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SK내트럭에서 만난 화물차주들,
“탈중국화 영향으로 인천항 일감 줄어”
7년된 트럭, 고장이 자주 난다는 차주
“수리비 때문에 수리 못하고 그냥 타요”
서부트럭터미널서 만난 덤프트럭 차주
“30~40% 할인에도 신차값 너무 부담”

화물차 주차공간에 승용차들이 대거 차지하고 있다. 인천 SK내트럭 주변 모습. 

국내 화물운송시장의 불황에 대한 뉴스가 꾸준히 보도되는 요즘. 기자는 화물차주들이 체감하는 지금의 시장 상황은 어떠한지 들어보기 위해 지난달 인천항에 위치한 SK내트럭하우스와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서부트럭터미널을 찾았다.

이날 인천항을 방문했을 때, 많은 차주가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일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SK내트럭하우스에서 만난 화물차주들은 하나 같이 정부의 ‘탈중국화’로 인해 중국으로 수출입되는 물동량 감소와 운임감소로 생계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감, 이틀 세탕이 하루 한탕으로”
특히, 인천항을 중심으로 트랙터-트레일러를 운행하는 한 화물차주는 “예전에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컨테이너를 다음날 운송하기 위해 미리 나가야 해서 점심에 차가 없었는데, 요즘은 점심때만 돼도 대기하는 차들이 많다”며, “이틀에 세 탕 뛰던 게 하루에 한탕으로 줄었는데 체감상 50%정도 일감이 줄어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인천항에서 가장 교류가 많은 중국에 대한 수출감소 영향률이 57.5%에 달했다. 수출감소 영향률이란, 국가별 수출 감소액을 총수출 감소액으로 나눈 값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으로 그 값이 플러스라면 우리나라 수출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 즉, 올해 1분기엔 중국이 우리나라 수출감소 원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일감이 줄어들면서 운임도 줄었단다. 화물주선앱으로 일감을 받거나 운송사를 통해 배차를 받는 국내 화물운송시장의 특성상 물동량이 줄어드니 자연스레 운임도 적정 수준 이하로 형성되고 있다는 것. 특히, 운행 중 지출하는 기름값과 고속도로 통행료, 식비 등을 고려하면 남는 게 없다고 전했다. 

이날 만난 또 다른 트랙터-트레일러 차주들은 최근의 물동량 감소로 운임수입이 12%에서 20%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국내 물동량 감소로 인한 운임 저감을 체감하는 건 이날 만난 덤프와 카고트럭 차주들도 마찬가지였다. 제주에서 올라온 한 카고트럭 차주는 “오늘은 운임비 50만 원을 받고 올라왔는데 오늘 쓴 뱃값, 식비, 기름값, 톨비 생각하면 벌써 마이너스”라며, “현재는 번 돈보다 더 쓰는 날이 많은데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연안 물동량은 전년 동기 6,088만 톤 보다 8.7% 감소한 5,560만 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항만별로 살펴보면, 평택항과 당진항의 물동량은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7.0%씩 증가한 반면, 물동량이 감소한 항만은 기자가 방문한 인천항이 4.3%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부산항, 광양항, 울산항이 그 뒤를 이었다.

물동량 감소로 일감·운임 줄고, 각종 비용은 오르면서 화물차주들은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 한산해 보이기만 하는 서부트럭터미널 모습.
물동량 감소로 일감·운임 줄고, 각종 비용은 오르면서 화물차주들은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 한산해 보이기만 하는 서부트럭터미널 모습.

“운임 감소로 차 고장나도 수리비 겁나” 
인천을 떠나 서울 양천구의 서부트럭터미널에서 만난 카고트럭 차주는 차량 수리에 대한 부담감을 강하게 내비쳤다. “차가 7년이 넘어서 고장이 자주나지만, 지금은 수리비가 부담돼 고장 난 걸 알면서도 그냥 타고 있다”라며 “정부가 매년 지출되는 매연저감장치(DPF) 교체 비용의 절반이라도 한시적으로 지원해 준다면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치솟은 신차값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서부트럭터미널에서는 보기 드문 덤프트럭 차주는 “신차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제조사들이 할인을 30~40% 해줘도 전에 샀던 찻값이랑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상용차 등록 데이터를 가공, 본지에 독점 제공하고 있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5톤 덤프트럭(구동축 6×4)의 실거래가 평균 가격은 국산이 대당 1억 2,095만 원, 수입산이 1억 8,432만 원으로 나타났다. 각각 1억 1,526만 원, 1억 7,220만 원의 평균 가격을 보였던 전년도와 비교하면 4.9%, 7%씩 인상됐다.

25.5톤 덤프트럭(구동축 8×4)의 지난해 실거래가 평균 가격도 국산은 전년도 1억 8,499만 원 판매가격 대비 4.5%(1억 9,333만 원) 인상됐고, 수입산은 2억 3,576만 원이었던 전년도 보다 5.6% 오른 2억 2,319만 원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들어본 화물차주들의 고충은 물동량의 회복과 적절한 운임을 보장받기 전까지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운송업 종사자들의 이중고가 심해지고 있음에도 정부가 지난 2월 발의한 ‘화물운송시장정상화방안’은 4개월째 국회에 표류 중이다. 화주의 자율 계약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과 화주의 운임을 강제하지 않으면 이른바 ‘운임 후리기’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화물차주들은 더 이상 문제해결을 미루지 말고 하루빨리 관련 제도가 제정될 수 있도록 여·야가 힘써주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저작권자 © 상용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