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사롭지 않은 화물운송시장 분위기

세계적 경기둔화로 국내 물동량 큰 폭 감소
기름값 및 할부 금리 모두 올라 운행 부담↑
교통硏 “내년에도 5톤 이상 화물은 감소”

“일감이 체감상 30% 준 것 같습니다. 원래 11월이면 한창 성수기여야 하지만 비수기도 이런 비수기가 없네요. 일감, 운임 다 떨어졌는데 그 와중에 기름값은 계속 오르니 당최 운전할 맛이 안 납니다.”

국내 화물운송시장이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통상 9월부터 12월까지가 화물운송시장의 성수기인데, 지난 11월 체감 물동량은 비수기인 3~4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금리 인상 등으로 세계 경기가 둔화한 탓이다. 

여기에 경유 가격과 트럭 할부금마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운전대 잡기 겁난다”는 화물차주들의 곡소리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체감 물동량 지난해 대비 30% 감소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화물운송시장의 물동량이 올 하반기 들어 급격히 감소했다.

대형카고와 트랙터의 주요 운송 품목인 수출입 화물의 경우 지난해 대비 6% 가까이 줄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수출입 물동량은 3억 2,230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결과다. 실제로 중국(▼15.7%)과 러시아(▼50.3%) 환적화물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국내 화물운송시장에서 가장 많은 대수를 차지하는 준중형 및 중형카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자 제조업 전반이 부진을 겪은 탓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간한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도소매업과 건설업 모두 전월 대비 낮은 실적을 기록했으며, 국내 광공업 생산량도 3개월 연속(7~9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체 경기 흐름을 반영하는 광공업 생산량이 떨어졌다는 건 화물차로 실어 나를 일감이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러하자 화물차주들의 고충은 커져만 간다. 특히 성수기여야 할 시기에 물동량이 크게 준 탓에 타격이 더 크다는 반응이다. 통상 국내 화물운송시장의 성수기는 추석부터 연말까지다.

서울 양천의 서부트럭터미널에서 만난 한 화물차주는 “코로나가 완화된 작년 말부터 일감이 조금씩 회복했는데 올 하반기 들어 다시 평년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며 “체감상 30%, 그러니까 비수기인 3~4월 수준만큼 감소했다. 비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년 초에는 상황이 얼마나 악화될지 걱정이 앞선다.” 토로했다.

물동량의 감소는 운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화물운송 운임이 최저가 낙찰 방식으로 결정되는 국내 화물운송시장 특성상 일감이 줄어들수록 차주들간의 일감 경쟁이 심해져, 소위 ‘똥단가’(기존 단가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단가)에 일감을 수락하는 차주가 늘 수 있어서다.

화물주선앱(일명 콜어플)을 이용하는 한 11톤급 대형카고 차주는 “똥단가 문제는 코로나 때부터 기승을 부렸는데, 요즘 들어 다시 심해진 것 같다.”며 “장거리 운임의 경우 기존 대비 5만~10만 원 정도는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유 가격 폭등…운행 부담 더 커져
이렇듯 화물차주의 수입이 감소한 가운데 기름값과 차 할부금이 크게 뛰면서 차주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경유 가격은 최근 들어 다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당 1,880원을 넘어섰다. 6주 연속 오름세다. 휘발유와의 가격 역전 폭도 더 커졌다. 

이에 따라 화물차주의 유류비 부담이 크게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월수입의 30~40%를 차지하던 유류비는 경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할 당시 40~60% 수준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유가연동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유류비 부담을 줄이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한 달에 1만km를 운행하는 한 5톤 중형카고 운전자는 “경유 가격이 리터당 1,400원일 때 보조금을 뺀 한 달 기름값이 약 270만 원이었는데 지난달엔 360만 원 정도 나왔다.”고 말했다. 체감 유류비가 약 35% 증가한 셈이다.

여기에 물가 상승 여파로 타이어와 엔진오일 등 소모품 가격이 오른 데다 트럭 할부 금리마저 가파르게 뛰면서 운행 부담이 커졌다고 화물차주들은 입을 모은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만난 한 화물차주는 “할부 금리가 많이 올라 지금 트럭을 사면 작년 이맘때보다 수천만 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고 들었다.”며 “혹시라도 차가 고장 나 새로 사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야말로 재난이 따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상황이 더 악화될 전망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달 개최한 ‘2023 교통·물류·항공 전망 세미나’를 통해 “내년 1~5톤 화물 물동량은 올해보다 증가하는 반면, 5톤 이상 화물은 감소가 예상된다.”며 “고경유가·고금리·고환율의 영향으로 내수산업의 침체가 예상돼 중대형 화물 물동량이 정체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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