 대부분이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다.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행태라곤 하지만, 법을 지키자고 약속해도 모자를 판에 후보자들의 불법차량 이용이 도를 넘고 있다.
 

선거 유세차량으로 개조된 1톤급 트럭. 차대 위에 플랫폼을 얹고 다양한 영상․음향기기를 장착했다. 유세현장에서는 후보자와 지지자 여러 명이 유세차량에 올라가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출처: 나래특장차)

더 길게, 더 높게…무분별한 개조
선거운동의 핵심은 유권자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유세차량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다양한 형태로 개조가 이뤄진다.

멀리서도 후보자의 정보가 잘 보일 수 있도록 대형 LED 전광판을 설치하거나, 무대 길이를 늘려 폭넓은 유세활동이 가능하도록 개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차량 개조가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선거유세차를 제작·판매하고 있는 한 업체의 차량을 예로 들면 이 같은 실태를 더욱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 업체가 제작하는 유세차량은 크게 1톤, 2.5톤, 5톤 세 가지. 그러나 세 차종 모두 별도의 보강이나 안전장비 없이 적재함 길이를 대폭 늘이는 개조를 거쳐 완전히 다른 차급의 형태로 쓰이고 있다.

해당 업체는 1톤 차량의 적재함 길이는 2.5톤급으로, 2.5톤 차량의 적재함 길이는 5톤급으로, 5톤 차량의 적재함 길이는 9.5톤급으로 늘였다. 여기에 차량 전고보다 훨씬 높은 전광판과 스피커, 발전기 등을 장착했다. 얼핏 보기에도 차량의 무게중심이 분산돼 불안한 모습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업체의 차량을 예로 들긴 했지만 비단 이 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선거철 사용되는 대부분 유세차량이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제작되고 있다.

구조변경 신고 없이 불법운행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화물차의 차대 확장 ▲승차정원을 늘리는 개조 ▲본래 유류가 아닌 다른 유류를 취급하는 개조 등을 거칠 경우 구조변경을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한다.

유세차량의 경우 세 가지 조건 모두 해당한다. 적재함 길이를 늘여 그 위에 사람을 태우고, 다양한 전기장치를 조작하기 위해 가솔린 발전기를 장착하는 형태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규정을 지키며 운행하는 유세차량은 찾아보기 어렵다. 짧은 선거철 기간만 유세차량으로 활용되다 본업으로 복귀하거나, 적재함을 다시 달아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구조변경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불법운행을 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불법운행을 바로 잡으려는 계도 활동도 미진한 편이다. 선거활동을 관장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단속에 나서야할 교통당국도 쉬쉬하는 분위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유세 차량의 기준은 해당 차량에서 ‘후보자의 연설대담’이 가능한지 여부다. 차량 개조 여부와 부가장치 사용 등은 선거법상으로는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차량 개조는 비단 한 개 업체만의 행태가 아니다. 유세차량으로 개조된 차량 대부분이 이 같은 형태로 제작되고 있다.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출처: 트럭애드)

플랫폼 무게만 1톤…과적도 성행
선거유세용 플랫폼 설치에 따른 과적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플랫폼은 유세활동을 위해 필요한 연단, 음향·영상 장비 등을 말하는데 그 무게만 1톤에 육박한다.

여기에 발전기, 공조기, 전광판 등 각종 장치와 플랫폼에 올라선 연설자 및 지지자의 몸무게를 더하면 1톤이 족히 넘는 하중이 차량에 실린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유세차량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차량이 1톤급 소형 트럭이라는 점이다. 1톤급 유세차량은 2톤~5톤급 트럭보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기동성이좋아 선거철마다 특수를 누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

1톤급 트럭이 유세차량으로 사용되면 가뜩이나 무분별한 차량 개조를 통해 균형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과적까지 이뤄지니 주행 안전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유세차량으로 개조를 거치고 있는 트럭들. 대부분 1톤급 소형 트럭이 유세차량으로 활용된다.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출처: 경인일보)

흰색 번호판 달고도 버젓이 운행
자가용 차량을 유세차량에 사용하는 편법도 성행하고 있다. 영업용 차량보다 자가용 차량을 임대하는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고, 자가용 차량을 사용하더라도 신고자가 불법 유상운송행위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세차량은 짧은 선거기간만 사용되다 보니 신차를 구매하기보다는 차주에게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임대’하는 형식이 주를 이룬다. 이는 일종의 유상운송행위로 볼 수 있으며, 당연히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을 달고 유세현장에 투입돼야 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선 노란색 번호판을 달고 있는 유세차량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당에 기부된 차량을 사용했다든지, 봉사자의 무급지원 형태로 차량을 이용했다는 등의 편법을 이용해 교묘하게 처벌을 빠져나가고 있다.

유세차량 운행 경력이 있다는 한 차주는 “당 입장에선 짧은 기간 사용한 뒤 활용가치가 떨어지는 유세차량 구입에 큰돈을 쓰기 부담스럽다.”며, “중고 차량을 구입해 사용한 뒤 되팔거나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자가용 개조 차량을 임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찰당국 관계자의 말을 빌려 실질적인 단속이 어렵다는 말도 전했다. “선거 전 수사관과 대화를 나눠본 결과 많은 정당이 편법을 저지르고 있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는 상태”라며, “자가용 유세차량은 엄연히 불법이지만 출고 당시부터 차량 제작업체 또는 정당으로 명의 이전을 시키는 등 편법이 만연해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선거철마다 후보자들의 발이 되는 유세차량. 불법으로 얼룩진 허물을 벗어던지고 정정당당하게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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