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운송시장 업종개편 전 빈틈없던 차급 구분이
1~5톤 개별→1.5~16톤 개인 중형으로 개편돼
연간 1만대 중형 시장, 준대형으로 그대로 넘어가
“선호 차급이 준대형으로 넘어갔을 뿐, 찻값만 올라”

한 때 월평균 1,000대 시장 규모를 자랑했던 5톤급 중형트럭 시장이 50대(2023년 3월 기준) 수준 아래로 쇠퇴했다. 2019년 화물운송시장 업종개편과 증톤 완화에 힘입어 중형트럭의 경제성, 대형트럭에 버금가는 실내 공간 및 적재능력을 두루 갖춘 준대형트럭이 중대형트럭 시장의 대체 차종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수십 년간 뿌리 깊게 정착돼 온 중형과 9톤 이상 대형트럭 차급의 경계를 새로이 형성된 준대형 차급이 끼어들면서, 그동안 업계 및 제조사가 부여한 차급 호칭 및 개념에 일대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선호 차급이 옮겨만 졌을 뿐, 결국 찻값만 인상된 것 아니냐는 푸념도 나온다. 준대형트럭 시장이 형성된 스토리를 정리해 봤다.

볼보트럭 'FE'
볼보트럭 'FE'

준대형급 시장 형성 전 오랫동안 구분돼 왔던 트럭 차급
▲1톤 ▲2톤 ▲4.5톤 ▲9톤…. 통상적으로 국내 트럭 시장에서 적재중량 기준으로 차급을 나누는 경계 톤수다. 즉, 순서대로 1톤 이상부터 2톤 미만까지는 소형트럭, 2톤 이상부터 4.5톤 미만까지는 준중형트럭, 4.5톤 이상부터 9톤(가변축 장차 시) 미만까지는 중형트럭, 그리고 그 이상부터는 대형트럭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차급 구분이 오랜 기간 업계에서 통용됐던 데에는 국토교통부가 정한 화물운송 업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화물차 운전자가 운임을 받고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서는 영업용 번호판(이하 넘버)이 필요한 데, 적재하는 화물의 무게에 따라 적합 업종을 구분하고 부착해야 하는 넘버의 종류를 달리 한 것. 

2019년 7월 이전까지는 도심형 업종인 ‘용달’ 넘버는 적재중량 1톤 이하 소형트럭에, 거점 간 운송 업종인 ‘개별’ 넘버는 1톤 초과 5톤 미만인 준중형트럭과 중형트럭에 장착이 가능했다. 그 이상으로 넘어가는 대형트럭에는 특수 업종인 ‘일반’ 넘버가 필요했다.

국내의 대표적인 상용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 역시 국토부가 정한 업종 구분에 따라 국내에서 가장 효율적인 트럭 모델을 설계해 제작·판매했다. 소형 포터와 준중형급 마이티, 중형급 메가트럭, 대형 엑시언트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차량과 차급, 그리고 업종 구분이 삼위일체로 딱 맞아떨어졌다. 경쟁 중대형트럭 메이커 역시 국토부와 현대차가 정착시킨 차급에 따른 모델들을 제조하거나 동급 모델을 수입했다. 

현대자동차 '파비스'
현대자동차 '파비스'

가변축 달아 증톤해도 개별 넘버 유지로, 중형급은 인기↑
업종별 적재 가능한 톤수가 제한되다보니 기존 영업용 번호판을 활용해 더 많은 짐을 싣기 위한 변칙 시장도 형성됐다. 바로 가변축 시장이다. 가변축이란 트럭에 적재한 화물의 하중이 집중되는 후륜에 바퀴를 상하로 움직일 수 있도록 추가 설치한 바퀴 축을 일컫는다. 

국내 법규 상 축 1개당 차량총중량 기준 10톤을 허용하니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게 된 것.

가변축 시장이 형성되자마자 4.5톤급 중형트럭에 가변축(4×2→6×2)을 장착, 일반 카고형 메가트럭 기준 최대 7~9톤까지 증톤하는 것은 기본 수순이었다.

물동량만 받쳐준다면 한정된 시간에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증톤하게 되면 차량 등록 기준 상 적재중량이 5톤을 넘겨 일반 넘버 부착 대상이지만, 기본 차량 기준인 4.5톤을 인정받아 여전히 개별 넘버를 부착할 수 있었다. 그 인기 덕분에 중형트럭 시장의 평균적인 연간 시장 규모는 1만 대를 상회했다. 

만트럭버스 'TGM'
만트럭버스 'TGM'

허용 구간 넓어진 중형급 기준에 중형급과 대형급 사이 준대형급 등장
2019년 7월, 상황이 달라졌다. 국토부는 중형트럭 성능에 반하여 더 많은 짐을 싣는 이른바 과적이 만연해지자 국내 화물차 시장에서 30여 년간 가장 인기가 높았던 개별 업종의 범위를 허물었다.

화물운송시장의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추진된 ‘업종개편’이 시행된 것. 화물운송시장의 근간으로도 볼 수 있는 화물운송업종이 개편되면서 ▲용달 ▲개별 ▲일반 등으로 나뉘었던 구분이 ▲개인(1대) ▲일반(법인, 20대 이상)으로 이원화됐다. 개인 업종은 각 차주의 사업 영역을 보장하고 시장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최대적재량 기준 ▲소형(1.5톤 이하) ▲중형(1.5톤 초과~16톤 이하) ▲대형(16톤 초과)으로 세분화됐다.

특히, 개인 중형의 적재중량 허용 범위가 대폭 늘어남에 따라 개별 넘버를 고수하기 위해 가변축을 장착하며 중형트럭을 선택하던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어졌다. 현대차를 포함한 중대형트럭 제조사들은 일제히 파비스 등 준대형 차급을 포괄할 수 있는 모델들을 속속 내놓기에 바빴다.

메르세데스-벤츠트럭 '아록스'
메르세데스-벤츠트럭 '아록스'

준대형급 시장 규모 1만 대 목전 중형급 흡수…찻값만 올렸다는 지적도
화물운송시장 업종개편에 따라 화물차주들의 선호 트럭의 대형화 현상으로 시장 축소를 피할 수 없었던 중형트럭 시장은 3년 만에 소멸 수순에 접어들었다. 반대로 준대형트럭 시장이 중형트럭 시장 규모 축소분을 고스란히 흡수하면서 어느새 연간 1만 대 판매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화물차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중형급과 준대형급 트럭 시장의 연간 규모가 1만 대 수준으로 한정적인 상황에서 업종개편으로 인해 적재 가능한 톤수만 늘었지, 결국 트럭을 더 크게 만들어 트럭 제조사의 매출만 늘려 준 꼴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상용차 등록 데이터를 가공, 본지에 독점 제공하고 있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현대차 중형급 메가트럭이 단종된 2021년 기준, 일반 카고형 4×2 메가트럭의 평균 판매가액이 7,000만 원(부가세 포함, 이하 동일) 정도에 형성돼 있었지만, 준대형트럭 파비스의 경우 4×2 모델은 8,600만 원, 6×2 모델은 1억 600만 원 정도에 평균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결국 소형과 대형 사이의 선호 차급 구간이 중형급에서 준대형급으로 넘어가면서 찻값만 비싸진 셈이라는 지적이다.

아무튼 준대형트럭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업계 역시 기존 중형트럭 판촉을 줄이고, 준대형트럭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스카니아 'P280'
스카니아 'P280'
타타대우상용차 '구쎈'
타타대우상용차 '구쎈'
현대차 '메가트럭' 와이드캡
현대차 '메가트럭' 와이드캡
이베코 ‘유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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