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배기가스 규제 유로7 초안 공개
유로7 도입 시 ‘트럭 전동화’ 차질 불가피
업계, 전동화에 유로7까지 이중투자 부담
신규 엔진 개발에 찻값 최대 8% 상승 예상
“유로7 대신 전동화 트럭 지원 정책 필요”

지난해 말 강화된 디젤 상용차 배기가스 규제 유로7(Euro7) 초안이 공개되자 유럽 상용차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디젤 상용차의 배기가스 규제가 자칫 상용차 전동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유로7이 시행된다면 트럭 전동화 계획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마틴 룬트슈데트 유럽자동차제조사협회(ACEA) 상용차 이사회 의장은 유로7 초안이 공개되자 “상용차업계는 트럭 전동화에 투입 중인 인력 및 재정 자원의 상당 부분을 유로7 내연기관 개발 사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고, 이는 친환경 트럭 보급 계획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한정된 자원으로는 ‘전동화’와 ‘유로7’을 동시에 충족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마틴 룬트슈데트 의장은 “현행 규제와 비교해 유로7의 환경 편익은 미미한 수준이다. 노후화된 트럭을 유로6 차량으로 교체하거나 무배출 모델로 전환하는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전동화에 집중하기도 모자라”
지난해 11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배기가스 규제의 ‘최종판’으로 여겨지는 유로7 초안을 공개했다. 규제물질 허용치가 대폭 강화된 가운데 브레이크 및 타이어 분진에 대한 배출 기준이 새롭게 추가됐다. 유로7은 올해 최종 확정돼 2027년 7월부터 유럽 신규 디젤 상용차에 적용될 예정이다.

EC는 이번 유로7을 통해 디젤 상용차가 내뿜는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2035년까지 현행 규제 대비 56%, 배기가스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39%, 브레이크 마모로 인한 미세먼지는 27% 줄인다는 계획이다.

유로7 초안이 공개되자 유럽 상용차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가장 큰 이유는 이중투자에 대한 부담이다. 대부분의 유럽 상용차업체가 2040년을 목표로 신차의 100%를 전동화한다는 계획인데, 유로7이 시행될 경우 내연기관 개발에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면서 전동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 상용차업계는 막대한 자금을 전동화 트럭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만트럭버스와 스카니아 등을 포함하는 폭스바겐 산하 트라톤 그룹은 향후 5년간 전기트럭 개발에 26억 유로(한화 약 3조 4,80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으며, 지난 2021년에 볼보그룹과 다임러트럭은 각각 6억 유로(약 8,000억 원)를 출자해 수소트럭연료전지 개발을 위한 합작법인 셀센트릭을 설립했다.

상용차업계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알렉산더 블라스캄프 만트럭버스 회장은 “최근 몇 년간 트럭 제조사들은 도로 운송 부문의 탄소 배출을 제거하기 위해 전례 없는 자원을 투입하여 전동화 트럭을 개발 중”이라며 “지금 필요한 건 전동화 트럭 및 충전 인프라에 대한 지원”이라고 꼬집었다.

유로7의 환경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ACEA 분석에 따르면, 유로7 도입 이후 트럭 및 밴의 NOx 배출량(2030년 기준) 예상 수치는 유로6을 유지했을 때와 비교해 2% 개선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유럽 트럭의 절반이 유로6 모델로 전환됐다는 점을 감안할때 규제 강화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유로7 엔진 도입 시 찻값 8% 상승
유로7의 도입은 찻값을 상승시킨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특히 최근 원자잿값 상승 여파로 트럭 신차 가격이 꾸준히 오른 상황에서 추가적인 비용 상승은 고객의 부담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 및 유럽 상용차업계에 따르면, 유로7을 충족하는 신형 중대형트럭의 가격은 최대 5,700유로(약 760만 원)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로6 모델 가격 대비 7~8% 인상된 수준이다.

찻값이 10% 가까이 오르는 건 새로운 엔진 개발이 불가피한 탓이다. 현재 유로6 디젤 엔진에는 최신 기술이 총동원된 상황으로, 더 이상 배기가스 후처리장치(DPF·EGR·SCR 등)를 최적화하는 것만으로는 유로7 규제를 통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향후 트럭용 디젤 엔진에는 승용차용 엔진 기술 일부가 활용될 전망이다. ICCT에 따르면, 전기모터가 엔진을 보조하는 ‘소프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나 엔진 저부하 상태에서 엔진 실린더 비활성화(Cylinder Deactivation) 기술 등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만큼 찻값이 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유로7 초안에 따라 트럭 엔진의 배기가스 보증기간(내구성)이 기존 70만km에서 최대 130만km까지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도 제조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타이어·브레이크 규제에 더 집중해야”
이처럼 유로7의 미미한 환경 편익과 한정된 자원, 찻값 상승 부담 등을 고려했을 때 정책의 재고가 필요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특히 배기가스 기준은 유로6 수준을 유지하되, 타이어 및 브레이크 등 비(非) 배기원으로 인한 미세입자 배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마틴 룬트슈데트 의장은 “전동화가 진행될수록 타이어 등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배기가스보다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전기 및 수소트럭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유로7은 이 같은 비배기 오염물질 규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타이어 및 브레이크 마모로 인한 오염물질 규제의 경우 상용차업체가 아닌 부품 업체가 충족시켜야 하는 사항으로, 일각에서는 완성차업체가 유로7로 인한 비용 부담을 부품 업체에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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