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운송사업 아냐”…서비스 문제없어
물류업체 “현행법 허점 파고든 꼼수 불과”
자가용·영업용 규정지을 명확한 기준 필요

쿠팡이 자사의 무료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승소했다. (사진: 쿠팡)


쿠팡의 무료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이 유상운송 행위라며 소송을 낸 물류업체들이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환승)는 18일 CJ대한통운 등 물류업체 10곳이 쿠팡을 상대로 제기한 운송금지 등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매자가 필요에 따라서 상품을 운송하는 행위는 화물자동차법에서 말하는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피고 쿠팡의 손을 들어줬다.

쿠팡이 외관만 협력사에서 상품을 사들여 구매자에게 파는 방식을 취할 뿐 실질적으론 통신판매 중개업에 불과하다는 물류업체들의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논란의 불씨 ‘자가용 번호판’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는 일정 금액 이상의 상품을 구매하면 주문한 지 24시간 내에 무료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운송사업자로 등록한 것은 아니지만 자사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서비스 차원에서 배송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별 다른 문제가 없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쿠팡의 로켓배송 차량이 자가용 차량이 사용하는 흰색 ‘자가용 번호판’을 달고 배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물자동차법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요구에 응해 화물자동차를 사용,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사업’의 경우 영업용 번호판을 장착해야 하지만, 쿠팡은 배송비용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가용 번호판을 고수하고 있다.

물류업체들이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를 두고 현행법의 맹점을 교묘히 이용한 ‘꼼수’라고 지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덧 중대형 승용차 한 대 가격으로 훌쩍 뛴 영업용 번호판을 달고 운송사업을 하고 있는 물류업체로서는 버젓이 자가용 번호판을 달고 운송을 하는 쿠팡이 달갑게 보일 리 만무하다.

현행법 위반 vs 배송비 안 받아 ‘갑론을박’

물류업체들이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를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광주지방검찰청, 부산지방검찰청 등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지만 모두 패소했다.

이들은 제품 구매비용에 배송비가 포함되어 있다고 판단, 쿠팡이 현행법의 허점을 이용한 불법 운송사업을 하고 있다며, 운송사업에 필요한 영업용 번호판이 아닌 자가용 번호판을 달고 유상운송을 해왔다는 것을 근거로 로켓배송 금지 가처분 소송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에 쿠팡측은 “포장 및 인건비만 받을 뿐 배송비용은 받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결과적으로는 쿠팡의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앞선 재판에서 모두 승소한 것은 물론 법원으로부터 협력사와의 구매계약 관계를 인정받았다.

다만, 법원의 이런 판결은 현재 물류업계에 만연한 편법 행위를 더욱 재촉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제2의 쿠팡 나오지 말란 법 없어…명확한 기준 제시해야

앞선 재판에서 물류업체가 쿠팡에 잇달아 패소하면서 제2, 제3의 쿠팡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3년 ‘화물차 허가제’가 시행된 이후 영업용 번호판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매물을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화물운송시장을 선진화하고 시장의 포화상태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허가제가 편법에 제 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게 되는 셈이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로켓배송에 대한 재판이 쿠팡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면 동종업계 업체들이 비슷한 형태를 모방하고 나설 것이 뻔하다.”며, “결국 일거리가 줄어든 물류업체들만 손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비싼 돈을 주고 영업용 번호판을 구입한 물류업체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자가용 차량과 영업용 차량의 차이를 보다 확실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상용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