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 이어 급속 충전 필요한 트럭에도 적용
리튬인산철(LFP) 한계였던 충전 환경 극복으로
80kwh(추정) 기준 15분 완충 700km 주행
“中 LFP 기술 획기적”vs“성능 검증 안돼”

업계 관계자는 중대형 트럭에도 셴싱배터리를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형 트럭에도 셴싱배터리를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용차 연료의 패러다임이 전기와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장거리 운송을 위한 차세대 배터리의 개발과 현실적인 공급가격 실현은 큰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 CATL((宁德時代, 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닝더스다이)가 승용차 기준 10분 충전으로 400km 주행이 가능한 신규 리튬인산철(리튬·철·인산 구성, 이하 LFP) 초고속 충전 배터리 ‘셴싱(Shenxing)’을 공개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CATL과 경쟁해야 하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로서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투자에 보다 속도를 낼 수밖에 없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CATL의 발표대로라면 한국과 중국 배터리 기업 간 글로벌 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빠르길래 이름부터 ‘셴싱’?
CATL은 지난 16일 중국 현지에서 의미부터 ‘매우 빠른 속도’라는 뜻을 지닌 신규 LFP 배터리 ‘셴싱’을 공개했다.

단 10분 충전으로 최대 400km 주행이 가능하며, 15분간 완전 충전을 하면 최대 주행거리가 약 700km에 달한다는 것이 CATL 측 설명이다. CATL은 셴싱을 개발하면서 LFP 배터리의 한계였던 충전 환경 제한도 상당 부분 극복했다고 밝혔다. 영하 10도의 환경에서도 30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하다는 것. 

신규 배터리는 당장 올해 말부터 양산을 시작해 이르면 내년 1분기(1~3월) 승용 부문 전기차에 선제적으로 장착될 예정이다.

한국 외면 LFP, 배터리 시장 주력될까
글로벌 배터리 산업이 CATL의 LFP 배터리 셴싱을 주목하는 이유는 기존 LFP 배터리가 지녔던 뚜렷한 한계성 때문이다.

LFP 배터리는 한국 배터리 3사가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삼원계 배터리 (니켈·코발트·망간, 이하 NCM) 배터리보다 가격이 30~40%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소재인 니켈과 코발트가 쓰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을 뿐만 아니라, 저온에서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져 전기차, 그 중에서도 전력 소모량이 큰 중대형 상용차 제품군에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이러한 특성 탓에 국내에서는 올해 초 배터리 ‘에너지 밀도’에 따라 전기버스 구매 보조금에 차등을 두는 배터리 특성 평가를 도입, 에너지 밀도 400Wh/ℓ 미만에 해당하는 LFP 배터리를 탑재한 대부분의 중국산 전기버스의 보조금이 절반으로 깎이게 됐다.

이번 CATL 측의 고속충전 성능을 향상시키고, 저온 충전 문제 등을 해결했다는 설명이 시장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가격 경쟁력’이 전기차 시장에서 주요한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 LFP 배터리가 차지하는 시장 비중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CATL이 공개한 초고속 충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셴싱(Shenxing)’
CATL이 공개한 초고속 충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셴싱(Shenxing)’

중대형트럭에도 적용 가능할까?
최근 발표된 셴싱의 배터리 성능 기준은 어디까지나 화물 적재 등의 외부 성능 저하 요인이 없는 승용차 부문에서의 최대 제원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승용차와 소형 전기트럭에 탑재되는 배터리 효율을 비교해 봤을 때, 배터리 용량만 늘린다면 소형은 물론, 빠른 충전 시간이 필요한 중대형 전기트럭에도 충분히 셴싱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판매 기준 비슷한 배터리 제원을 가진 배터리 용량 58kWh급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공차중량 1,900kg 중반대의 현대자동차 ‘포터2 일렉트릭 4×2’ 모델과 ‘아이오닉5 스탠다드 2WD’ 모델을 비교해 본다면, 두 모델의 완전 충전 시 복합 주행가능거리는 각각 211km와 336km로 게재돼 있다. 모든 외부 요인과 각 배터리 특성을 무시한 채 단순 산술적으로 계산해 본다면 화물을 운송하는 트럭 제품군이 승용차의 약 63%의 배터리 효율을 내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CATL이 셴싱 발표 당시 배터리 팩의 용량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여러 외신의 추정에 따라 배터리 용량 80kWh정도의 셴싱 LFP 배터리 1개를 적용하면 소형 전기트럭 공차 기준 15분 완충 시 700km의 63%, 즉, 주행가능거리 400km 초반대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배터리 팩 설계만 달리 한다면 중대형 전기트럭 제품군에서도 충분히 유의미한 주행가능거리를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업계 “검증 필요하지만 대비해야”
하지만 국내 배터리업계는 아직 CA TL의 발표에 신중한 모양새다.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지만, 향후 배터리 가격과 배터리 간 점유율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에스엔이(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 기준 CATL의 점유율은 27.2%로 2위다.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점유율은 28.7%로, 지난해 같은 기간 CATL과의 격차 8.4%p(포인트)에서 불과 1.5 %p로 좁혀진 상황이다. 신규 LFP 배터리를 채택하는 전기차가 늘어나면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차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CATL이 발표한 설명만을 놓고 봤을 땐 획기적이나, 셴싱 발표 당시 배터리 용량이나 세부 제원이 공개되지 않아 검증할 수 없어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배터리 업체들 역시 LFP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LFP 라인으로 전환 중이며 미국 애리조나주에 LFP 배터리 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SK온은 국내 업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LFP 배터리를 개발해 빠른 시일 내에 양산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며, 삼성SDI 역시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울산공장에 구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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