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이긴 한 것 같습니다.

높은 기름값의 영향 때문인지 화물차에 경유대신 보일러용 등유를 넣었다는 운전자분들의 소식이 많이 들려옵니다. 더불어 등유를 넣었음에도 경유를 넣은 것처럼 속여 정부에서 지급하는 유가보조금까지 편취했다는 소식도 접했습니다.

보일러용 등유는 지난 7월부터 전국적으로 판매 자체가 금지돼 이제는 쉽게 구할 수도 없을 텐데, 주유소 주인과 연계까지 도모해 주유를 시도했다니 어이상실을 넘어 안타까운 마음까지 생깁니다.

올라도 너무 오른 경유가격 때문에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분들이 차량과 스스로를 담보로 옳지 않은 선택을 하고 계신다는 거죠. 사실 등유를 경유 대신 주유하는 운전자들의 이야기는 어제오늘 들려온 사안이 아닙니다. 각종 동호회 사이트만 뒤져봐도 수년 전부터 꾸준히 보일러용 등유를 사용해 왔다고 자랑스레 글을 올린 운전자부터, 콩기름을 섞느니, 엔진오일을 섞느니 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사안을 떡하니 올려놓은 운전자까지 다양한 경험담을 접할 수 있습니다.

다들 높은 유류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보일러용 등유를 이용한 대체 연료를 사용한다며 스스로를 정당화 시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이게 바로 쪽박이라는 벼랑 끝을 향해 달려가는 도박꾼들의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그것도 너무나 헤어나오기 힘든 벼랑으로 말입니다. 예전에 쌍용자동차 종합기술연구소가 유사경유 사용이 디젤엔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더니 베어링에 카본이 쌓여 엔진 작동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는 결과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석유품질관리원도“엔진 출력이 2~3%떨어지고 미세입자의 배출량이 크게 늘어난다”며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래저래 좋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가장 영향력이 큰 결과는 최근 디젤엔진의 추세인 커먼레인 엔진에 등유가 섞이면 연료 분사를 맡고 있는 인젝터에 무리가 가서 차량 자체가 움직이질 않는다고 하네요. 연료 분사 시점도 차이가 날 수 있어 심한 경우 폭발의 위험성도 있다고 합니다.

몇 푼 아끼려다 차량이 도로에 서버리게 되면 오히려 수리비가 많이 나올 수 있고, 심하면 황천길까지 구경해야 하니 정말 무서운 도박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염려스러운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 4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보일러용 등유의 생산을 금지시켰는데요. 7월부터는 유통까지 금지 됐습니다. 그런데 이 등유를 미처 처분하지 못했거나 일부러 사재기를 해 놓은 몇몇 분들이 마땅한 판매처가 없자 경유처럼 속여서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경유를 싸게 주겠다는 미끼를 이용해 유류비에 민감한 화물차운전자들을 꼬드기고 있다고 하네요. 아무리 높은 기름값으로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고는 해도 얻는 것(ℓ당 300원 정도)보다 잃는 것(수리비, 시간, 인생)이 너무나 큰위험한 도박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도 화물차운전자들을 위한 도박이 아닌 재고처리 업자들을 위한 도박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아무리힘들어도위험한도박은하지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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