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난에 신차·중고차 시장 ‘몸살’
사태 악화하면 화물차 수리 못 받을 수도
이미 믹서트럭은 ECU 수리 문제로 곤혹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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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으로 신차 생산 차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화물차 수리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칩이 신차 시장에만 집중되는 나머지 서비스센터로 공급되는 부품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도체 칩 부족 사태는 지난해 초 본격화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여러 반도체 제조업체가 생산량을 줄인 가운데 지난해 들어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국내 트럭 시장도 이번 사태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았다. 신차 시장의 경우 계약에서 인도까지 반 년 이상 걸리는 등 출고 지연 문제가 심화하고 있으며, 신차가 나오지 않자 중고트럭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도 감소, 품귀현상이 발생했다.

부품 수급난이 서비스센터까지 확대될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수리 및 교체용 부품이 바닥나면 고장 난 화물차는 꼼짝없이 수개월을 멈춰서야 하는데, 이 경우 화물차주의 생계가 크게 위협받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내 운전자가 할부로 화물차를 구입하는 만큼 소득 없이 할부 값만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건설업계는 이미 차량 수리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말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국토부에 공문을 전달하며 “부품 수급난으로 인해 믹서트럭에 탑재된 엔진컨트롤유닛(Engine Control Unit, 이하 ECU)이 원활한 수리·교체를 받지 못하고 있어 믹서트럭 업계가 차량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ECU는 차량의 엔진과 변속기 등을 제어하는 반도체 부품이다. 건설용 차량의 경우 현장을 드나들 때 세륜기(차량 세척 장비)를 지나는데, 다른 차량과 달리 ECU가 차량 하부로 노출된 믹서트럭은 세륜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물과 먼지로 인해 고장 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조합은 “제조사 측이 ECU를 신차에만 투입하고 사후관리를 위한 물량에는 충분히 배정하지 않아 문제가 악화했다.”고 주장했다.

화물차 노후 현상이 심한 국내에선 자칫 물류대란까지 우려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운행 화물차 중 10년 이상 노후 화물차 비율은 약 40%에 이른다. 고장 위험이 높은 노후 차량이 제 때 수리를 받지 못한다면 화물운송시장과 건설 산업 전역에 큰 타격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수리 문제는 아직 믹서트럭에 국한된 이야기다. 서비스센터 업계에 따르면, 일반 화물차용 부품 재고에는 아직 여력이 있다. 하지만 부품 수급난이 계속 악화한다면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화물차 운행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완성차업계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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