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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버스 대형 상용차 교통사고 언제까지…
ADAS 시행? '조건'과 '돈'에 길을 잃다
핵심 '자동비상제동장치' 의무화는 언제?
신규차량 장착 시 가격 최대 500만원↑
DTG활용 운행시간 단속도 실효성 의문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 양재 IC 부근에서 대형버스가 졸음운전으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앞서가던 승용차를 들이받는 7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8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작년 6중 추돌사고로 42명의 사상자를 낸 봉평터널 사고와 매우 유사하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후진적인 대형 상용차의 교통사고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책으로, 차량에 적용되는 안전 시스템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 양재 IC 부근에서 대형 버스가 앞서가던 승용차를 잇달아 들이받는 7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정부와 상용차 생산·판매업체들은 대형 화물차 및 대형 버스에 첨단안전장치와 운전자 처우 개선을 요지로 대형차 교통사고에 대한 예방책을 하나 둘씩 마련한 지 오래다. 하지만 첨단안전장치 장착에 따른 정부의 지원의지 결여 및 제도상의 미흡, 그리고 상용차 업체들의 부담스런 가격 책정 등이 맞물리면서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18일부터 기존 운행 차량을 대상으로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를 의무화하고 동시에 ‘디지털운행기록장치 활용 현장단속’을 펼쳐, 운전자들의 휴게시간 의무화와 속도제한장치 무단해제 등을 단속 시행에 들어갔다.

이 제도 시행과 관련, 과연 이번에는 대형차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는 올바른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봤다.

자동비상제동장치(AEBS)와 차선이탈경고장치(LDWS) 시연 모습.


■ 주요 기능 쏙 빠진 ‘첨단운전자보조장치’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란 차량의 카메라, 레이더, 초음파 센서 등을 활용해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돕는 보조장치로써 ▲차선이탈경고장치(LDWS) ▲자동비상제동장치(AEBS) ▲전방충돌경고장치(FCWS)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중 18일부터 의무화가 확정된 첨단운전자보조장치는 ‘차선이탈경고장치’다. 정부는 차량 1대 당 약 50만 원의 설치비용 중 국가예산 20만 원, 지자체 예산 20만 원을 보조금으로 지원 한다는 방침 하에 예산계획안 조정에 나섰다.

그러나, 첨단운전자보조장치의 핵심기술이자 사고예방 효과가 가장 높다고 평가되는 ‘자동비상제동장치’는 이번에 시행되는 의무화 정책에서 제외됐다.

자동비상제동장치는 전방에 위치한 물체를 감지해 추돌상황 시 차량이 스스로 제동을 거는 기술로써, 유럽 28개 국가에서는 이미 지난 2013년부터 순차적으로 설치기준을 마련해 도입하고 있다.

이렇듯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기술이 이번 정책에서 제외된 것은 재정적인 측면에서 기존 운행 차량에 설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차량에 자동비상제동시스템을 설치하려면 3,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고 이마저도 유로6 엔진을 장착한 최신 차량에만 가능하다.”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차량에 자동비상제동장치 의무화 및 설치지원을 할 수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 가격과 안전 사이 딜레마 여전

앞서 언급했듯이 기존 운행차량에 자동비상제동장치를 당장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화물차 운전자들이 신차 구매 시 자동비상제동장치를 부착하는 것은 어떨까.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신규 등록되는 전장 11m 초과 승합차와 차량총중량 20톤 초과 화물·특수차는 차선이탈경고장치와 자동비상제동장치를 의무적으로 탑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과거부터 생산 중이던 차량의 경우 승합‧버스는 2018년, 화물차는 2019년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있으며, 차량의 전장이 대부분 11m가 넘지 않는 시내버스 모델들은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자동비상제동장치 설치에 대한 강제성이 없다.

각종 미디어행사에서 공개했듯이 국내에서 대형 상용차를 판매 중인 제조사들은 업체마다 기술력의 차이가 있지만 이미 자동비상제동장치 기술을 대부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적인 강제성을 띄고 있지 않은 탓에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여전히 차량 가격과 안전 사이의 딜레마 속에 빠져있는 모습이다.

일례로 차량에 소위 말하는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국내 대형 상용차를 기준으로 봤을 때 자동비상제동장치는 기본사양에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동비상제동장치의 가격은 약 400~500만 원선. 안전을 위해 장착하면 총 차량 가격이 상승하게 되는 꼴이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는 현재 구태여 차량 가격을 높여 운전자들의 비용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는 것이다.

의무화 시행시기가 정해지긴 했지만 대형차가 도로 위의 위협으로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마냥 기다리기에는 대중들의 걱정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이를 상충하기 위한 방안마련을 촉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 풀리지 않는 숙제…열악한 근무환경

첨단운전자보조장치 의무화 외에 또 하나의 대형차 교통사고 예방책이 실시된다. 교통안전공단이 시행하는 ‘디지털운행기록장치 활용 현장단속’이다.

디지털운행기록장치는 차량의 운행기록 자료를 즉시 추출하고 분석할 수 있는 장치로 이번 현장단속 시행에서는 버스나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의 휴게시간 준수와 속도제한장치 무단해제, 운행기록장치 미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따른 처벌을 감행한다.

궁극적으로 과로운전이 일상화되어 있는 사업용 차량 운전자들의 운행시간을 조정하고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키 위해 지난해 마련된 ‘사업용 차량 휴게시간 의무화법안’의 연장선상에서 실시하는 단속이다.

하지만 지난 2011년 디지털운행기록장치가 사업용 차량에 의무화된 이후 관리부족으로 실효성에 지적을 받았던 선례를 고려해 봤을 때 이번 현장단속으로 사업용 차량 운전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철저한 현장단속과 더불어 지속적인 관리감독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한편, 지난 11일 첨단운전자보조장치 의무화 정책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차로이탈경고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뒤 예산이 들더라도 전방충돌경고장치 장착도 의무화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600억 원의 예산을 추가해 전방충돌경고장치를 장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며, “이르면 내년과 내후년에 도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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