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0년 독무대, 더 이상 존립 어려워
운송업계, 조건 보고 브랜드 선택 가능해져
경쟁 모델 등장에 가격인상폭도 제한적 기대

일본 최대의 상용차 메이커인 이스즈(ISUZU)는 전 세계 100여 국에 진출한 명실상부한 글로벌 업체다. 이런 이스즈가 지난해(2016년) 전 세계 34개국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중소형 트럭 중 3.5톤 ‘엘프(ELF)’로 국내 상용차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그것도 막강한 ‘현대 독점시장’에.

이미 본지가 보도했듯, 내년에는 국산 상용차 브랜드인 타타대우상용차도 2.5톤을 포함해 이 시장에 적극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내년이면 2.5톤 및 3.5톤급 준중형 트럭 시장이 독점에서 최소 3개사 간의 경쟁체제로 재편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존의 일부 수입 업체들도 이스즈와 타타대우의 움직임을 보면서, 동급 모델 도입카드를 만지작하고 있다.

중대형 카고 시장에서 수입업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업체들이 연이어 진출한 것처럼, 준중형 트럭 시장도 그 같은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형 카고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 트럭이 최초로 자리를 잡은 뒤 스카니아, 볼보트럭, 만트럭 등이 잇달아 진출,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형 카고 시장 역시 벤츠 ‘아테고’ 이후 볼보 ‘FL’, 만트럭 ‘TGM’, 이베코의 ‘유로카고’ 등이 본격 가세했다. 불과 2, 3년 전 이다.

‘준중형 트럭 시장’ 경쟁체제로 급속 재편될 듯

그렇다면, 새로운 업체들이 눈독을 들일 만큼 과연 준중형 트럭 시장도 매혹적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준중형 트럭 시장은 카고 시장에서 만만치 않은 내수규모를 갖추고 있는 데다, 현대차 ‘독점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8톤 이상 대형 카고 5,600대(2016년 기준)에 비해 월등히 많고, 4.5톤/5톤 중형 카고의 판매대수 1만 2,000대에 버금가는 1만 대 정도의 내수 규모를 갖고 있다. 

중형 및 대형 카고 시장은 이미 현대차를 비롯해 타타대우, 그리고 수입트럭 5개사가 모두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에, 준중형 트럭 시장은 1998년 현대차가 기아차 흡수 및 경쟁모델 단일화(기아 2.5톤 및 3.5톤 단종과 현대차로 흡수) 이후, 20년간 경쟁 모델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현대차 브랜드 독무대로 굳어져 왔다.

당연히 화물운송 및 특장업계는 오랜 기간 현대차 브랜드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식상(食傷)’해 왔다. 업계는 이 때문에 국산이든 수입이든 선택할 수 있는 제3의 경쟁 모델을 갈구해왔다.

이를 뒷받침하듯, 현대차 트럭의 출고일정을 우선 감안해 고객들로부터 계약을 받고, 차량을 제작하는 한 특장업체 대표는 "그동안 현대 트럭 경쟁 모델에 대한 선택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아쉬움과 새로운 브랜드가 진출하기를 강력히 희망해 왔고, 여느 특장업체들도 비슷한 생각일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가 올려놓은 가격대에서 ‘경쟁 가격’ 형성될 듯

둘째는, 새롭게 진출하고자 하는 업체에게 자연스럽게 가격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다시 말해, 신규 진출업체는 현대차가 그동안 높여왔던 차량 가격으로 인해 큰 고민 없이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 예로, 현대차는 대당 1,425만 원이던 지난 2000년 3.5톤 트럭(일반캡 기준) 가격을 그동안 지속적으로 인상하면서 2016년 현재는 4,766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년 동안 3배 이상 올렸다.

이 같은 인상률은 현대차의 생산 차종인 1톤 트럭과 비교해 봤을 때 상당한 수준이다. 실제, 1톤 트럭(포터 일반캡 기준)의 경우는 2000년 680만 원에서 2016년에는 1,500만 원 정도로 책정됐다. 3.5톤에 비해 훨씬 낮은 2배 이상 인상률에 그쳤다. 경쟁 관계에 있는 현대차 중대형 트럭 역시 2배 안팎으로 인상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준중형 트럭의 이 같은 높은 가격 인상률은 ‘독점 차량’이란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화물운송 및 특장업계의 시각이다.

이는 결국 9월 진출한 이스즈는 물론, 내년에 진출 예정인 타타대우가 현대차 3.5톤과 차이를 거의 두지 않는 선에서 차량 가격을 책정할 수 있게 한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스즈 엘프가격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스즈 엘프는 6단 수동 변속기뿐만 아니라 디스크 브레이크, 듀얼 에어백, 차선이탈경고시스템 등의 안전사양이 기본으로 장착된다. 안전사양을 포함한 차량 가격은 5,412만 원. 적재함 가격 165만 원을 제외한 섀시모델은 최종 가격이 5,247만 원이다.

현대 3.5톤 마이티 일반캡 장축 골드 모델을 기준으로 봤을 때 안전사양 옵션을 추가한 가격은 총 5,341만 원, 여기서 섀시모델 출고 시 제외되는 30만 원을 계산해보면 최종 가격은 5,311만 원이다. 이스즈 엘프가 64만 원 저렴한 셈이다.

향후 현대 3.5톤 가격인상 문제와 관련, 화물운송 및 특장업계는 그동안 유독 준중형 트럭에 대해서만 이루어진 현대차의 높은 가격 인상 시도는 경쟁 모델의 등장으로 더 이상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존 수입업체들도 진출카드 ‘만지작’

준중형 트럭 시장에서 이스즈 엘프 진출은 타 경쟁사들의 진출에도 불을 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예견된 타타대우는 2018년 하반기쯤 본격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재 국내에 진출해 있는 수입트럭 업체 중 일부가 이 시장 진출을 면밀히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럽을 기반으로 한 이들 수입트럭 업체의 경우 이미 충분한 중소형 라인업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진출하기에는 어렵지 않다.

단지 가격과 서비스망 구축이 난제다. 유럽산 트럭을 들여올 경우 대략 6천~7천만 원 대 책정이 불가피하고, 과연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는가라는 고민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입트럭은 이런 모든 고민들을 안고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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