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출 중국산 전기버스·트럭 꾸준히 증가
안전장치부터 누수, 배터리까지 잔고장 불거져
안전 검증에 소홀한 정부 “면밀히 진행” 입장만
수입·판매업체의 부실한 A/S도 안전 문제 키워

중국산 전기버스 시험운행 모습. 사진은 특정사실과 관계 없음
중국산 전기버스 시험운행 모습. 사진은 특정사실과 관계 없음

중국산 전기버스에 대한 리콜이 지난달 처음 시행됐다. ㈜피라인모터스가 판매하는 중국산 대형 전기버스 모델 일부에 비상탈출장치 등이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 중국산 전기버스에 대한 안전 결함 문제는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리콜을 계기로 중국산 전기버스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 검증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성장 이면에 안전문제 소홀
국내 진출한 중국산 전기상용차가 급증한 가운데 안전 결함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산 전기상용차는 지난 몇 년간 빠르게 성장했다. 국토교통부 차량 등록원부를 가공, 본지에 독점 제공하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20.2%였던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시장점유율(전장 9m 이상 중대형급 기준)은 지난해 33.5%까지 뛰었다. 전기버스 신차 3대 중 1대가 중국산인 셈이다.

국내 시장에 진출한 중국산 전기버스 수입·판매업체도 꾸준히 늘었다. 지난 2019년에 중통버스와 하이거 등 4개사에 불과했던 중국산 전기버스 수입·판매사는 2~3년 새 2배 이상 증가해 현재는 12개사에 이른다.
 

전기트럭 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초소형 및 소형 전기트럭 판매업체는 지난해 9개사에서 올해 13개사로 증가했다. 차종으로 따지면 13종에서 26종으로 2배 늘었다. 이들 전기트럭 대부분이 ‘국산차’로 분류되고 있지만, 현대차와 파워프라자 등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중국산 모델의 섀시를 수입, 배터리 등 일부 부품만 조립해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사실상 중국산 기반 모델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중국산 전기버스와 전기트럭이 국내 시장에 대거 진출하자 안전 결함 문제가 불거졌다. 하이거 전기버스(수입사: ㈜피라인모터스) 리콜 이전에도 중국산 전기버스의 품질이 국산 차량에 비해 떨어진다는 현장의 불만이 이어졌으며, 중국산 기반 전기트럭에서도 누수나 배터리 방전 등 크고 작은 결함이 발견되고 있다. 

"일단 출시하고 보자"
업계는 품질 미달의 전기상용차가 판매되는 원인으로, 차량 결함이 뒤늦게 발견될 수밖에 없는 제도적인 특성과 수입·판매사의 부실한 사후관리 능력을 꼽는다.

국내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업체는 차량이 안전 기준에 맞게 제작되었는지 스스로 인증해야 한다. 이후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차량을 출시할 수 있는데, 이를 ‘자기인증’ 제도라고 한다. 국토부는 이렇게 출시된 차량 중 일부를 선정해 ‘자기인증 적합조사’를 진행, 결함 여부를 검사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리콜을 시행한다. 지난달 ㈜피라인모터스의 하이퍼스 모델이 리콜된 것도 자기인증 적합조사에서 결함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자기인증 제도는 차량 제작·판매자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중국산 전기상용차에 한해 결함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지적을 받는다. 중국산 전기상용차는 통상 우리나라보다 낮은 수준의 안전 기준에 따라 제작되는데, 이렇게 생산된 차량이 국내 시장에 그대로 출시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수입 과정에서 국내 기준의 자기인증을 거치기는 하지만 결함을 모두 잡아내기엔 역부족이다. 자기인증이 서류검사에 그쳐 추후 검사가 이뤄지기 전까진 실제 문제를 확인할 수 없어서다. 이를 대변하듯 자동차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중국보다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 제작된 현대차 일렉시티의 경우 이번 자기인증 적합조사에서 결함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산 전기상용차에 대한 안전 검증이 소홀하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국내 시장에 진출한 중국산 전기버스 수입·판매업체는 10곳. 이들 업체가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판매한 전기버스는 총 714대다. 이중 자기인증 적합조사가 진행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리콜 대수는 90여 대에 불과하다. 전기트럭에 대한 조사는 아직 시작조차 안 됐다.

이는 자기인증 적합조사가 통상 ‘판매량이 많은 차’, ‘신차’ 위주로 진행되는 탓이 크다. 차량 결함조사를 담당하는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자기인증 적합조사를 위해 연구원이 직접 시중에 출시된 차량을 구매해야 하는데 예산이 한정돼 있다 보니 일부 차량에 대해서만 검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부실한 A/S 여건도 문제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중저가 중국산 전기버스에 대해 자기인증 적합조사를 확대하는 등 안전 검증을 보다 면밀히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전기버스 한 대에 수억 원이나 하는 상황에서 모든 브랜드에 대한 전수 조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안전 기준 위반 발견 시 단순 리콜로 끝날 것이 아니라 막대한 과징금을 물리는 등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통해 제작 및 수입·판매업체의 부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한 번의 사고가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용차 특성상 보다 엄격한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입·판매업체의 부실한 A/S 여건도 문제를 악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출시된 한 중국산 기반 소형 전기트럭은 누수 및 배터리 방전, 브레이크 오작동 등이 빈번하게 발생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중국산 모델의 섀시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노후화된 부품을 제대로 교체하지 않은 탓이다. 특히 부품 재고 및 인력 부족으로 A/S가 무기한 지연돼 차주들의 운휴시간이 한 달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2013년 국내에 진출한 중국 버스업체 선롱버스는 약 3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안전장치 결함으로 인한 리콜 사태가 결정타였다. 그간 판매된 버스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국내 전기버스 보급률이 매년 늘고 있다. 정부의 무조건적인 보조금에 중국산 브랜드도 덩달아 확대 중이다. ‘제2의 선롱버스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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