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시장 업종개편 후 중형트럭 시장 급격 쇠퇴
파비스 출시·증톤 허용에 월평균 1천대 → 25대
국산·수입 트럭 브랜드, 준대형급으로 전선 이동
대·폐차 시 증차 범위 완화로 대형까지 흡수 가능성

한 때 화물차 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 규모를 자랑했던 5톤급 중형트럭 시장이 사실상 소멸 수순에 접어들었다. 화물운송 업종개편이 시행(2019년)을 시작으로 현대자동차의 간판 중형트럭 메가트럭 생산이 중단(2021년)된 데 이어, 규제에 가로막혔던 증톤 규정까지 완화(2023년)되자 8~16톤급 준대형트럭이 대세 차종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중형트럭 월 평균 판매 25대, 사실상 시장 소멸
국토교통부의 상용차 등록 데이터를 가공, 본지에 독점 제공하고 있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서 판매(신차 신규등록 기준)된 5톤급 중형트럭은 총 25대로 나타났다. 지난 1월에도 마찬가지로 25대 판매 수준을 보였다.

시장성이 줄어든 중형트럭 차급은 사실 대형 차급 대비 차량 가격이 합리적이고, 가변축(4×2→6×2) 장착을 통해 10톤 이상까지 실을 수 있어 범용성 차원에서 오랜 기간 많은 인기를 구가했었다. 

특히, 2019년 시행된 화물운송시장 업종개편 이전에는 적재중량 기준 5톤을 전후하여 개별 영업용 번호판(1톤 초과, 5톤 미만)과 일반 영업용 번호판(5톤 이상)으로 구획이 정해져 있었던 터라,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도 비교적 영업용 번호판을 구하기 쉬운 5톤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업종개편 시행 전만 해도 중형트럭은 월 평균 1,000대, 연간 1만 2,000대 가량 수준으로 팔렸을 정도다.

하지만 업종개편이 시행되면서 5톤이라는 경계 대신, 16톤이라는 새로운 기준점이 생겼다. 같은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으로 더 많은 짐을 운송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중형 차급에 대한 수요 감소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1년 동안 판매된 4.5톤~8.5톤 중형트럭은 총 762대로 업종개편 시행 이전년도인 2018년의 9,401대와 비교해 91.9%나 감소했다. 

파비스 독주에 소비자·경쟁사 준대형 찾는다
중형트럭에 대한 수요 감소는 고스란히 업종개편을 겨냥해 신설된 8~16톤급 준대형트럭에 대한 수요로 이동했다. 특히, 2021년 7월부로 현대차 메가트럭의 생산이 중단되면서 수요 이동이 가속화됐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8~16톤 준대형트럭은 총 8,944대로 나타났다. 2020년 2,544대와 2021년 5,955대 실적을 미루어봤을 때 가히 폭발적인 성장세. 올해 1만대 달성도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가장 수혜를 입은 트럭은 현대차의 파비스다. 출시 당시만 해도 업계에서는 업종개편을 국토부가 아닌 현대차가 시행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거론됐을 정도로, 업종개편 시행 시기(2019년 7월)와 파비스 출시 시기(2019년 8월)가 겹친다. 그 기세 때문일까. 지난해 국내서 판매된 준대형트럭의 4대 중 3대는 파비스였다.

파비스의 독주를 의식, 중대형트럭을 판매하는 국산·수입 상용차 브랜드들은 일제히 준대형트럭 시장에 가세했다. 현대차에 앞서 준대형트럭을 국내 시장에 최초로 소개(2018년)한 볼보트럭코리아는 ‘볼보 FE’ 모델로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으며, 타타대우상용차는 지난해 준대형 차급을 아우르는 ‘구쎈(320마력)’을 출시해 시장성을 키우고 있다.

만트럭버스코리아는 ‘뉴 MAN TGM (320마력)’을, 스카니아코리아는 ‘P시리즈(280, 320마력)’를, 메르세데스-벤츠트럭은 ‘아록스(299마력)’을, 이베코코리아는 ‘유로카고(320마력)’을 각각 준대형트럭으로 내세우며 경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증톤 완화로 준대형 더 몰릴 가능성 대두
이처럼 주요 7개 중대형트럭 브랜드의 준대형트럭 시장 경쟁 체제가 완성된 가운데, 올해부터는 경쟁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지난 2월 국토부가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방안’에 따라 기존 화물차의 대·폐차 시 차종·톤급별 증차 제한 범위가 대폭 완화됐기 때문이다.

기존 화물운송시장에서는 최대적재량 1.5톤 초과 16톤 이하에 장착할 수 있는 ‘개인 중형’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화물차를 대·폐차할 시 최대적재량 5톤까지만 자유롭게 증톤이 가능했지만 이번 개선안을 통해 10톤까지 늘어났다.

대차하는 차량이 ▲SCR(선택적환원촉매장치) 또는 DPF(매연저감장치)가 장착된 화물차 ▲폐쇄형 적재함을 설치한 화물차 ▲차령 3년 이내의 화물차 ▲5년 간 행정처분을 받은 내역이 없는 운송사업자 중 한 가지를 만족하면 최대적재량 13.5톤까지, 두 가지를 만족하면 16톤 이하까지 증톤이 허용되는 부분은 동일하다.

수입트럭 업체 관계자는 “기존 국산 중형트럭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낮은 차체 강성에 가변축을 활용한 과적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정부의 주도로 인기 톤급이 이동되고 있는 모양새”라며, “대형 차급 수요도 끌어들일 가능성 또한 점쳐지고 있어 올해 준대형트럭 시장 성장세가 더욱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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